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32. 종 사이의 길

열일곱째 날 아침, 북쪽 다음 마을로 이어지는 초소의 종이 평소보다 늦게 답했다. 누리는 빈 그릇으로 종 아래 바닥을 두드려 간격을 재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저쪽 교대가 줄을 놓친 걸까요?” 전날 높은 집의 아이가 쓴 길과 초소 길은 처음 절반만 같았다. 누리는 종을 지켜야 했고, 아이의 어머니는 노인의 마른 옷을 찾아야 했다. 길 안내에 나선 이는 어제 물통 소리를 들었던 마을 운반인이었다. 그는 어제보다 낮은 물길을 택했다. 일곱은 이 길을 살피는 일이 예정된 북쪽 조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라온은 초소에 가면 교대 종지기에게 온새미 일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발을 빠르게 했다. 운반인이 두 번 속도를 늦추라고 하자 라온은 세 번째에야 제대로 멈췄다. 바람이 불 때 길 옆 표식이 보였다 사라졌다. 단은 앞서 뛰어 가장 큰 돌 뒤에 마른 자리를 찾고 돌아왔지만 “여기서부터는 내가 한 번 더 봐야 해”라고 했다. 그는 바로 어제 배운 말을 자기 발에 적용했다.

초소로 향하는 보행 지름길 첫 수로 위의 나무발판은 제자리에 있었으나 고정끈 하나가 느슨했다. 수레가 다니는 낮은 큰길은 따로 있었다. 건너편에서 종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게 한 번, 짧게 두 번. 누리가 알려 준 위험 신호는 아니었다. 운반인은 “사람을 부르는 소리”라고 했다. 마을 쪽에서 두 주민이 앞서 가다가 발판 앞에 막혀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열이 나는 동생을 데리고 초소의 약초와 쉼터를 찾아가던 길이었다. 기다리면 북쪽 초소에서 누가 와 줄 수도 있지만, 종이 늦게 답한 이유부터 알 수 없었다.

도윤이 발판을 들어 올리려 하자 운반인이 바닥의 물기를 짚었다. “위로 들면 남은 끈도 끊어져요.” 이든은 수레 바퀴를 묶던 짧은 매듭을 기억했다. 새 줄을 넓게 둘러 발판을 당기는 동안, 모아는 방패를 건너는 사람의 몸 앞이 아니라 발판의 기울어진 모서리에 세웠다. 손끝에 힘의 각도가 잡혔다. 어깨가 아파 오래 버틸 수 없다고 먼저 말했다. “처음 세 사람만 내가 받칠게. 나머지는 새 줄을 잡고 하나씩.”

먼저 운반인이 건너가 새 줄 끝을 잡았다. 이어 약초를 찾던 주민이 건너 동생을 받을 자리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열나는 아이가 해나의 손을 놓고 운반인의 손을 잡았다. 해나는 출발 쪽에서 열을 확인했지만 여기서 생기를 한 번에 쏟지 않았다. 아이가 걸을 수 있고 초소에 쉼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모아의 팔이 떨리기 전에 단이 출발 쪽에서 방패 밑의 쐐기를 받았다. 도윤은 발판을 치지 않고 새 줄을 당겼다. 아이가 건너편에 두 발을 디디자 모아가 방패를 내려놓았다. 나머지 일곱은 고정된 새 줄을 잡고 한 명씩 건넜다. 발판은 사람을 모두 건너게 했지만 짐수레는 지나갈 수 없었다. 운반인은 돌아오는 길에 수리 인력을 불러야 한다고 표시를 남겼다.

열나는 아이를 데려온 주민은 강 건너자마자 초소로 뛰려 했다. 해나가 그의 소매를 잡았다. “지금은 혼자 먼저 가면 누가 이 아이를 데려가요?” 주민은 “제가 약초를 찾으러 온 사람인데요”라고 답했다. 단이 가까운 쉼터까지 걸을 수 있는 마른 자리를 알려 주었다. 주민은 아이를 업고 그 길을 택했다. 빠른 사람이 앞서 달리는 것보다 같이 도착하는 게 필요했다. 해나는 아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 골라 의식과 호흡을 확인했다. 진료소에서 배운 찬물과 뜨거운 물의 차이가 떠올랐지만, 여기서는 먼저 따뜻한 방이 있어야 했다.

이든은 발판 아래에서 작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총을 들었으나 쏘지 않았다. 물에 흔들린 나뭇잎일 수도, 따라온 짐승일 수도 있었다. 그는 운반인에게 먼저 손가락으로 위치를 알렸다. 운반인은 사람들을 마른 땅으로 옮긴 뒤 돌을 던져 보았다. 검은 것은 떨어진 천 조각이었다. 이든은 일반탄 열 발을 그대로 챙겼다. 모아가 “그건 네가 이겼다”고 하자 그는 “두 닢짜리 손질값이 아까워서”라고 답했다. 둘 다 그가 사람 앞에서 먼저 판단을 멈춘 걸 알았다.

운반인은 천을 건져 발판 난간에 묶었다. 돌아오는 길에 누구든 수리 전의 약한 쪽을 알 수 있게 한 표시였다. 라온은 지도에 ‘건널 수 있음’이라고 쓰다가 운반인의 손을 보고 ‘사람 셋씩, 수레 불가’라고 고쳤다. 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노새길에서 자기 발만 보고 그은 선과는 달랐다. 그들은 다음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살피러 왔고, 이 한 문장은 그 길의 오늘 상태였다.

초소 가까이서 종이 다시 길게 울렸다. 그 소리 뒤에는 거친 기침이 섞여 있었다. 초소의 교대 종지기는 줄을 놓친 게 아니라 한 손으로 줄을 당기고 다른 손으로 문 밖의 젖은 장작을 옮기고 있었다. 불을 꺼뜨리면 열이 나는 주민들이 쉴 방이 식었다. 종을 오래 비울 수도 없었다. 그는 일곱을 보자 “질문은 불이 붙은 뒤”라고 했다. 라온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일곱은 장작을 안으로 나르고, 해나는 주민의 열을 다시 보았다. 누리의 기름을 바른 손으로 종줄을 감싸던 종지기는 손바닥이 갈라져 있었다. 해나가 작은 천을 대자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종줄을 놓는 시간은 운반인이 대신 세어 주었다. 잠시 뒤 불이 살아나고 맞은편 마을의 종이 답했다. 길을 건너온 주민은 동생에게 따뜻한 물을 건넸다. 종이 늦었던 이유와 사람의 몸이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보였다.

그제야 종지기는 자기 이름을 말했다. 기주. 라온은 그 이름을 적었다가 손을 멈췄다. 누리가 말한 ‘전용된 교대 종지기’가 바로 이 사람인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기주는 라온의 쪽지를 보고 먼저 물었다. “온새미에서 왔어요?” 그 이름을 듣고도 그의 손은 종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32. 종 사이의 길

이 화를 다 읽었습니다.

다른 작품 고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