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두 번째 문 · 소설

4화 · 같은 문

철문의 쇠막대를 뽑을 때, 루엔은 발이 뒤로 밀리는 것을 느꼈다.

마당의 흙은 말라 있었다. 이 문 앞에는 늘 물이 고였다. 부츠 밑창에 차가운 물이 스미자 세 주 전에 넘어졌던 무릎이 먼저 기억했다. 그는 낮은 문틀 위의 녹을 보다가 두 눈을 내렸다. 하겐의 낡은 코트, 세라의 붕대, 자신의 짧은 지팡이가 차례로 보였다.

“밧줄 두 번.”

하겐이 줄을 두 번 당겼다. 루엔의 허리에 진동이 왔다.

“누가 당겨도 철수한다. 빠져나오는 길에 서서 더 해 보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는 입구의 굵은 고정목에 줄을 한 번 더 감았다. 루엔이 안쪽에서 당기면 하겐은 문 밖에서 무게를 받는다. 왼쪽 무릎을 지탱할 자리는 돌 두 개로 다졌다. 곁에 지렛대와 여분 줄이 놓여 있었다.

“방벽이 깨지고 손까지 굳으면?”

“대피굴에서 다시 쥘 수 있을 만큼만 쉽니다. 손이 안 펴지면 줄을 당깁니다.”

하겐은 루엔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 보았다. 밤새 갈고 닦은 손잡이를 보고도 칭찬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저놈을 쏘아 주길 기다리지 마라.”

루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겐은 지팡이를 고정목에 기대 놓고 두 손으로 줄을 잡았다. 가죽 지지대 안에서 무릎이 떨렸다. 문까지 돌아오는 일은 세 사람의 손에 나뉘어 있었다.

루엔은 세라를 보았다. 붕대가 부츠 윗부분까지 이어졌다.

“밖에 있어도 돼.”

“알아.”

세라는 창의 가죽끈을 당겼다.

“이번엔 내가 돌아갈 길을 지킬 거야. 대피굴까지만 간다. 다리가 버티지 않으면 바로 철수야.”

루엔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숙여 문을 넘는 것을 기다렸다. 지난번에는 자신이 먼저 들어가 신기한 광석 조각을 주웠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줍지 않았다.

봉쇄된 갱도에는 썩은 물 냄새가 더 짙었다. 낮빛은 첫 지지대까지 왔다. 그다음부터는 등불이 젖은 나뭇결을 한 줄씩 드러냈다. 루엔은 발로 레일 옆을 눌러 보았다. 자갈이 움직이는 곳을 지나 단단한 돌에 뒤꿈치를 얹었다. 몸을 돌려 철문을 확인했다. 그가 보낸 등불빛 끝에 하겐의 손이 있었다.

세라는 허리에 맨 짧은 줄을 구조 밧줄에 묶고, 긴 줄을 레일 바깥으로 놓았다. 낮은 고리에 걸고 창자루로 들어 올려 물 웅덩이를 피했다. 옆 대피굴 입구까지 줄이 닿자 그녀는 어깨를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거기서 철문까지 지지대 두 개를 지나면 됐다. 루엔은 그 얼굴을 보고 멈췄다.

“쉬어야 해?”

“잠깐. 네 자리부터 찾아.”

주갱도는 그보다 몇 걸음 넓었다. 첫날 부러진 목재 끝이 어둠 속으로 뻗어 있었다. 옆 대피굴은 두 사람이 웅크리면 숨을 공간이 있었다. 입구 가까운 받침은 젖었지만 아직 서 있었다. 루엔은 손으로 건드리지 않고 틈을 보았다. 거기 기대거나 등불을 매달면 안 됐다.

그는 바닥의 돌 두 개를 발로 치웠다. 뒤로 물러설 때 오른발이 걸릴 자리였다. 지팡이로 자신의 앞, 반 걸음 뒤, 대피굴 문턱을 짚었다. 세라가 줄을 느슨하게 풀었다 당기며 그가 움직일 만큼만 여유를 주었다.

“지난번에 목재가 내려앉기 전에 놈이 한 번 멎었어.”

루엔의 말에 세라가 안쪽을 보았다.

“턱을 뺄 때. 앞발 둘을 박고.”

“그때 옆으로 들어갈게. 방벽부터 대고, 아래를 밀어.”

세라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너무 깊이 가면 내가 줄을 빼 줄 수 없어.”

루엔은 지팡이로 짚은 앞쪽 돌을 한 뼘 당겼다. 자신의 자리도 그만큼 뒤로 옮겼다. 세라는 그제야 창을 세웠다. 짧은 창끝은 괴물을 찾아 어둠으로 뻗지 않고 대피굴 앞을 향했다.

안쪽에서 자갈이 굴렀다.

루엔의 손이 축축해졌다. 지팡이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옷자락에 손을 문지르고 황토색 천띠를 조였다. 숨을 들이쉬자 젖은 나무 냄새가 가슴에 찼다. 내쉬는 동안 손바닥 앞에 청록빛 작은 면을 세워 보았다. 등불빛만 한 면이 두 박자 남았다가 사라졌다.

그 빛이 걷힌 너머에서 황토빛 눈이 나타났다.

루엔은 돌아서고 싶었다. 철문을 한 번 더 보았다. 하겐의 손이 줄을 쥐고 있었다. 세라가 말했다.

“네 뒤, 비었어.”

그는 뒤꿈치로 확인해 둔 돌을 느꼈다. 지팡이를 앞으로 가져왔다. 짐승이 등을 낮췄다. 루엔은 입을 벌리고, 첫 숨을 내보냈다.

4화 · 같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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