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의 금은 천으로 덮었을 때보다 길었다.
첫 토벌 뒤 셋째 주 아침, 루엔은 수리대 위의 천을 걷고 금의 끝을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나뭇결인 줄 알았던 가는 선도 끝의 벌어진 자리로 이어졌다. 오른팔은 여전히 받쳐 두어야 했다. 지팡이를 다시 쓰는 날이 언제일지보다 새것의 값이 먼저 궁금해졌다.
장터 도구상은 금 간 지팡이 옆에 새것을 놓았다. 장식도 보석도 없는 곧은 나무였다.
“새것은 은화 여섯. 수리는 금을 봐야 해.”
루엔은 주머니의 동전을 세었다. 여섯 개를 맞춰 놓자 바닥이 드러났다. 곁에서 세라가 약값 영수증을 접었다.
“내 약값은 나눠 내도 돼. 네 도구도 필요하잖아.”
루엔은 새 지팡이의 손잡이를 보았다. 매끈한 나무에는 손가락이 눌렀던 자국이 없었다. 그는 손을 뻗는 대신 동전을 다시 주머니에 담았다.
“지금은 지팡이를 쓸 수 없으니까. 이번 약값부터 낼게.”
세라는 영수증을 주머니 안에 따로 넣었다. 대신 계산을 바꿔 주거나 그를 칭찬하지는 않았다. 도구상이 새 지팡이를 선반에 돌려놓았다.
“값은 기억해 두게. 급하면 빌리는 수도 있고.”
하겐은 가져온 지팡이를 긴 자에 대고 굴려 보았다. 나무는 곧았다. 금 간 끝만 자와 맞지 않게 조금 벌어졌다.
“휘진 않았다. 끝을 짧게 잘라 보자.”
루엔이 톱 쪽을 보았다.
“톱질은 제가…….”
“자르는 건 내가. 넌 금 끝을 짚어.”
루엔이 가리킨 곳에 하겐이 분필선을 그었다. 하겐은 지팡이를 고정하고 나서 톱을 들었다. 루엔은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앉았다. 톱이 움직일 때마다 고운 나무 가루가 줄을 만들었다. 끝이 떨어져 나가자 루엔은 무릎에서 굴러온 작은 부스러기를 내려다보았다.
“속까지 벌어진 부분은 뺐다. 이제 결을 잇는다.”
남은 지팡이 곁에 얇은 나뭇조각과 풀, 끈이 놓였다. 루엔이 재료값을 묻자 하겐은 동전 둘이라고 했다.
“품은 장부로 갚아.”
“장부 글씨는 아직 비뚤어집니다.”
“셈도 비뚤어지면 다시 할 거고.”
가벼운 끈부터 다뤘지만 매듭은 생각한 곳에 앉지 않았다. 하겐이 받쳐 준 나무 곁에서 실이 꼬였다. 루엔이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자 하겐도 같은 자리를 보았다.
“장부보다 이쪽이 먼저 누웠네요.”
하겐은 엉킨 곳을 풀고 끈 끝을 작업대의 못에 걸었다.
“손 대신 못 하나 써. 당기는 쪽만 맡아.”
지팡이의 무게는 받침과 하겐이 맡았다. 루엔은 힘을 더해야 풀리던 매듭 대신, 끈이 걸린 자리를 먼저 살폈다. 한 가닥이 바르게 놓이자 다음 가닥이 따라왔다. 하겐은 끝난 부분을 가볍게 눌러 보고 두 개의 죔쇠를 걸었다.
그날 오후에는 더 할 일이 없었다. 풀이 마를 때까지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루엔은 컵을 들고 작업대에서 물러앉았다. 짧아진 지팡이는 움직이지 않았고, 자꾸 확인한다고 빨리 마르지도 않았다.
다음 날 의원은 부드러운 천 뭉치를 루엔의 오른손에 놓았다.
“받쳐 놓고 쥐었다 펴는 연습만. 지팡이는 들지 마세요.”
루엔은 천을 꽉 쥐었다. 팔이 버티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의원이 손가락보다 먼저 어깨를 보았다.
“지금 어깨까지 힘이 갔어요.”
그 말을 듣고야 루엔은 목덜미가 굳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천을 놓자 손가락이 한꺼번에 펴지지 않았다.
“놓았다가 절반만. 아프면 끝내고요.”
이번에는 팔꿈치를 받침에서 떼지 않았다. 천이 찌그러질 만큼만 쥐고 놓았다. 의원은 더 세게 해 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작업장으로 돌아와서는 지팡이를 탁자 위에 눕혔다. 하겐이 손잡이의 위치를 맞춰 주었다.
“팔로 들지 말고 손가락만 맞춰. 엄지 풀어.”
루엔이 엄지를 조금 펴자 손목이 덜 돌아갔다. 나무는 탁자에 그대로 있었다.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가 폈다. 이번에는 팔 안쪽이 당기지 않았다.
“이번엔 안 당겼어요.”
“그 감각만 기억해. 오늘은 내려놔.”
세라가 찾아왔을 때 지팡이는 벌써 선반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꿰맨 목도리 끝을 어깨 뒤로 넘기고 짧아진 길이를 보았다.
“짧아졌네.”
“당분간은 선반에 두기 편해졌어.”
하겐은 재료값을 장부에 적게 했다. 루엔은 왼손으로 숫자 둘을 쓰고, 품삯을 갚을 칸을 따로 남겼다.
“내일 장터 장부도 봐라.”
“손이 아프기 전에 끝낼 분량만요.”
창밖에 빗방울이 붙기 시작했다. 하겐은 장부의 남은 칸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그 비가 굵어졌다. 밤의 장터에서는 낮은 배수구에 갈대와 찢어진 끈이 함께 모였다. 물은 덮개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상자 밑으로 번졌다. 노란 조끼를 입은 수리공이 등불과 갈고리를 들고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