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작은 청록 판이 자루 옆에 섰다. 루엔이 바라던 각도였다. 발이 그대로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물결이 앞발 아래로 스미자 널빤지가 기울었다. 뒤꿈치가 들리고 무릎이 옆으로 접혔다. 왼쪽 어깨가 내려간 만큼 판도 기울었다. 자루는 판의 옆을 빠져나갔다.
빛이 조각나 사라졌다. 세라의 갈고리에는 찢어진 포장 끝만 남았다. 루엔은 물가의 돌에 손을 짚어 간신히 몸을 받쳤다. 황토 띠 아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다는 느낌보다 자루가 멀어진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일어서며 왼손을 다시 들었다. 빛은 생기자마자 흔들렸다.
“한 번만 더 하면…”
“짐 놔! 발부터 빼!”
세라가 막대를 낮췄다. 곁에 있던 안전줄이 한 번 움직이고, 첫 움직임이 멎은 뒤 다시 움직였다. 루엔은 연습장에서 배운 간격을 느꼈다. 세라가 나린에게 철수라고 외쳤다. 나린이 줄의 늘어짐을 받았다. 몸을 잡아끄는 힘은 아니었다. 루엔이 제 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뒤에 자리를 만드는 힘이었다.
“받았어. 뒤로 갈게.”
그는 왼손을 내렸다. 이번에는 자루를 보며 발을 내딛지 않았다. 뒤의 단단한 흙을 보고 한 걸음씩 물러났다. 세라가 옆에 섰다. 갈대턱과 자루는 물가에 남겨 두었다. 상자 뒤로 완전히 돌아온 다음에야 셋은 다시 물을 보았다. 짐은 갈대 너머로 사라졌고 갈고리는 둔덕에서 닿을 만한 곳에 떠 있었다.
나린은 사람 셋과 놓친 공구 하나를 셌다. 세라가 공구는 땅에서 걷을 수 있다고 답했다. 루엔은 마른 그루터기에 앉아 오른손을 천천히 폈다. 세라가 그 손과 왼손을 번갈아 보았다.
“오른팔은? 주문 쓴 왼손도 봐.”
“오른팔은 당기진 않아. 왼손은 조금 저려.”
다친 팔이 괜찮다는 말로 다른 손의 저림까지 덮을 수는 없었다. 세라는 오늘 주문도 조사도 끝이라고 했다. 루엔이 지팡이를 내밀자 그제야 받아 바닥에 놓았다. 나린은 물병과 마른 천을 가져왔다. 누구도 손을 빨리 움직여 보라고 시키지 않았다.
항구 사무실에서 뱃사공은 빈 화물 칸을 들여다보았다. 자루 값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루엔은 젖은 판자와 실패한 시도를 그린 장부를 폈다. 그림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범위를 말했다.
“육상 조사인데 회수까지 하려 했어요. 경고를 듣고도 젖은 판자에서 덜 물러났습니다.”
세라는 자신도 회수를 허락했다고 했다. 멈추라는 말만 해 놓고 실제 발을 물리지 않은 판단이 빠져 있었다. 나린은 수위만 보고 발판이 젖는 속도를 놓쳤다고 적었다. 세 사람의 잘못은 같은 문장으로 뭉쳐지지 않았다. 뱃사공도 이미 끌려가던 짐을 셋이 새로 잃어버린 짐처럼 계산하지 않았다. 화물 손실은 별도 기록으로 남기고, 조사비는 주되 성공한 회수에 붙이기로 한 수당은 주지 않기로 했다. 루엔은 금액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는 나린이 썩은 받침을 두 블록 위에 걸쳐 놓았다. 공구 끝으로 누르자 나무 속이 부스러졌다. 받침 세 개부터 바꿔야 했고 하루로는 모자랐다. 짐꾼이 내일도 못 싣느냐고 물었다. 세라는 높은 둔덕으로 작은 짐부터 돌릴 길을 가리켰다. 부교를 닫은 채로도 할 수 있는 일을 골라야 했다. 루엔은 단단한 땅에서 가벼운 측량줄만 받았다. 그 줄을 든다고 실패한 회수비가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오후의 짐꾼들은 길을 돌아갈 수 있었다.
공방 탁자에 마른 장화와 젖은 장화를 나란히 놓자 하겐은 한참 발등의 얼룩을 보았다.
“흙마당과 똑같이 서려 했냐?”
“물만 다르고 바닥은 같다고 봤어요.”
하겐은 기울어진 판자 아래에 받침을 하나 그렸다. 발판이 움직이면 몸도 바뀌었다. 주문 모양만 기억해서는 소용이 없었다. 세라가 빈 자루를 가져오고 나린이 짧은 못을 내려놓았다. 루엔이 장화를 집으려 하자 세라가 내일은 먼저 재진이라고 말했다. 허락을 받으면 그다음에 빈 자루로 연습하자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루엔은 쉬고 의원을 다시 찾아갔다. 저림이 가라앉았는지, 오른팔을 짚은 뒤 통증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새로 정한 범위는 짧았다. 동료가 곁에 있는 곳에서, 발목 아래의 얕은 물과 발판만 시험할 것. 저리거나 물이 차면 끝낼 것. 화물을 건지거나 동물을 쫓는 허가는 아니었다.
공방 옆 얕은 물가에는 빈 자루와 판자 두 장이 기다렸다. 이번에는 주문보다 먼저 발을 둘 곳부터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