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27. 늦은 약

진료소 문은 오전 종이 울리기 전에 보였다. 그러나 수레가 닿을 때 종은 이미 두 번째로 울리고 있었다. 다래가 고삐를 세우기도 전에 해나가 내려 약재 상자의 젖은 표찰을 보여 주었다. “바깥 천이 젖었어요. 봉인은 열지 않았습니다.”

진료소 책임자 하림은 일곱보다 먼저 소란의 들것을 받았다. 발의 부기와 체온을 확인하고 광부 둘을 안으로 들였다. 약재 검수는 그다음이었다. 하림은 손을 씻고 상자를 열어 안쪽 종이를 하나씩 살폈다. 마른뿌리의 절반은 온전했고, 가장자리에 놓인 두 묶음은 습기를 먹었다. 해나는 변명하기 전에 두 묶음의 위치를 적었다. “그 길을 고른 건 우리예요. 진료소에서 못 쓰면 운송 보수에서 빼 주세요.”

하림이 첫 묶음의 끈을 풀 때 해나는 자기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맡은 물건을 늦게 가져온 사람이 검사까지 재촉할 수는 없었다. 부서진 건 봉인이 아니라 안쪽을 감싼 종이 모서리였다. 하림은 한 장을 꺼내 손바닥 위에 눌러 보았다. 바삭해야 할 뿌리가 손끝에서 구부러졌다. 해나는 처음으로 상자를 덮어 들고 싶어졌다. 안쪽 두 묶음을 자신이 골라 다른 데 쓰면 손실을 적지 않아도 될 듯했다. 하지만 소란은 바로 옆방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하림이 보는 앞에서 젖은 위치를 더 크게 표시했다.

“못 쓰는지부터 봐야죠.” 하림은 냄새와 단면을 보고 두 묶음을 따로 놓았다. “치료용으로는 받지 않겠습니다. 나머지는 오늘 쓸 수 있어요.” 계약서에는 전량 인도와 오전 도착이 함께 적혀 있었다. 두 조건 모두 지키지 못했다. 이든은 도장 옆의 감액 칸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두 닢의 철핀, 전령 값, 여기서 빠지는 보수까지 합치면 지름길이 아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두 묶음은 버려야 하나요?” 해나가 물었다. 하림은 곧바로 답하지 않고 바깥 선반을 가리켰다. “치료실에는 못 들여요. 씻어 말려도 원래 약으로 팔 수 없고요. 광산의 손 씻는 물에 쓸 수 있을지 내가 따로 확인할게요.” 해나는 쓸모가 남았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그것이 계약을 지켰다는 뜻은 아님을 알았다. 이든은 보수에서 빠질 칸에 손가락을 댔다. 숫자를 밀어 올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검수 이유를 따질 뻔했지만, 뿌리의 젖은 단면을 직접 본 뒤 손을 뗐다.

석주가 말했다. “손상은 우리가 함께 옮긴 짐에서 났어요. 내 운송 몫도 나눠 깎으세요.” 라온은 고개를 저었다. “길은 내가 골랐어.” 다래가 둘을 가로막았다. “책임은 기록해요. 다만 누구 한 사람이 전부 메웠다고 꾸미진 말아요. 나는 멈추라고 말하기 전에 첫 굽이를 허락했으니까.” 하림은 감액의 근거를 세 줄로 나눠 썼다. 시한 위반, 젖은 두 묶음, 구조를 위한 경로 변경. 마지막 줄에는 진료소가 요청한 구조 협조 사실을 아루의 서명으로 붙였다. 감액은 남았지만 일곱이 약을 버리고 놀았다는 기록은 남지 않았다.

해나는 하림이 마른뿌리를 찬물에 잠깐 불리는 걸 보고 손을 뻗다 멈췄다. 남쪽에서는 곧장 끓였다. “왜 먼저 식혀요?”

“여기 뿌리는 얇아요. 바로 끓이면 쓴 껍질만 먼저 나옵니다.” 하림이 한 조각을 건넸다. “환자 입에 들어갈 약이면 색실보다 물을 먼저 봐요.” 해나는 자신이 외운 이름과 이곳에서 실제로 쓰는 법을 따로 적었다. 소란의 다리는 약 한 번으로 낫지 않았다. 하림은 부목을 다시 맞추고 적어도 며칠 쉬어야 한다고 했다. 소란은 갱도가 닫힌 동안 뭘 먹고 사느냐고 물었다. 아루가 수문 수리 인원을 꾸릴 테니 자신은 밖에서 목재를 손질하자고 제안했다. 하림은 그 일도 다리가 안정된 뒤라고 못 박았다.

소란은 해나에게 “약이 늦었으면 내 발이 더 아픈가요?”라고 물었다. 해나는 할 수 있는 말과 모르는 말을 골랐다. “지금 붓기는 갱도에서 다친 뒤 생긴 거예요. 내가 늦게 온 것이 회복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하림 선생이 봐야 해요.” 하림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늘 밤 다시 열이 오르는지 보겠다고 했다. 소란은 다래가 놓아 둔 마른 담요 끝을 붙잡았다. 해나는 사과 대신 오늘 사용할 물 온도를 하림에게 다시 물었다.

라온은 진료소 마당에서 서린의 편지를 만졌다. 약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과 늦어졌다는 사실이 동시에 손에 남았다. 그는 하림에게 북쪽으로 가는 운송 기록을 물었다. 하림은 약재 장부 맨 아래에 낯선 묶음 번호가 찍힌 것을 보여 주었다. ‘서창-6’. “진료소 약과 같은 수레에 실린 건 아니에요. 지난달 창고 사람들이 봉인을 확인하러 왔죠.”

“어떤 물건이었습니까?”

“내 장부에는 없어요. 그들이 가져온 묶음표만 보았어요.” 하림은 모른다는 선을 그었다. 라온도 그 번호 옆에 물음표만 적었다. 온새미 몫이라는 추측을 적을 칸은 아직 없었다.

진료소를 떠날 때 쇠마루 수리공의 전령이 마당에서 기다렸다. “차축 부품은 해 지기 전까지입니다. 늦으면 오늘 조립 순서를 넘겨요.” 이미 낮이었다. 다래는 큰길과 언덕길을 나란히 그렸다. 이번에는 단이 지름길이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수레의 핀을 갈았어도 노새와 짐의 폭은 그대로였다. 그들은 큰길을 택했다. 손해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도, 바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언덕길로 가면 사람만 먼저 닿을 수 있었다. 부품을 들고 뛰어갈 도윤은 이미 손을 들고 있었다. 다래는 상자의 크기를 보고 “부품만 보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접수에는 내가 가진 봉인표가 필요해요”라고 했다. 라온은 그녀에게 같이 뛰자고 말하지 않았다. 전날 세 시간을 잃은 이유가 바로 수레 일을 발 빠른 사람의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도윤의 손을 내리게 하고 다래가 고른 큰길에 앞장섰다.

27. 늦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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