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항구의 진흙에는 발가락이 넓게 벌어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세라는 그 옆에 무릎을 꿇고 가는 나뭇가지로 가장자리를 짚었다. 루엔은 발자국을 밟지 않으려고 반 걸음 뒤에 앉았다. 첫 토벌에서 석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 왔다고 오른팔이 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오늘 허락받은 일은 육지에서 하는 조사였다. 지팡이는 짧고 곧게 수리되어 허리 옆에 있었고, 당장 들 이유는 없었다.
“발이 넓어. 무거운 짐은 끌었고.”
나린은 끊어진 줄 두 가닥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눌린 이빨 자국 끝에서 섬유가 터져 있었다. 다른 하나에는 녹슨 쇠고리가 붙어 있었다. 짐이 사라진 까닭과 부교가 무너진 까닭이 같지는 않았다. 루엔은 장부에 표시를 두 개 그렸다. 괴물을 잡으면 다리가 저절로 나을 거라고 쓰는 것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나린은 두 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뱃사공은 손을 허리 아래로 내려 짐을 물고 가는 동물의 높이를 보여 주었다. 사람이 다가오면 숨었다가 배가 떠나면 다시 나왔다고 했다. 상자에 남은 갈대 돗자리에는 생선가루 냄새가 배어 있었다. 물고기 자루만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곡물 자루도 줄이 끊긴 채 돌아오지 않았다. 루엔이 품목을 적는 동안 세라는 부서진 구간 앞에 표식을 박았다. 건너가지 말라는 줄을 묶자 통행로였던 곳이 처음으로 막힌 길처럼 보였다.
나린은 육지에 닿은 부교 끝에서 판자 사이로 자를 밀어 넣었다. 받침은 겉보다 속이 더 물러 있었다. 새 판자만 얹어서는 사람과 짐을 받칠 수 없었다. 루엔은 높은 둔덕 쪽에 우회로를 그렸다. 세라가 끝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려던 순간, 물살과 반대로 갈대 한 무더기가 벌어졌다.
낮고 올리브빛 도는 등이 잠깐 드러났다. 곧 납작한 턱과 동그란 눈이 수면 위로 나왔다. 세라가 갈대턱이라고 이름을 알려 주었다. 강의 얕은 곳에 사는 동물이었다. 루엔이 잘 보려고 발을 내밀자 세라의 손가락 두 개가 어깨에 닿았다. 동물은 이미 갈대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 마. 우리를 피하고 있어.”
셋은 마른 화물 상자 뒤에 몸을 낮췄다. 기다리자 갈대턱이 다시 나왔다. 납작한 입으로 자루의 고리를 물고, 넓은 물갈퀴발을 저어 뒤로 헤엄쳤다. 자루가 물 위에서 옆으로 미끄러졌다. 루엔은 둔덕으로 올라오지 않는다고 적으려다 ‘지금은 물가에 있음’으로 고쳤다. 한 번 본 일을 늘 그런 일로 적을 수는 없었다.
자루는 부러진 널빤지와 갈대가 걸린 좁은 틈에서 멎었다. 항구 쪽 수면이 틈 너머보다 높았다. 나린이 말뚝에 칼끝으로 물높이를 새겼다. 물이 더 오르면 남은 부교도 들릴 것 같았다. 세라는 물 아래를 긴 자로 확인하되 사람이 들어가지는 말자고 했다. 루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자루가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갈고리를 뻗어 보니 닿는 거리였다. 물에 들어갈 필요도 없어 보였다. 루엔은 세라에게 막대를 넘겼다. 세라는 둔덕에서 닿는 데까지만 하고 동물이 잡아당기면 바로 놓겠다고 했다. 나린은 돌아올 마른 길을 가리켰다. 루엔은 허리에 가벼운 안전줄을 묶었다. 기둥을 한 바퀴 돈 줄 끝을 나린이 받았다.
“바닥 미끄러우면 바로 말해요.”
루엔은 발을 미리 옮겨 보았다. 자루 옆에 작은 판 하나를 세워 흐르는 방향만 바꾸면, 세라가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흙마당에서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갈대턱이 다시 자루에 붙었다. 세라의 갈고리가 고리에 걸리고, 물결이 가장자리 판자를 타고 넘어왔다.
“그 판자 젖었어요. 발 뒤로!”
나린의 목소리에 루엔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충분히 물러나지는 않았다. 앞발은 여전히 판자 끝에 가까웠다. 자루를 놓치기 전에 한 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발보다 빨랐다.
“조금만 뒤로. 여기서 한 번만—”
그가 왼손을 들었다. 갈대턱이 고리를 물었다. 발밑에서 나무가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