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두 번째 문 · 소설

9장 · 물이 들어온 시장

장터의 문턱이 섬처럼 남아 있었다.

첫 토벌 뒤 넷째 주, 밤새 비가 쏟아진 다음 날이었다. 자루는 낮은 의자 위에 쌓였고, 통은 문 앞을 막았다. 노란 조끼의 수리공이 물속으로 갈고리를 넣어 배수구 둘레를 더듬었다.

“여기 밟지 마요. 덮개가 떠 있어요.”

루엔은 젖은 상자에 손을 뻗다가 세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팔로 들지 마.”

세라가 높은 돌 쪽에서 먼저 상자를 받쳤다. 왼쪽 종아리의 붕대는 아직 마르지 않은 빛을 띠었다. 루엔은 손을 거두었다.

“응. 다른 걸 찾을게.”

작은 바구니는 문 가까이 있었고, 무거운 자루는 그 뒤에서 기다렸다. 문 안의 통 때문에 자루를 진 사람이 몸을 돌릴 자리가 없었다. 루엔은 왼손으로 바구니부터 가리켰다.

“작은 바구니부터 문 밖으로요. 자루가 돌아갈 자리를 만들게요.”

세라는 창 끝으로 돌을 눌러 보았다. 오른쪽 돌 하나가 물 밑에서 들썩였다. 그녀는 빈 자루의 천 조각을 그 옆에 놓았다.

“오른쪽 돌은 들썩여. 왼쪽 벽으로 붙여 보내.”

루엔이 마른 판에 길을 그리자 수리공이 배수구 앞을 짚었다.

“내 공구길은 여기 남겨 줘요.”

문으로 가는 길과 갈고리가 오갈 자리를 따로 남겼다. 바구니 둘이 먼저 지나갔고 빈 상자가 그 뒤를 따랐다. 루엔은 문턱에 서서 다음 물건을 불렀다. 보호한 오른팔을 쓸 일은 없었다.

수리공의 갈고리가 덮개 아래에서 멈췄다. 그녀가 손잡이를 조금 돌렸지만 안쪽의 줄도 함께 움직였다.

“밧줄이 걸렸네. 억지로 들면 덮개도 깨져요.”

젊은 생선상인이 젖은 끈을 들고 왔다. 어제 상자를 묶던 줄 같다고 했다. 수리공은 어느 끝이 잘린 것인지부터 찾아 달라고 했다. 한쪽이 풀리자 그녀는 마른 판에 몸을 받치고 걸린 줄만 잘랐다. 세라는 판이 흔들리지 않게 창자루를 대었다.

문 앞에서 통이 구르기 시작했다. 아직 자루를 진 사람의 발이 문턱 안에 남아 있었다.

“잠깐만요! 앞사람이 나간 다음에요.”

루엔은 빈 손을 들어 보였다. 통이 멈추고 자루가 먼저 지나갔다.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숨을 놓았다.

“한 번에 가려다가 더 막힐 뻔했네.”

통을 잡은 상인이 웃었다. 루엔은 다음 통이 올 자리에 작은 빈 바구니를 놓았다. 사람이 서서 기다리는 곳과 짐이 지나가는 곳이 눈에 보이게 나뉘었다.

배수구에서는 덮개의 한쪽이 들렸다. 수리공이 짧은 지렛대 아래에 각목을 넣었다. 물이 열린 틈을 찾아 빠르게 돌았다.

“받침 하나 더. 이건 마법보다 각목이 오래 버텨요.”

세라는 물 쪽으로 뛰어들지 않고 가까운 인부를 불렀다.

“저 각목 부탁해요. 나는 이쪽을 못 밟아요.”

인부가 낮은 받침을 밀어 넣자 덮개가 흔들리지 않았다. 수리공은 갈대와 잎, 끊어진 줄을 한 덩어리로 끌어내 쟁반에 놓았다. 흙탕물에 가려졌던 돌의 윤곽이 나타났다.

“바닥이 보인다. 마지막 자루 보내세요.”

루엔이 문 안으로 길을 비켰다. 마지막 자루까지 지나가고 나서 세라가 창을 내렸다. 주문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오른팔은 욱신거리지 않았고, 장부에는 빠진 물건이 없었다.

수리공은 휘어진 갈고리를 닦아 계산대에 놓았다.

“새 덮개는 아직 필요 없어요. 후크 값만 적을게요.”

루엔이 금액을 적다가 이름 칸에서 멈췄다.

“수리공 이름이 빠졌어요.”

“나린. 물 새면 보통 나를 찾죠.”

주인이 루엔의 약값 주머니 곁에 식사 꾸러미를 놓았다. 나린은 갈고리를 말리러 걸어 두었고, 세라는 종아리를 받칠 의자를 찾아 앉았다.

“오늘은 문 앞에 있어 줘서 살았네.”

“자루 안 들어도 밥값은 했네요.”

나린이 마른 계산대에 항구 그림을 폈다. 부서진 부교 옆으로 갈대가 무성한 좁은 물길이 그려져 있었다.

“강항구도 막혀요. 물결이 잔잔한데 갈대 한쪽만 흔들리더라고요.”

루엔은 그림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배수구에서 꺼낸 갈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항구에서는 무엇이 물길을 막는지 물으려는데 세라가 그림의 가장자리를 말았다.

“현장은 다음 진찰 뒤에 정하자.”

루엔은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발을 제자리로 돌렸다.

“지금은 지도까지만 볼게.”

나린도 그의 팔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작업장으로 돌아갈 때 그녀가 여분의 줄을 가져왔다. 수리한 지팡이 곁의 못에 둥글게 걸었다.

“이 줄은 가져다 써요. 물 위에선 목소리가 잘 안 들리거든요.”

마당 벤치에 앉은 세라가 줄 끝을 잡았다. 루엔에게 다른 쪽을 건넨 뒤, 두 사람 사이로 축 늘어진 부분을 보았다.

“다음엔 이걸로 나도 도움을 청할게. 신호부터 맞추자.”

루엔은 줄을 세게 당기지 않고 늘어진 길이만 살폈다.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있을 때도 같은 뜻을 받을 수 있을지, 내일은 그것부터 해 볼 참이었다.

9장 · 물이 들어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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