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두 번째 문 · 소설

15장 · 빈 배에 태우는 것

아침이 되자 어젯밤의 ‘모레’가 ‘내일’이 되었다. 나린은 항구 사무실 탁자에 물때 기록을 펴고 내일 낮물때에 선을 그었다. 오늘은 준비하는 날이었다. 짐꾼은 불이 꺼진 등불을 종이 밖에 내려놓았다. 루엔이 시간을 확인하며 손가락을 댔다. 급해서 밤에 가는 대신, 볼 수 있을 때 움직이는 쪽으로 셋은 계획을 맞췄다.

창가에서는 상인들이 젖은 곡물과 생선 바구니를 보여 주었다. 하루를 더 기다리면 값을 받을 수 없는 짐이 있었다. 세라는 먼저 상할 짐을 따로 셌다. 나린이 높은 둔덕의 길을 가리키고 루엔이 작은 손수레의 너비를 쟀다. 모든 배를 띄울 수는 없어도 몇 바구니는 돌아갈 수 있었다. 짐꾼들이 수레를 밀기 시작하자 세라는 닫힌 부교의 줄을 풀지 않은 채 통과하는 바구니 수만 적었다.

나린이 빌리고 싶다고 한 것은 짐 없는 작은 배였다. 바닥에 물이 새는 곳부터 손보고 내일 보내기로 했다. 뱃사공이 생선가루 찌꺼기 든 항아리를 내밀었다.

“이걸 물에 던져요?”

“배 안에 묶어요. 냄새만 나게.”

루엔은 배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사람도 화물도 태우지 않을 것이었다. 항아리는 천으로 덮고 넘어지지 않도록 묶었다. 냄새를 내는 것과 물에 먹이를 흩뿌리는 것은 달랐다. 돌아올 때 걷을 수 있어야 했다. 세라는 갈대턱이 사람을 피했고 먹을 냄새에 붙었던 자리를 지도에 표시했다. 지금까지 본 행동에 기대는 계획이었다. 뜻대로 따라오지 않을 때는 배를 거두고 물러날 선도 함께 그렸다.

옛 수로 입구의 낮은 수문은 갈대밭 쪽으로 이어졌다. 나린이 손잡이를 확인하는 동안 세라는 창끝으로 바닥을 짚고 아래쪽 길을 살폈다. 사람이 있는 데로 동물을 보내서는 안 되었다. 루엔도 발자국이 남은 곳을 찾아 따라가되 갈대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주거지와 떨어진 웅덩이 앞에서 넓은 발자국 하나가 보였다. 그 곁에는 같은 모양의 작은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작은 발이 여러 개야.”

갈대 틈에는 찢어진 자루 천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서 작은 납작한 턱 두 개가 움직였다. 루엔이 숨을 낮췄다. 짐을 가져간 이유를 단번에 알았다고 말하고 싶어졌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새끼와 자루 조각이었다.

“먹을 걸 여기로 가져온 거야?”

“그럴 수 있어. 둥지를 건드릴 이유는 없어.”

세라가 루엔을 조금 뒤로 물렸다. 나린은 둥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던 선을 지우고 바깥 물길로 새 선을 그렸다. 셋이 돌아서자 갈대가 다시 가만해졌다. 성체를 이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항구를 덜 드나들지 몰랐다. 그러나 앞으로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증까지 지도에 적을 수는 없었다. 물길을 열고 항구의 먹을 짐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도 남았다.

돌아온 나린은 썩은 받침과 수리 견적을 나란히 놓았다. 동물이 나가도 부교는 고쳐야 했다. 하겐과 항구 관계자가 부스러진 나무를 보았다. 뱃사공은 배를 돌려받을 수 있게만 해 달라며 줄을 빌려주었고, 상인은 마른 받침 두 개를 가져왔다. 세라는 도울 사람들까지 표식 뒤에 세웠다. 사람이 늘었다고 젖은 길도 넓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지도에는 자리 세 개를 정했다. 세라는 배 줄, 나린은 수문, 루엔은 둔덕에서 방향을 바꾸는 일을 맡았다. 루엔은 작은 사각형 하나를 그리고, 지운 뒤 옆에 다시 그렸다.

“판을 놓고 발 옮길게. 동시에 두 곳은 못 막아.”

“저리면 바로 말해. 짐 때문에 더 버티지 마.”

나린이 수문 손잡이를 두 손으로 돌려 보았다. 문이 조금 들리다가 나무 받침에 멎었다. 힘을 놓아도 내려오지 않는지 확인한 다음 다시 닫았다. 혼자 수문과 배 줄을 함께 맡을 수는 없었다. 하겐이 뒤쪽 줄을 가져왔다. 그는 젖은 좁은 발판 대신 평평한 둔덕을 골랐다. 무릎 보조대를 찬 다리가 버틸 수 있는 곳에서 철수 신호를 받기로 했다. 사람을 끌어올리는 역할이 아니라, 물러나는 사람이 줄에 걸리거나 줄이 처지지 않도록 받는 역할이었다.

그날 준비를 마친 뒤 루엔은 주문을 더 연습하지 않았다. 왼손의 감각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상태를 확인했다. 낮물때가 되자 물 아래 감춰졌던 모래와 바닥이 드러났다. 세라는 밤에 그 자리를 짐작해서 밟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배가 먼저 움직였다. 루엔은 첫 발자국 자리에서 모래를 눌러 보고 손을 내린 채 기다렸다. 아직 주문을 쓸 때가 아니었다. 나린이 손잡이에서 고개를 돌렸다. 작은 배 뒤로 갈대턱의 눈이 떠올랐다.

“왔어. 배 뒤쪽으로 붙었어.”

세라의 줄이 조금 풀렸다. 빈 배에는 항아리 하나만 실려 있었다.

15장 · 빈 배에 태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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