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 온새미가 없는 아침

종이 멎으면 길이 사라진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아이를 겁주려고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라온은 열아홉이 되어 길잡이 조합의 첫 전직 인장을 받았고, 그날 아침 그 말을 믿게 되었다.

조합 앞마당에는 늘 같은 지도가 걸려 있었다. 북쪽 강을 따라 세 마을이 있고, 마지막에 온새미가 있었다. 어제까지는 그랬다. 오늘은 두 번째 마을에서 길이 끝났다. 누군가 잉크를 닦아낸 것처럼, 지도 한쪽이 젖은 천 빛으로 하얬다.

“온새미로 가는 길이 없어졌어요.”

접수대의 노인은 지도를 보지도 않았다. “온새미라는 곳은 없는데.”

라온은 품에서 편지를 꺼냈다. 사흘 전 온새미의 종지기인 누나 서린이 보낸 것이었다. 봉투에는 진흙 묻은 손가락 자국과 ‘온새미 종탑’이라는 보낸 곳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노인이 눈을 가늘게 뜬 순간, ‘온’의 첫 획이 편지에서 스르르 옅어졌다.

라온은 급히 그 위에 손바닥을 덮었다.

“없던 곳에서 편지가 오진 않잖아요.”

“안개가 지우기 시작했다면 글자도 오래 못 버텨.”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파란 망토 아래 작은 방패를 멘 모아였다. 어제 첫 전직 시험에서 라온의 상대였고, 라온이 한 번도 제대로 때리지 못한 상대이기도 했다. “편지가 완전히 하얘지기 전에 출발해야 해.”

조합장은 우선 정찰대만 보낼 생각이었다. 길을 잃은 마을에 초보 전직자 일곱을 넣을 이유가 없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숙련 길잡이들은 이미 북쪽 초소의 종을 지키러 떠났다. 온새미의 종이 끊긴 뒤 그 초소의 종까지 한 박자씩 늦게 울리고 있었다. 조합장은 마지못해 탐사 허가서에 도장을 찍었다.

“돌아올 사람의 이름을 내가 기억할 수 있게,” 그가 말했다. “매일 저녁 한 번씩 신호탄을 올려라.”

허가서에는 일곱 이름이 적혔다. 노리기수 라온, 방어수 모아, 공격수 도윤, 사격수 이든, 저격수 시온, 차기수 단, 치료수 해나.

도윤이 맨 먼저 허가서를 들여다봤다. “첫 전직 일곱이면 충분하지. 나한테 파워도 생겼고.”

“파워는 세 번 휘두르면 숨이 차잖아.” 이든이 짧은 총의 탄창을 탁 끼웠다. “네가 넷을 세기 전에 끝나게 해볼게.”

단이 성벽 난간에서 가볍게 내려왔다. “싸울 일이 없을 수도 있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라온은 마지막으로 편지를 펼쳤다. 보낸 곳의 글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서린이 쓴 맨 아래 한 문장은 남아 있었다.

*내 이름을 잊게 되면, 두 번 불러줘.*

라온은 조합의 지도 대신 그 문장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읽지 마.” 모아가 말했다. “읽을수록 네가 지켜야 할 말이 늘어날 거야.”

“이미 약속했어.”

“약속은 네가 혼자 지키는 게 아니야.”

라온은 누나의 이름을 말하려다 멈췄다.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입 밖에 내면 남은 획마저 사라질까 두려웠다. 단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편지의 접힌 선을 손톱으로 한 번 눌러 주었다. 종이가 찢어지지 않을 만큼만.

모아가 일곱 명의 등짐을 세었다. 식량과 줄, 약병, 표식 말뚝. 하나씩 빠진 것이 없었다. “우리도 일곱이 맞아.”

그 말은 출발 명령이 아니었다. 라온이 누나를 찾으러 앞서 나가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함께 움직일 준비가 됐다고 알려 주는 말이었다. 그는 편지를 안주머니에 넣고 맨 앞이 아닌 가운데에 섰다. 길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일행이 하얀 길의 첫 굽이를 돌았을 때, 라온은 뒤를 한 번 더 돌아봤다. 온새미가 있던 자리는 안개에 덮였고, 지붕도 종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도에 마을을 그리는 대신 길을 되짚을 때 알아볼 돌의 모양을 적었다. 그러나 돌은 누구나 옮길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시온이 물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찾을 수 있지.”

“표지가 다른 사람 눈에 보이면, 그 사람도 우리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어.”

둘은 종이 위에서 다퉜다. 모아가 편지를 둘 사이에 놓았다. “이름을 적어. 위치는 지금 적지 말고.”

라온은 처음으로 지도에 길이 아니라 사람의 이름을 썼다. 편지를 안주머니에 넣는 손이 떨렸지만,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모아가 그의 등짐 끈을 조여 주고, 단이 뒤쪽 발소리를 확인했다. 일곱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으나 같은 이유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1. 온새미가 없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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