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두 번째 문 · 소설

14장 · 발보다 먼저

세라가 창의 뒤끝으로 바닥을 짚었다. 물은 발목보다 낮았고 모래와 둥근 돌이 보였다. 그걸 확인한 뒤에도 루엔은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재진에서 받은 허가는 짧은 발판 연습이었다. 손이 저리거나 물이 더 차면 끝내기로 했다. 세라는 그 조건을 다시 말하고, 마른 곳에 돌아올 표식을 남겼다.

상자에 붙인 정찰표에는 단단한 모래와 헐거운 돌을 서로 다른 점으로 그려 두었다. 나린은 판자에 짧은 못을 박았다. 머리가 낮고 둥근 못들이 표면에 작은 턱을 만들었다. 미끄럼은 줄일 수 있지만 판자가 기울어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루엔은 못이 없는 젖은 판자에 장화를 눌러 보았다. 발바닥이 조금 밀렸다. 그 정도 움직임에도 허리가 뒤늦게 따라왔다.

못 박은 판자에 앞발을 올리자 훨씬 나았다. 루엔은 곧 왼손을 들었다. 작은 판이 생겼다. 세라가 창끝으로 뒤꿈치 옆 돌을 짚었다. 돌이 살짝 굴렀다.

“뒤꿈치부터. 지금은 두 발 높이가 달라.”

루엔은 방벽을 놓았다. 앞발이 덜 미끄러진다고 뒷발까지 저절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겐은 둔덕에 서서 무게를 옮겨 보라고 했다. 왼쪽 무릎의 보조대가 바짓단 아래로 드러났다. 그는 물가로 내려와 대신 서 주지 않았다. 루엔은 두 손을 내린 채 돌에서 단단한 모래로 발을 옮겼다. 물이 장화 옆을 지나갔다. 세라가 수위를 확인하는 동안 세 번 무게를 옮겼다.

빈 자루가 떠내려왔다. 이번에는 손을 들기 전에 발뒤꿈치를 한 번 더 눌렀다.

“길목.”

자루 옆에 작은 판이 비스듬히 섰다. 세라가 빈 자루를 창대로 천천히 밀었다. 루엔은 판을 놓았다. 빛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 다음 표식으로 발을 옮겼다. 두 발이 다시 받쳐진 뒤에만 새 판을 만들었다. 앞의 판과 뒤의 판이 함께 있는 순간은 없었다. 나린이 둔덕에서 갈고리로 자루를 받아냈다.

“자루는 돌아왔어요.”

“이번엔 발도 제자리네.”

루엔이 장화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세라는 성공한 점 두 개를 표에 적었다. 그러고는 판자를 손바닥 너비만큼 옮겼다. 새 자리는 모래가 조금 더 물렀다. 먼저 보라는 말에 루엔은 아까 서 있던 각도만 떠올렸다. 같은 장화와 같은 판자였다. 한 번 했던 일이라 두 번째는 더 쉬울 것 같았다.

앞발을 놓자 판자 끝이 내려갔다. 방벽도 함께 낮아졌다. 빈 자루가 흔들린 빛 옆을 지나 정강이에 부딪혔다. 루엔은 즉시 손을 내렸지만 장화 안으로 들어오는 물까지 막지는 못했다. 그는 둔덕에 앉아 젖은 발을 들었다.

“발이 자루를 잡았네.”

“그건 실패에 적을게.”

세라는 웃음을 삼키며 성공 표시를 지우지 않고 그 옆에 실패 표시를 더했다. 같은 자리도 물높이와 시간이 달라지면 다른 바닥이었다. 루엔도 제 장부에 뒤꿈치 밑을 확인하라는 작은 그림을 넣었다. 자루를 막았다는 동그라미만으로는 다음번 발을 둘 곳을 알 수 없었다.

항구 의뢰의 이틀은 이미 지났다. 나린은 조사 결과와 기다려야 할 이유를 들고 사무실로 갔다. 추가 조사비와 기간을 다시 합의했다. 그 뒤 닷새 동안, 셋은 한 번에 짧게 연습했다. 물높이를 적고 판자를 놓고, 움직임을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만 주문을 썼다. 하겐은 성공 두 번이면 쉬고 저리면 한 번에도 끝이라고 했다. 횟수를 채워야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해가 낮아진 날, 루엔은 상자에 앉아 왼손가락을 폈다. 손바닥은 따뜻했지만 손끝의 감각이 조금 늦게 따라왔다.

“왼손 감각이 둔해요. 오늘은 여기까지.”

세라는 표를 접었다. 나린도 연습 판자를 걷었다. 하겐은 다음 한 번을 시키지 않았다. 루엔은 주문을 멈춘 뒤에도 손을 들여다보았다. 멈춘다고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멈출 때를 먼저 말해야 했다.

그날 밤 짐꾼이 등불과 찢어진 자루를 들고 찾아왔다. 밤에 짐을 실어야 하니 갈대턱을 따라가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등불은 사람 얼굴을 비추었지만 물 아래의 모래는 비추지 못했다. 세라가 접은 정찰표를 품에 두고 앞으로 섰다.

“밤에는 발판을 못 봐요. 추격은 안 합니다.”

나린은 물때 기록을 등불 곁에 폈다. 내일 낮에도 바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길과 배를 확인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배를 보내는 것은 모레 낮물때로 잡을 수 있었다. 루엔은 물결에 흔들리는 불빛에서 눈을 떼고 종이 위의 시간에 손가락을 댔다.

“내일은 길과 배부터 확인해요.”

짐꾼이 등불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밤에 따라갈 수 없다는 대답 뒤에, 낮에 할 일의 자리가 생겼다.

14장 · 발보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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