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파란 창의 행방 · 소설

7화 · 여섯 시 전

금요일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누리 뒤 골목에는 젖은 시멘트 냄새가 났다. 도윤은 뒷문에서 떨어진 공용 보도 위에 섰다. 하역장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이제 그의 일터도 아니었고, 허락 없이 들어갈 생각도 없었다.

지우가 편의점 쪽에서 걸어왔다. 남색 셔츠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을 그녀 스스로 발견하고 다시 잠갔다. 도윤은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전화에 일요일 출발 사진을 띄웠다. 왼쪽 옆면 아래 연녹색 자국을 크게 키워 둔 화면이었다. 손가락 마디만 한 표식이 작은 화면에서는 그보다 훨씬 컸다.

“차가 아직 안 왔죠?”

“네. 윤호 말로는 다섯 시 반.”

“혹시 다른 차가 오면요?”

“차보다 작품을 봐야죠. 대형 작품 한 점이 나간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도윤은 기존 운송표의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06:00이라는 숫자가 화면에 남아 있었다. 윤호가 보내 준 민석의 공용 설치 대화방 공지에는 05:30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느 시각이 현장에서 적용될지 몰라 먼저 와 있었다. 오늘의 첫 행동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전날까지 계속 문을 열고 밀고 전화하던 몸에는 그 일이 가장 어려웠다.

다섯 시 서른셋 분, 작은 화물차가 골목에 들어왔다. 카페 로고가 문에 붙어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최원호가 경사판을 폈다. 도윤은 사전 공개 때 그가 갤러리에 왔던 것을 기억했다. 지우는 그를 이름으로 불렀다.

“원호 씨. 여기 왜 오셨어요?”

“그림 받으러요. 오늘 아침에 넘겨 준다고 해서요.”

지우는 한 걸음 멈췄다. 도윤은 그녀가 원호를 공범이라고 소리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원호의 손에는 차 키가 있었고, 얼굴에는 물건을 싣기 전 필요한 사람을 만났다는 당혹감이 있었다. 도윤은 그 표정으로 무죄를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자리에서 확인할 사람이 한 명 늘었다는 사실을 봤다.

하역장 문이 열렸다. 민석이 길고 납작한 크레이트를 카트에 세워 밀고 나왔다. 은색 별 스티커가 윗면에 붙어 있었다. 한쪽 걸쇠는 잠겼고 다른 쪽은 아직 열려 있었다. 안쪽으로 회색 천이 접혀 보였다. 도윤은 주머니 속 장갑을 만졌다. 지우의 흰 운송 천인지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별은 누리의 표식일 뿐이었다.

“제가 그린 그림인지 보고 싶어요. 싣기 전에 잠깐만요.” 지우가 먼저 말했다.

민석은 카트를 멈추지 않은 채 도윤을 봤다. “당신은 직원도 아니잖아요. 운송 업체도 아니고.”

“맞아요. 그래서 제가 아니라 작가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지우는 크레이트를 가리켰다. “제 원화와 크기가 같아요. 열어 봐야 해요.”

“운송 예약된 물건입니다.” 민석이 종이를 흔들었다. “길 막으면 당신들이 책임져요.”

원호가 경사판에서 손을 떼었다. “오 사장님, 무슨 얘기예요? 저는 작가가 파는 걸로 들었는데.”

“맞습니다. 다만 지금 이분들이 전시 취소를 핑계로 소란을 피워서.”

도윤은 ‘맞습니다’라는 말을 기억했다. 지금까지 민석은 그림을 어디에 두었는지 답하지 않고 비용을 말했다. 오늘은 구매자의 질문 앞에서 승인됐다고 단정했다. 그것도 기록할 말이었다.

크레이트가 경사판에 닿기 전에 도윤은 휴대전화에 차량이 도착한 시각과 은색 별의 위치를 적었다. 하역장 앞의 빈 접이식 카트에는 손대지 않았다. 자신이 통로를 막는 대신 지우의 확인 요청을 뒷받침할 기록을 남겼다.

“잘못 실으면 다시 내려야 합니다. 작가가 한 번 보고 결정하게 해 주세요.”

지우가 원호를 보았다. “제가 보낸 그림인지 확인하고 싶어요. 딱 왼쪽 옆면만요.”

원호는 민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먼저 보시죠. 저는 확인할 때까지 싣지 않을게요.” 그가 경사판에서 손을 완전히 뗐다. 도윤은 원호의 말과 멈춘 카트의 상태를 기록했다. 운송은 멈췄다.

민석은 크레이트를 닫으려고 안쪽 천을 끌어당겼다. 그보다 먼저 지우의 손이 회색 천의 접힌 끝을 잡았다. 그녀는 걸쇠나 액자에 손대지 않고 천만 몇 센티미터 들었다. 도윤은 그림이 쏟아지지 않도록 카트 아래에서 받쳤다. 목재 틀을 감싼 캔버스의 왼쪽 옆면이 드러났다.

연녹색이었다.

지우가 천을 더 걷지 않고 손을 멈췄다. 도윤은 그녀가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는 것을 들었다. 지우는 사진을 옆에 가져왔다. 화면의 연녹색이 있는 위치와 눈앞 캔버스의 위치가 같았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두 면을 번갈아 가리켰다. 첫날 갤러리에서 없던 색은 여기 있었다.

“이게 제가 그린 원화예요.” 지우가 말했다. “전시장에 걸린 건 이 밑칠이 없어요.”

민석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작가가 보관해 달라고 한 겁니다.”

“보관도, 판매도 허락한 적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도윤은 대신 말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원화가 자기 것이라는 말은 지우가 해야 했다. 그는 일요일 출발 사진의 원본 화면을 원호에게 볼 수 있게 들었다. 같은 면이 사진에 있었고, 일요일 입고 사진에도 있었다.

원호는 경사판을 접기 시작했다. “오 사장님은 작가가 승인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팔백만 원 중 삼백을 먼저 보냈는데.”

“여기서 그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죠.” 민석이 말했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얘기예요.” 원호가 차 키를 주머니에 넣었다. “저는 싣지 않겠습니다.”

“선금은 이미 밀린 비용에 썼습니다. 나머지 돈이 오늘 들어와야 해요.” 민석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도윤은 수요일 민석이 전시가 취소되면 갤러리 비용을 못 막는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복제 그림을 들킨 뒤에도 원화 인도를 접지 못한 이유가 눈앞에 있었다. 돌려줄 선금도 없고 잔금도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지우가 허락하지 않은 판매가 허락받은 거래가 되지는 않았다.

지우는 신고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주소, 원화로 보이는 작품이 현장에 있고 아직 차량에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신이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을 말했다. 도윤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에 보인 순서대로 기록을 확인했다. 지우는 ‘범인을 잡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민석과 싸우며 진실을 입증할 시간이 아니었다. 작품이 골목 밖으로 나가기 전에 확인받을 시간이 필요했다.

기다리는 동안 네 사람은 각자 다른 곳을 봤다. 민석은 골목 끝에서 오는 차를, 원호는 비어 있는 짐칸을, 지우는 천 아래 연녹색을 봤다. 도윤은 바닥에 드리운 크레이트 그림자를 봤다. 일요일 밤, 자신이 문을 잠근 뒤에도 그림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림자와 비슷했다.

경찰이 왔을 때 지우는 옆면을 먼저 보여 주었다. 그다음 출발 사진과 입고 사진, 전시장 그림의 현재 사진을 차례로 설명했다. 도윤은 일요일 밤의 설치 확인서를 자료 맨 아래에 넣지 않고 처음부터 건넸다. 자기 서명에 불리한 시간도 순서에서 빼지 않았다. 해숙의 액자 주문서, 윤호의 목격 내용, 민석이 직접 ‘보조 그림’을 그렸다고 한 말도 전달했다. 담당자는 현장의 사람들에게 따로 확인했다.

민석은 원화가 갤러리에 있었던 건 인정하면서도 판매는 승인됐다고 말했다. 원호는 누구에게 선금을 보냈는지, 누구에게서 승인을 들었다고 믿었는지 설명했다. 도윤은 그 절차의 결론을 예측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운송이 멈췄고 그림이 확인 대상이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해가 조금 올라왔을 때 지우가 빈 손을 내려다봤다. 그녀가 찾던 그림은 몇 걸음 앞에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들고 갈 수는 없었다. 도윤은 장갑을 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가, 지금 쓸 데가 없다는 걸 알아채고 다시 손에 쥐었다.

지우가 그를 보고 말했다. “돌아오면 이번엔 제가 직접 걸게요.”

“그럼 저는 수평만 볼게요.”

지우는 그제야 짧게 웃었다. 도윤은 크레이트의 열린 틈에서 다시 연녹색을 봤다. 그 색을 확인하기 위해 보낸 나흘이 헛된 일은 아니었다.

7화 · 여섯 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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