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둑에는 전날 밤보다 물이 많았다. 온새미에서 빠져나올 때는 종 한 번의 소리를 따라 모두가 달렸다. 되돌아와 보니 그들이 딛고 온 돌마다 틈이 있었고, 건넌 뒤에 무너진 자리도 있었다.
라온, 이든, 단, 만재, 연수는 줄을 허리에 묶고 둑의 첫 구간을 재었다. 조건을 건 조합장도 약속대로 합류해 측량 범위를 첫 구간으로 한정했다. 미선도 수레를 끌고 왔다. 성문에서 고향 종길을 적으라며 세 번이나 세웠지만, 그녀는 수레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짐 없이도 못 건너겠어.” 연수가 돌 사이의 벌어진 폭을 발로 쟀다. “여기다 판자만 대면 첫 비에 떠내려가.”
만재가 물길 아래를 가리켰다. “옛 물받이가 있어요. 그걸 다시 뚫으면.”
“물부터 빼고 돌을 쌓는다.” 연수가 말을 받았다. “가능은 하겠네.”
이든은 두 사람이 말하는 동안 숫자를 적었다. 판자 길이, 밧줄 굵기, 한 번에 건널 사람 수. 연수가 그녀의 수첩을 엿보았다.
“길잡이가 공사비도 계산해?”
“탄이 모자라면 싸움을 고르고, 빵이 모자라면 걷는 속도를 고릅니다.” 이든이 대답했다. “길도 같은 거겠죠.”
단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모두 멈췄다.
“물이 아니라 발소리.”
소리는 둑 반대편에서 왔다. 일정한 간격으로 셋, 잠깐 멈추고 다시 셋. 안개 안쪽에서 누군가 젖은 돌을 밟는 것 같았다. 만재는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도 들었어?” 라온이 물었다.
“종이 떨어지고 나서부터.” 단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가까이선 처음.”
그때 수레 앞의 낡은 표지판이 물에 잠겼다가 스스로 일어났다. 나무 기둥은 오래전에 썩었는데, 물 위 그림자만 화살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화살표는 안전한 돌길이 아니라 만재가 방금 위험하다고 말한 깊은 물을 가리켰다.
미선이 수레를 끌다 그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멈춰!” 이든이 외쳤다.
그녀는 총을 어깨에 붙였다. 총성이 한 번 났고, 물가에 남은 표지판의 쇠못이 튀었다. 화살표가 쓰러졌다. 단이 미선의 수레 앞에 내려앉아 바퀴를 잡았고, 라온은 그녀의 허리에 묶인 줄을 당겼다. 깊은 물은 몇 걸음 앞이었다.
“난 분명 둑을 보고 있었는데.” 미선의 입술이 하얘졌다.
“표지가 네 눈을 끌었어.” 단이 말했다.
이든은 탄창을 확인했다. 열 발. 그 총알은 그림자를 죽인 것이 아니라, 거짓 길을 가리키던 못 하나를 뽑았을 뿐이었다.
연수는 말없이 노끈을 꺼내 진짜 건널 수 있는 돌에 묶었다. 만재와 라온이 그 옆에 돌을 세웠다. 다섯 걸음마다 표시가 늘었다. 단은 표지판이 쓰러진 쪽으로 다시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는 깊은 물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저건 건너면 안 되는 길이야.” 라온이 말했다.
“아니.” 단이 눈을 떼지 않았다. “누군가는 건넜어.”
점심이 지나자 미선의 빈 수레를 밀어 볼 수 있는 너비가 나왔다. 판자가 없어 끝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연수는 자기 이름으로 첫 구간의 길이와 필요한 자재를 적었다.
“나루성에 돌아가서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길이 완성됐다고는 못 말해도.”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제까지 그들에게는 그 말조차 없었다.
둑에서 돌아온 뒤 연수는 측량한 돌 사이에 작은 천 조각을 묶었다. 바람에 날릴 만큼 약한 표식이었다. “비가 오면 없어질 거예요.”
“그럼 오늘 어디를 밟아도 되는지 어떻게 기억하죠?” 여울이 창고에서 물었다.
단은 아이에게 발걸음 수를 알려 주었다. 그러나 여울은 세 걸음째와 네 걸음째를 바꾸어 세었다. 라온은 곧바로 고치려다 멈췄다. 아이가 셀 수 있게 만든 표식이 더 필요했다. 그들은 노끈 대신 돌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위험한 곳에는 아무 표시도 놓지 않기로 했다. 안전한 경로를 만들지 못한 곳에 “위험”이라는 표시를 해도 누군가 그 표시를 길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이든은 총의 탄창을 다시 꺼내 셌다. 한 발이 줄어 열 발이었다. “표지판 못을 맞힌 건 맞지만, 다음에는 발사 전에 사람부터 당겨.” 미선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는 내가 멈추지 않았어.”
“네가 멈췄으면 수레까지 들어갔을 수도 있어. 오늘은 둘 다 기록하자.”
연수의 측량표에는 열린 길이가 아니라, 아직 수레가 지나지 못한 폭도 함께 적혔다. 돌아갈 때 그들은 첫 표식을 남겨 두고 왔다. 표식이 다음 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 보고서에 포함했다.
둑을 재고 돌아오는 길, 미선은 수레를 혼자 끌지 않았다. 성문에서 막혔던 운송 조합의 일꾼 하나가 등록된 길 끝까지 바퀴를 밀어 주었다. 그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미선은 고맙다는 말 뒤에 “그럼 도움받은 사실만 적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서린은 장부에 ‘운송 조합 일꾼 한 명, 신원 비기재, 등록 구간에서 수레 이동 보조’라고 썼다. 익명의 도움을 빚으로 돌리거나, 이름을 알아내려 하지 않았다. 연수는 그 기록을 읽고 다음 측량 때는 공적 보증과 사적인 도움을 구별해 적자고 했다.
저녁에 이든은 사용한 탄을 배급표와 같은 줄에 쓰지 않았다. 전투 장비와 식량은 각각 다른 부족을 만들었다. 그녀는 열 발을 총과 함께 보관함에 넣고, 하나가 줄어든 이유를 표적판의 쇠못까지 적었다. 누군가 그 총을 빌려 달라고 해도 남은 수와 책임을 확인하기 전에는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연수는 측량표 아래에 자기 이름을 썼지만, 그 위에 ‘첫 구간만 직접 확인’이라고 덧붙였다. 라온은 서명보다 그 제한 문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길을 지지하는 일은 넓게 약속하는 것보다 본 것을 좁게 말하는 데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