발카리온

두 번째 문 · 소설

1화 · 문 안에 남은 사람

세라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루엔은 이미 출구를 보고 있었다.

등불 너머에서 돌이 움직였다. 돌이라고 여겼던 회흑색 등판이 젖은 지지대 아래로 솟았다. 넓은 턱이 갈라진 레일을 긁었고 황토빛 눈 두 개가 불을 받았다. 루엔은 등불을 높이 들다가 기름을 손등에 쏟았다. 뜨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짐승의 앞발이 바닥을 찍었다.

“뒤로. 대피굴까지!”

세라의 목소리가 가까웠다. 짧은 창끝이 루엔의 어깨 옆으로 나왔다. 그는 지팡이를 들었다. 짐을 나르며 밤마다 익힌 주문, 손바닥보다 조금 큰 방벽 하나. 그것만 세우면 반 걸음 물러설 시간이 생길 터였다.

“길목.”

청록빛 면이 펼쳐졌다. 루엔은 너무 빨리 마지막 음절을 삼켰다. 숨이 목구멍에 걸렸다. 방벽은 반짝이는 순간부터 모서리가 풀렸고, 흑철턱의 돌진을 받자 유리 부스러기처럼 흩어졌다. 충격 불티가 눈앞에서 튀었다. 그의 오른팔이 옆으로 내던져졌다.

세라가 외투 뒷자락을 잡아당겼다. 루엔은 레일 밖으로 넘어졌다. 짐승은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젖은 목재에 턱을 박았다. 굵은 지지대가 비틀리며 내려앉았다. 세라의 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루엔. 이쪽 끝을 들어.”

그녀의 왼쪽 다리가 목재 아래에 끼어 있었다. 세라는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바닥을 밀었다. 루엔은 일어났다. 바로 두 걸음 앞에 목재 끝이 보였다. 그보다 더 멀리, 낮은 철문 사이로 흰 낮빛이 보였다.

위험이 적은 확인 일이라고 했다. 폐광의 새 발자국을 보고 돌아오라는 의뢰. 하겐은 입구에서 균열을 살피고 있었고, 두 견습은 첫 갈림길까지 들어와 있었다. 루엔은 오는 길에 오늘 품삯으로 새 지팡이를 살 수 있을지 계산했다. 이제 그 계산은 머릿속 어디에도 없었다.

흑철턱이 턱을 뺐다. 앞발을 땅에 박은 채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루엔은 그 짧은 멎음을 보았지만 무엇에 쓸 수 있는지 몰랐다. 짐승의 눈이 돌아왔다.

“얼른!”

그는 뛰었다.

세라의 부름이 첫 번째 지지대에서 들렸다. 두 번째 지지대에서는 부츠 소리와 섞였다. 철문 밑을 기어 나올 때에는 자기 숨소리만 들렸다. 밖으로 나온 루엔은 돌바닥에서 미끄러져 무릎을 찧었다. 하겐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세라는?”

루엔의 입이 열렸다. 바람만 나왔다.

하겐의 회색 눈이 철문 쪽으로 옮겨갔다. 그는 루엔을 세워 두지 않고 바닥에 앉혔다. 곁에서 목재를 점검하던 인부들에게 밧줄과 지렛대를 가져오라고 외쳤다. 낡은 코트 아래 왼쪽 무릎의 가죽 지지대가 삐걱거렸다.

루엔은 막대기만 한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의 빛은 남아 있지 않았다. 세라가 잡았던 외투 자락만 길게 늘어나 있었다. 그는 그곳을 주먹에 감았다.

“몇 번째 받침이냐.”

“갈림길, 바로 앞…… 왼쪽.”

이번에는 말이 나왔다. 루엔은 손가락으로 갱도 쪽을 가리켰다. 손이 심하게 떨렸다. 하겐은 인부 둘과 함께 들어갔다. 한 사람은 입구에서 밧줄을 잡았다. 루엔도 줄에 손을 댔다가 밀려났다. 손바닥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갱도 안에서 짐승이 울었다. 금속이 돌에 닿는 소리, 짧은 고함, 목재가 부러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루엔은 철문을 보았다. 기어 들어가면 닿을 거리에 문이 있었다. 그는 무릎을 끌어모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해가 지지대 그림자 하나만큼 움직였을 때 밧줄이 팽팽해졌다. 먼저 인부가 나왔고, 뒤이어 세라를 실은 좁은 들것이 문턱을 넘었다. 적갈색 목도리가 진흙에 끌렸다. 왼쪽 종아리를 감싼 천에 물기가 번져 있었다. 세라의 눈이 열려 있었다.

루엔은 들것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그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름조차 부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하겐은 세라의 창을 문밖에 내려놓고 철문을 닫았다. 짐승은 안쪽 주갱도로 물러났다고 했다. 인부들이 문에 굵은 쇠막대를 걸었다. 그들이 세라를 마을로 옮기는 동안 루엔은 창을 들고 뒤따랐다. 창자루에는 그녀가 바닥을 긁은 흙이 붙어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의원의 창에 불이 켜졌다. 세라는 그 안에 있었다. 살아 있었다. 루엔은 문밖에서 젖은 창자루를 쥐었다. 손이 가만히 있을 때에도 떨렸다. 안쪽에서 세라가 신음하자 그는 문고리를 놓았다.

1화 · 문 안에 남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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