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건이 보낸 답 신호가 중간 선반까지 들렸다.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본대 앞쪽이 낮은 길의 큰 돌에 막혔다는 뜻이었다. 라온은 뒤쪽 일곱을 선반에 두고 내려갈 수 없었다. 류건도 스물여섯을 멈춰 세운 채 기다릴 수 없었다. 두 대열의 어려움이 같은 시간에 왔다. 라온은 단을 낮은 길로 보내 실제 돌의 높이를 보고 오게 했다. 단은 줄을 허리에 묶고 달렸다. 돌아올 때 숨을 한 번 더 골라야 했고, 신발 뒤축에는 굳은 진흙이 두껍게 붙었다.
“사람은 오른쪽 물길로 내려갈 수 있어. 수레는 못 지나가.” 단이 말했다. 식량 수레를 버리면 스물여섯은 빈손으로 아래에 닿는다. 수레를 기다리면 뒤쪽 일곱의 선반에 그림자가 모일 수 있다. 라온은 낮은 길의 결정을 류건에게 전할 신호를 두드렸다. 답은 곧 오지 않았다. 모아는 “우리가 그 수레를 대신 고를 순 없어”라고 했다. 그녀는 중간 선반의 일곱이 앉을 자리를 옮겨 한쪽 벽에 붙였다. 그림자가 올라오면 한꺼번에 물러날 수 있는 너비가 생겼다.
단이 낮은 길에 도착했을 때 돌은 수레바퀴만 한 것이 아니었다. 위에서 떨어진 작은 조각들이 물길에 쌓이며 바퀴 하나가 걸릴 만큼의 둔덕을 만들었다. 운송자가 손으로 돌을 빼려 하자 다음 낙석이 그의 발 앞에 튀었다. 류건은 수레를 밀어 보라는 명령을 삼켰다. 줄 끝을 잡은 주민은 “이것까지 버리면 내려가서 뭘 먹어요?” 하고 물었다. 류건은 대답 대신 자루의 매듭을 풀었다. 돌 하나가 더 떨어지기 전까지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너비를 재야 했다.
단은 높은 선반과 낮은 길을 잇는 지름길에 줄을 걸었다. 상처 난 나무 기둥은 버티지 못했고, 바위 틈을 찾아 다시 묶는 동안 손톱 밑에 모래가 박혔다. 저 위에는 일곱이, 여기에는 스물여섯이 있었다. 그는 두 곳을 한 번에 붙잡으려다 줄이 짧다는 걸 알았다. 끝을 버리지 않고 매듭을 다시 풀어 아래쪽 안내 줄로 썼다.
아래에서는 류건이 자기 결정을 내렸다. 낙석에 터진 식량 자루 하나를 포기하고, 온전한 자루 셋을 내려 물길 건너편으로 사람 손으로 넘겼다. 빈 수레 하나는 길 옆에 세웠다. 짐을 모두 지키지 못했다. 스물여섯 가운데 주민 스물이 먼저 낮은 장터 쪽으로 내려갔다. 회색깃과 운송자 여섯은 마지막 수레와 함께 남았다. 류건은 손실을 보고하려고 빈 자루에 자기 표시를 남겼다. 짐 때문에 사람을 돌려세웠다는 기록을 만들지 않으려는 손이었다.
첫 자루를 건넨 주민은 자기 아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려 했다. 맞은편에서 받은 사람이 “내가 들고 갈게”라고 하자 그제야 손을 놓았다. 류건은 자루마다 이름 대신 세 줄의 표시를 남겼다. 누가 많이 들었는지 나중에 다툴 일이 아니라, 아래에서 실제 몇 자루가 도착했는지 알아야 했다. 터진 자루의 곡식은 진흙에 붙어 주울 수 없었다. 한 운송자가 젖은 콩을 손바닥으로 긁어 모으다 뒤에서 떨어지는 돌 소리에 몸을 피했다. 류건은 그를 일으키고 빈 자루를 돌 위에 펼쳐 더는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낙석 하나가 길 아래의 천막을 찢었다. 아이 하나가 팔에 긴 상처를 입었다. 해나는 천막을 잘라 임시로 눌렀지만 피가 멈추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선반에서 라온이 해나를 보내기로 했다. 모아가 해나의 자리를 맡고, 단이 한 번 더 내려갈 길을 함께 확인했다. 해나는 아이 앞에서 생기를 봉합에 썼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피는 멎고 아이는 자기 손가락을 움직였다. 해나는 절단 기술을 쓸 힘도 같은 곳에서 꺼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번에는 사람을 붙이는 데 썼다. 손이 무거워져 다음 굽이에서는 물통을 단에게 맡겼다.
아이의 어머니는 해나가 손을 대는 동안 팔을 붙잡지 않았다. 그저 자기 손을 아이 앞에 내밀어 쥐게 했다. 아이가 다섯 손가락을 펴 보이자 어머니는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해나는 피가 멎은 자리에 새 천을 얹고 “아래에 닿으면 다시 봐야 해요”라고 했다. 힘을 쓴 뒤 눈앞이 잠깐 좁아졌지만, 두 발로 일어섰다. 위쪽 선반에 남은 사람들을 위해 지금 쓰지 못할 힘을 계산하는 일은 아이에게 들리지 않게 했다.
류건은 해나를 보자 “뒤에 일곱은?” 하고 물었다. “중간 선반에 있습니다. 모두 살아 있어요.” 해나가 답했다. 류건은 낮은 길을 지키는 여섯 가운데 둘을 위쪽 물길로 보낼 생각을 했다. 그러나 빈 수레와 식량을 남은 넷만 움직이면 스물 주민 뒤가 끊겼다. 그는 둘을 보내지 않았다. 해나는 그 결정을 이해했지만, 돌아가 라온에게 말할 때 목소리가 차가웠다. “안 보낸 이유가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내려갈 사람은 더 필요해요.”
시온은 높은 선반에서 낮은 길의 사람 그림자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셌다. 스물이 아래쪽 좁은 통로를 빠져나갔고, 여섯은 빈 수레 옆에 남았다. 기주의 종은 여기까지 희미했다. 그는 종이 두 번 들렸을 때만 표시했다. 들리지 않는 한 번을 멋대로 채우지 않았다. 라온은 시온의 숫자를 류건에게 전달할 수 없었지만, 류건이 보낸 답 신호에는 낮은 쪽 스물의 통과가 담겼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숫자가 맞았다.
류건 쪽 신호를 받은 라온은 해나가 돌아오는 걸 보며 더 위로 올라갈 길을 확인했다. 시온이 발견한 그림자는 햇빛이 기울 때마다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땅의 요철을 따라 저절로 늘어나는 그늘과는 달랐다. 라온은 자기가 노리기로 끌 수 있는 범위의 끝을 선반 바닥에 돌가루로 그었다. “여기서 밖으로 나가면 따라갈 수 없어.” 모아는 그 선 안에 일곱이 한꺼번에 앉지 않게 자리를 벌렸다. 한 사람이라도 넘어지면 방패를 돌릴 틈이 있어야 했다. 가족의 아이는 돌가루 선이 무슨 놀이냐고 물었다. 라온은 “넘지 않기 놀이”라고 답했고 아이는 잠깐 웃었다. 웃는 동안에도 선은 지워지지 않았다.
중간 선반에서는 수리공 하나가 남겨 둔 도르래를 돌아보았다. “저걸 가져왔으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어요.” 가족 중 어른이 대답했다. “그럼 당신이 거기 남았겠죠.” 둘은 말을 잃었다. 라온은 손에 남은 받침쇠를 살폈다. 도르래 없이도 원래 승강 발판의 손잡이를 살릴 방법이 있을지 물었고, 수리공은 “한 번은 버틸 수 있지만 되돌아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그 답이 지금의 선택 조건이었다. 낮은 길의 주민 스물이 빠져나간 덕에 어두워지기 전 한 번의 기회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