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30. 여섯째 묶음

다음 날 아침, 쇠마루의 찬 비는 높은 산등성이에서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마을에는 겨울 첫눈이 내리지 않았다. 기련은 수리한 차축을 출발하는 수레에 달아 보이며 어제 늦은 부품이 오늘은 제대로 쓰였다고 했다. 라온은 접수표 뒤에 그 확인을 받았다. 늦은 값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물건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았다.

다래는 시험 운행에서 수레가 첫 바퀴를 도는 동안 소리를 들었다. 쇠가 닿는 짧은 울림은 나지 않았다. 그녀는 기련에게 인장을 더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바퀴에 흰 가루 한 줄을 긋고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석주는 그 표시가 지워지지 않도록 짐을 싣는 순서를 바꿨다. 일곱이 북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두 사람이 할 일은 이미 시작됐다.

도윤과 윤호의 두 번째 대련은 축제보다 조용했다. 전날 판정을 맡은 장인이 같은 안전선을 다시 긋고 나무망치 끝을 확인했다. 모아는 말판을 펴지 않고 도윤의 발만 보았다.

윤호는 전날의 발걸음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비키는 척하다 안쪽으로 접었고, 도윤은 따라갈 뻔했다. 그는 첫 타를 짧게 끊었다. 나무망치가 허공에서 멈춘 자리에 윤호의 손목이 잠깐 들어왔다. 두 번째에는 도윤이 발을 옮기지 않고 윤호를 움직이게 했다. 밖에서 보던 모아가 허공에 말판의 두 번째 수를 그렸다. 도윤은 그것을 보지 못했지만, 어젯밤 둘이 놓던 칸을 기억했다. 세 번째 힘이 몸 안에서 솟았을 때 그는 바로 휘두르지 않았다. 숨 하나를 더 들이켰다. 윤호의 망치 끝이 그의 손목으로 들어오자 도윤은 손잡이를 내려 같은 흰 천을 노렸다. 둘의 표식이 동시에 흔들렸다. 판정이 무승부라는 말을 듣고 도윤은 잠시 아쉬워했다. 어제는 지고도 웃었는데 오늘은 비기고 아쉬웠다. 그만큼 다음 동작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윤호가 웃으며 다시 오라고 했다. 도윤은 주황 띠를 풀지 않은 채 “그때도 세 번 안에서 해 볼게”라고 답했다. 그는 어제보다 적게 휘두르고 오래 서 있었다. 모아가 말판을 건네자 도윤은 접어서 자기 짐에 넣었다. 다음번엔 싸우기 전 그 위의 빈칸을 먼저 볼 생각이었다.

일곱은 북쪽 종지기 마을로 가는 큰길을 택했다. 다래와 석주는 쇠마루에 남아 차축을 단 수레의 시험 운행을 맡고, 귀로에 진료소로 보낼 빈 병을 싣기로 했다. 둘에게는 그곳의 일과 보수가 있었다. 일곱은 가벼운 짐만 메고 북쪽으로 걸었다. 단은 운반인의 작은 길을 먼저 살폈다가, 다리를 다친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경사가 급하다고 적고 돌아왔다. 일행은 걸을 수 있는 큰길을 그대로 갔다.

오후에 길이 높아지자 비는 얇은 얼음 알갱이로 바뀌었다. 단은 손등에 닿는 알갱이를 보고 첫눈이라 부르려다가 지도에 그려 둔 낮은 마을을 돌아봤다. 그쪽은 아직 비였다. 시온은 능선의 높은 흰 부분을 작은 점으로 표시했다. “여기만 잠깐 얼었어.” 도윤이 주황 띠를 머리에 둘러 귀를 가리자 해나가 웃었다. 해나는 환자의 체온을 묻던 아침과 달리 자기 손이 차가워진 걸 뒤늦게 알았다. 이든이 장갑 한 짝을 빌려주었다. 나머지 한 짝은 총을 잡는 손에 끼고 있었다.

마을 입구의 종은 낮에도 울렸다. 겨울이 오면 멀리 떨어진 집들에 길이 끊겼다는 신호를 보내는 종이었다. 종지기 누리는 마당에서 닳은 줄을 바꾸고 있었다. 라온이 ‘서창-6’ 묶음표를 보여 주자 누리는 창고의 접수책을 꺼냈다. 여섯째 묶음은 지난달 실제로 도착했다. 누리가 받은 건 종줄과 식량 일부, 그리고 다른 골짜기로 가져갈 보온천이었다. 발신인은 서쪽 창고, 인수인은 누리였다. 그 위에 찍힌 중간 운반 인장은 번져 이름을 읽기 어려웠다.

누리는 책을 바로 건네지 않았다. 먼저 일곱에게 종줄의 낡은 끝을 잡아 보게 했다. 물을 먹은 섬유가 손가락 사이에서 풀렸다. “이걸 갈던 날, 서쪽 마을에 사람 셋이 고립됐어요.” 누리는 새 줄에 매듭을 짓고 나서야 접수책을 열었다. 라온은 물건 목록보다 그 줄의 닳은 면을 먼저 보았다. 서린이 부탁한 것을 찾으러 왔지만, 여기서 종은 실제로 누군가의 길을 알리는 물건이었다. 그는 그 사실과 온새미의 빈자리를 어느 쪽도 지우지 않고 보려 했다.

“그걸 온새미에서 훔친 사람이 가져왔나요?” 라온이 물었다.

“그 사람 이름을 나는 몰라요.” 누리는 책장을 덮지 않았다. “대신 그 물건으로 북쪽 골짜기 세 집이 그날 밤 길을 건넜어요. 종줄이 끊어졌다면 우리가 위치를 알릴 수 없었을 겁니다.” 누리는 그날의 날짜와 세 집이 서명한 수령표를 보여 주었다.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누가 왜 원래 약속을 바꿨는지는 그 종 아래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수령표의 첫 집은 글자 대신 세 번 꺾인 선을 남겼다. 누리는 그 집의 노인이 손에 힘이 없어 자신이 선을 그리게 한 뒤, 노인이 자기 손으로 마지막 한 획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라온은 여울의 흐린 이름을 떠올렸다. 누가 도움을 받았는지는 이 작은 획으로도 남았다. 그러나 중간 운반 인장에는 뭉개진 원만 보였다. 시온이 책을 창 쪽으로 기울여도 이름은 살아나지 않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글자를 추측해 읽어 주지 않았다.

라온은 서린의 편지를 펼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쓴 쪽지를 새로 접었다. ‘여섯째 묶음은 종지기에게 도착. 종줄과 보온천이 사람들을 도왔다. 온새미의 몫이었는지, 누가 경로를 바꿨는지는 확인되지 않음.’ 그는 전달할 사실과 남은 질문을 나누었다. 모아가 그의 어깨 너머로 보다가 말했다. “그 정도면 돌아갈 이유도, 더 갈 이유도 둘 다 있네.”

해나는 누리에게 줄을 바꾸다 손이 얼면 어떤 기름을 쓰는지 물었다. 이든은 오래된 도르래를 살펴보고 지금 가진 도구로 조일 수 있는 나사 하나만 조였다. 시온은 다음 골짜기까지 보이는 능선과 보이지 않는 굽이를 나누어 그렸다. 단은 종소리가 들리는 마지막 지점까지 뛰었다가 돌아왔다. 도윤은 무거운 줄뭉치를 들려 했지만 누리가 손을 저었다. “여기선 둘이 나눠 들어요.” 그는 줄 절반만 들었다.

누리는 중간 운반 인장을 다시 보더니 말했다. “서쪽 창고에 원표가 남아 있을 거예요. 여기 것은 비에 번졌지만, 출고할 때 찍은 건 마른 책에 있으니까.” 라온은 그 창고가 온새미로 돌아가는 길과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다. 당장 누구를 추궁하러 달릴 수는 없었다. 일곱은 먼저 누리가 표시한 북쪽 다음 마을의 길을 살피고, 돌아오는 길에 원표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 선택은 서린의 판단까지 대신하지 않았다.

라온은 접수책을 그대로 돌려주고 누리에게 공개해도 되는 문장을 물었다. 누리는 물품의 도착 날짜와 세 집의 구조만 적어도 된다고 했다. 고립된 사람들의 이름과 집 위치는 빼 달라고 했다. 라온은 자기 쪽지에 그 선을 그어 넣었다. 돌아가서 서린에게 보여 줄 것은 누리의 책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날짜와 출처였다. 책을 들고 가면 증거가 늘어날 듯했지만, 여기서는 그 책이 다음 종줄을 받을 사람의 기록이었다.

종이 한 번 더 울렸다. 일곱은 같은 소리를 듣고도 각기 다른 것을 챙겼다. 라온은 확인되지 않은 이름을 비워 둔 쪽지를, 모아는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패 끈을, 도윤은 세 번 안에서 멈추는 호흡을. 길은 지도 위에서 하나로 이어졌지만 그 위를 걷는 발은 일곱이었다.

30. 여섯째 묶음

이 화를 다 읽었습니다.

다른 작품 고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