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째 날 오후, 낮은 장터에서는 높은 길이 끊겼다는 말보다 저녁 죽의 양이 먼저 돌았다. 류건은 온전하게 건넨 식량 자루 셋을 펼쳐 보였다. 하나는 전날 밤 장터에 도착한 주민들에게 이미 조금씩 풀었다. 낙석에 터진 한 자루와 낮은 길에 놓고 온 빈 수레는 장부에 따로 적혔다. 천막에서 아이 팔을 감았던 어머니가 “높은 길을 막았으면 내일 수레가 더 못 오잖아요”라고 했다. 류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살린 결정으로 곡식이 생기지는 않았다.
수리공 셋이 장터의 낮은 노새길을 걸어 보았다. 가장 좁은 굽이에 돌이 쌓여 한 사람이 지게를 지고 지나갈 너비만 남았다. 그들은 높은 난간에 두고 온 도르래가 있으면 이 돌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다 입을 다물었다. 도윤은 망치를 들었지만 오늘 쓸 파워는 없었다. 일반 쇳머리로 작은 돌을 깨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는 그 일을 했다. 전날 작은 못을 잃을 뻔했던 아이가 깨진 돌을 주워 길 옆으로 옮겼다. 어른들이 말릴수록 아이는 “여긴 걸을 수 있어요”라고 했다. 도윤이 웃으며 그 뒤를 따라 한 걸음 넓혔다.
이든은 여섯 발이 남은 일반탄을 세고 장터의 운송자에게 못과 줄 값을 물었다. 총알로 돌을 부술 수 없고, 못은 식량 자루를 움직이게 한다. 운송자는 받아야 할 비용에 빈 수레 한 대를 덧붙였다. 이든이 얼굴을 찌푸리자 그는 “내 수레였어요”라고 했다. 어제 류건이 사람을 먼저 보내며 버린 수레였다. 이든은 값을 깎기 전에 운송자의 이름을 적었다. 계약에 들어갈 손실을 누구의 희생이라고만 뭉개지 않으려면, 물건을 잃은 사람을 알아야 했다.
식량을 나누는 줄에서 주민 두 사람이 먼저 먹는 순서를 두고 다퉜다. 한 사람은 어제 아이를 업고 건넜고, 다른 한 사람은 터진 자루의 곡식을 끝까지 긁어 모았다. 둘 다 자기가 더 일을 했다고 말할 근거가 있었다. 류건은 둘 사이를 가르며 같은 그릇을 들고 왔다. “오늘은 같은 양입니다. 내일 일할 사람을 더 먹이자는 말은 오늘 저녁에 다시 듣죠.” 한 사람이 빈 그릇을 놓고 돌아섰다. 라온은 그를 따라가 왜 화났는지 묻지 않았다. 배고픔을 설명하게 하면 밥이 늘지 않는다. 대신 남은 온전한 자루를 물길 건너 마른 곳으로 옮겼다.
해나는 아이의 붕대를 갈았다. 상처는 다시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생기를 보태지 않고 물로 씻고 새 천을 묶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어제처럼 금방 낫게 못 해요?”라고 묻지 않았다. 해나가 손을 쉬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모아는 오른 팔을 들지 못해 옆에서 천 끝을 입으로 물고 당겼다. 아이는 모아의 묶인 어깨와 자기 팔을 번갈아 보더니 “나보다 많이 다쳤어요?”라고 물었다. 모아는 “너만큼 떠들 수 있으면 괜찮아”라고 했다. 아이는 웃었고 천의 매듭이 풀리지 않게 가만히 있었다.
누리의 전령이 왔다. 앞 수레 두 사람은 마을에 무사히 닿았으나 젖은 식량 두 자루가 먹을 만한지는 아직 가려야 했다. 그것을 장터의 확정 양에 넣지 않겠다고 류건이 말했다. 그는 주민 스물의 이름 옆에 먹일 날을 쓰다, 줄 끝에 비어 있는 칸을 보았다. 높은 길이 닫힌 동안 새 수레가 들어올 날짜였다. 누구도 그 칸을 채울 수 없었다. 낮은 길로 먼저 내려왔기에 스물여섯이 살았다. 지금은 그 낮은 길을 넓히지 못하면 살아온 사람들의 밥이 끊긴다.
장터 바깥에서 노새 한 마리가 빈 나무틀을 끌고 올라왔다. 운송자가 동물을 세워 놓고 길의 폭을 재자, 나무틀은 첫 굽이에서 걸렸다. 주민 둘이 좌우에서 밀어 보았지만 바퀴도 없는 틀이 돌에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 수리공은 다음 날까지 한 돌을 더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건은 노새를 다시 내리게 했다. 빈틀조차 못 올라오면 남쪽에서 새 수레를 구해도 지금은 쓸 수 없다. 곡식 한 자루의 부족은 그릇 속에서만 보이지 않았다. 길의 폭을 재는 손에도 남았다.
라온은 재겸의 현재 호송표를 꺼냈다. 낮은 길로 보내라는 지시와 어제 류건이 그 길에서 수레를 놓은 결정은 다른 줄에 써야 했다. 그는 류건에게 “당신 결정이 옳았다는 말로 수레 값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했다. 류건은 “그 말이면 됐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장터의 사람들은 둘의 논쟁을 구경하지 않았다. 갈림길에 새 표지를 세우고 빈 자루를 잘라 젖은 곳에 깔았다. 낮은 길은 그 손들이 없으면 내일도 좁았다.
수리공들은 낮은 굽이에 임시 나무틀을 세웠다. 도르래가 없으니 돌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옆으로 미는 방식이었다. 단은 줄을 걸어 봤지만 젖은 바퀴가 나무틀을 밀어 버렸다. 도윤이 큰 돌을 옆에 놓자 길이 조금 더 좁아졌다. 셋은 서로 그만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수리공 하나가 “높은 길 공구 상자에 이만한 못이 있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이든은 자기 주머니의 작은 못을 내밀었다. 아이의 장난감보다 짧았고 틀 한 모서리에만 박혔다. 그날 만든 길은 수레가 아니라 지게 한 줄을 통과시켰다. 첫 지게가 올라오자 주민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다음 지게를 받아 들었다.
밤에는 기주가 종지기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보낸 짧은 답이 왔다. 북쪽에 있던 재겸에게 다리 절단과 식량 손실을 전했다는 소식이었다. 서린의 세 차례 청구와 기주의 인력 이동 증언도 따로 다시 적었다. 라온은 재겸이 오기 전에 답을 정해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빈 자루 앞에서 “몰랐다”는 말만 들을 생각도 없었다. 그는 운송자에게 갚을 수레 값, 수리공이 잃은 도르래와 공구, 주민의 하루 식량을 세 칸에 썼다. 마지막 칸에는 아직 사람 이름을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