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21. 한철 목패

해가 지기 전 창고 관리인이 서른두 주민과 길잡이들을 찾아왔다. 그는 동쪽 창고의 사용 기한이 끝나는 시각을 다시 확인했다. 동시에 성벽 안쪽의 공동 작업장을 한철 동안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새 지붕과 영구 거주 허가를 준다는 뜻은 아니었다.

작업장은 지붕 한쪽이 새고 바닥 배수로가 막혀 있었다. 조건은 세 가지였다. 오늘 밤 사람이 머물기 전에 배수로와 빗물받이를 고칠 것, 공구는 매일 밤 잠글 것, 한철이 끝나기 전에 계속 쓸지 다시 의논할 것. 관리인은 그날 저녁 수리를 허락하되, 구조가 안전한지 확인되지 않으면 잠자리로 쓰지 말라고 했다.

주민들은 작업장에 직접 가서 바닥을 쟀다. 가로 열두 미터, 세로 열 미터, 모두 120제곱미터였다. 네 구역은 각각 네 미터×다섯 미터로, 돗자리 여덟 장씩 놓으면 서른두 자리가 됐다. 남은 네 미터×열 미터는 문에서 물동이까지의 통로로 비워 두었다. 누수는 동쪽 벽의 통로 위 한 곳이었다.

한 주민은 통로 폭이 충분한지 물었다. 물받이 그릇을 벽에 붙이고 직접 걸어 보니 폭 1.2미터가 남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좁은 자리를 먼저 쓰라고 정하지 않았다. 각 구역 여덟 명이 잠자리 위치를 확인했고, 옆 사람과 바꾸고 싶은 두 사람은 서로 동의한 뒤 자리를 바꿨다. 각자 자리를 본 뒤 동의 표시를 남겼다.

관리인은 서른두 사람이 자리를 직접 보고 결정할 시간을 주었다. 한 주민은 지붕이 다시 새면 물건을 어디로 옮길지 물었다. 관리인은 잠금 선반보다 사람을 먼저 이동시키겠다고 답했고, 그 순서를 종이에 덧붙였다. 다른 주민은 공구를 잠글 열쇠를 모두에게 주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공구는 관리인과 주민 두 명이 함께 열 수 있도록 하고, 열쇠를 맡은 두 주민은 매일 바뀌어도 된다고 했다.

서린은 주민 이름을 불러 동의를 대신 받지 않았다. 각자 표시를 남기고, 글을 쓰기 어려운 사람은 증인을 고른 뒤 들은 조건을 자기 말로 다시 말했다. 한 사람은 조용한 곳을 원해 자리를 바꿨고, 그 자리에 있던 주민은 통로와 가까운 곳이 편하다고 동의했다. 모든 표시는 배치를 정하기 위한 것이었지, 한철 뒤에도 반드시 남으라는 약속은 아니었다.

해가 지기 전 서른두 주민은 누수 시 대피 순서까지 들은 뒤 동의 표시를 남겼다. 관리인은 작업을 허락했고, 배수로와 지붕을 고친 뒤 다시 살펴 안전할 때만 입실하라고 했다. 수리 허가는 창고 사용 종료를 늦추지 않았다. 주민들은 문을 나서는 시각과 작업장에 들어갈 조건을 따로 적었다.

동쪽 창고에서는 마지막 날 해 질 무렵까지 머물 수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주민 서른두 명 모두 함께 창고 문을 나왔다. 서린은 창고 입실 명부를 닫았고, 곡식 장부에는 아침 배급이 마지막이었다고 기록했다. 그 뒤 더 받은 식량은 없었다. 일곱 길잡이와 솔등에서 온 지안은 주민 잠자리 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조합 숙직방의 별도 자리를 쓰기로 되어 있었다.

창고를 나온 뒤 관리인의 허락을 받은 주민들이 배수로의 진흙과 나뭇조각을 걷었다. 다른 조는 천과 판자로 지붕의 샌 곳을 임시로 막았다. 관리인이 빗물받이에 물 한 통을 붓자 물은 통로를 가로지르지 않고 배수구로 흘렀다. 그릇 아래의 바닥이 마르는 동안 해나는 상처 난 손을 살폈고, 모아는 어깨에 힘을 주지 않은 채 낮은 선반의 공구만 옮겼다.

배수로에 걸린 나뭇조각을 걷어 낸 뒤에도 관리인은 곧바로 물을 붓지 않았다. 먼저 주민들이 문에서 통로 끝까지 걸어 보게 했다. 바닥 한 귀퉁이에 묻은 진흙이 미끄럽다는 말이 나오자 다른 조가 마른 천으로 닦고, 처음 물을 부을 때는 한 바가지씩만 쓰기로 했다. 물을 한 번에 쏟으면 배수구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알 수 없었다.

지붕의 천은 새는 자리를 전부 덮지 못했다. 관리인은 오늘 막은 부분과 아직 남은 틈을 주민들에게 보여 줬다. 한 주민은 천을 더 가져오면 완전히 덮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관리인은 준비된 천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곳에 그릇을 놓고 잠자리와 통로를 옮기기로 했다. 누수는 고쳤다고 선언하지 않았고, 지금 밤에 쓸 수 있는 상태만 확인했다.

서린은 “아픈 사람부터”라며 자리를 배정하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자고 싶은지, 밤에 자주 깨는지, 조용한 곳이 필요한지 각자 물었다. 네 구역의 인원은 여덟 명씩 맞았고, 개인 이름을 문밖에 걸지 않았다. 공구함 열쇠는 관리인과 주민 두 명이 나눠 가졌다. 누수가 다시 생기면 사람부터 통로로 옮기기로 했다.

관리인은 배수로와 빗물받이가 다시 막히지 않는지 확인했다. 앞서 합의한 공구 잠금과 한철 뒤 재논의 조건은 관리인과 주민 두 명이 각각 확인 표시를 남겼다. 작업장 문은 안전 점검을 마친 뒤 열려 있었다. 주민들의 한철 합의가 완료된 뒤, 일곱 길잡이와 지안은 조합 숙직방으로 돌아갔다. 서린은 주민들과 함께 네 구역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안전 점검이 끝난 뒤 서른두 주민은 한 사람씩 문을 지나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고, 입실 명부의 마지막 이름까지 직접 대답했다.

입구를 지나며 한 주민은 자기 돗자리가 물받이 그릇과 너무 가까워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곳을 옮기고 싶다고 했고, 먼저 있던 주민은 잠자리 자리를 내주는 대신 통로 쪽 작은 선반을 쓰기로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짐을 옮길 때까지 기다렸고, 서린은 배치도를 고쳐 적었다. 네 구역의 인원은 여전히 여덟 명씩이었지만, 그 숫자가 각자의 자리를 고정하지는 않았다.

관리인은 창고 열쇠를 돌려받고, 주민에게 작업실 열쇠 두 개를 건넸다. 주민들은 그날 밤만큼은 서로의 물건을 감시하지 않기로 하고도, 공구 선반은 합의한 방식대로 잠갔다. 한 주민이 문을 닫기 전에 다시 바닥을 살폈다. 물은 고이지 않았지만 동쪽 벽 아래에는 아직 젖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자국을 모두가 보았고, 다음 날 확인할 일로 적었다.

목패를 걸기 전, 한 주민은 ‘머무는 곳’이라는 문구가 영구 거주 허가로 오해되지 않을지 물었다. 서린은 한철 합의의 시작일과 다시 의논할 달을 작게 새기자고 했고, 관리인은 같은 날짜를 장부에 적기로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기록을 확인한 뒤 문구를 확정했다.

관리인이 문 옆에 손바닥만 한 목패를 걸었다.

온새미에서 온 서른두 사람 — 한철 머무는 곳

목패는 종길청의 종적이나 영구 허가가 아니었다. 그날 합의한 거처의 범위만 가리켰다. 서린은 주민 서른두 명에 포함되어 이곳에 머물렀고, 길잡이 일곱과 지안은 별도 숙직방을 썼다.

여울은 목패를 읽고 라온에게 물었다. “이게 일곱째 길이에요?”

여울은 다시 물었다. “여긴 내일 아침에도 열려 있어요?” 관리인은 한철 약속을 넓히지 않고 대답했다. “오늘 밤은 들어와도 돼. 내일은 우리가 다시 살펴보면 돼.” 여울은 대답을 듣고도 문턱에서 바로 발을 옮기지 않았다. 오늘 밤 들어가도 된다는 말과 내일도 열린다는 보장은 달랐다. 그는 목패의 ‘한철’이라는 글자를 다시 읽고, 라온이 답을 덧붙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라온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시험로는 열두 걸음뿐이고 작업장은 한철 빌린 자리였다. 오늘 확인한 범위 밖까지 된다고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았어. 오늘 확인한 건 열두 걸음하고 같이 머물 조건이야. 다음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함께 정해야 해.”

밤이 깊자 서른두 주민은 통로를 비운 채 자리에 들었다. 일곱 길잡이와 지안은 조합 숙직방에 머물렀다. 밖에서는 단이 셋, 멈춤, 다시 셋 하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것을 길이라고 기록하지 않았다. 서린은 열두 걸음의 수량과 물길을 장부에 남겼고, 라온은 목패 아래 빈칸에 질문 하나를 적었다.

‘일곱째 길은 누가 정하는가.’

답은 쓰지 않았다. 새벽에 배수로와 빗물받이를 다시 확인한 뒤, 주민들이 함께 결정할 일이었다.

21. 한철 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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