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6. 방패를 내려놓는 연습

다음 날 아침, 일곱 길잡이는 조합 숙직방에서 창고로 돌아왔다. 주민 서른두 명은 밤새 각자 자리를 정했고, 관리인은 입실 명부와 그날의 배식표를 따로 내놓았다. 첫날의 입실과 첫 배급은 이미 끝난 일이었다. 서린은 오늘 잠든 사람 수와 식량을 받을 사람을 각각 확인했다.

도윤은 창고 문턱에 방패를 기대 둔 모아를 보고 물었다. “어제처럼 먼저 내놓으라고는 안 할게. 지금 어깨는 어때?”

“한 번 움직여 보고 정할 거야.”

해나는 그 대답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몸 상태를 대신 결론 내리지 않는 연습이 시작됐다.

모아는 창고 구석에서 방패의 손잡이를 고쳤다. 탑에서 비틀린 고리를 새 가죽끈으로 묶고, 팔을 끼우고, 일어섰다. 한 걸음도 걷지 못한 채 방패 끝이 바닥에 닿았다.

해나가 다가왔다. “어제는 상처를 닫았어. 어깨가 낫지는 않았어.”

“알아.”

“아는 사람이 왜 이걸 드는데?”

“내일 누가 문으로 들어오면.”

“내일 누가 문으로 들어오면 내가 먼저 볼게.” 도윤이 손을 내밀었다. “방패는 내려놔.”

모아가 그를 노려봤다. 도윤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잠시 뒤 그녀가 방패를 벽에 기대 놓았다. 가벼운 물건이 아니어서 기대 놓는 소리가 창고 안에 크게 울렸다.

“다음 싸움에서 네가 앞에 서면,” 모아가 말했다. “내 오른쪽은 비워 둬.”

“왜?”

“왼팔은 아직 움직여.”

해나는 둘 사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서로 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니?”

창고 안쪽에서 웃음이 났다. 주민 하나가 손을 들었다. 넓은 손바닥에 돌가루가 오래 배어 있었다.

“그 방패 고리는 내가 다시 달아 줄 수 있어요. 온새미에서 둑을 손보던 만재라고 합니다.”

만재는 방패를 받아 찢어진 가죽을 살폈다. 한쪽 다리를 조금 절었지만 손끝은 빨랐다. 도윤이 옆에 앉아 끈을 잡아 주었다.

“둑을 자주 고치셨어요?” 라온이 물었다.

“종길이 생긴 뒤로는 아무도 안 갔지. 안 가면 돌도 제 자리에서 떠나. 온새미를 빠져나올 때 건넌 둑은 길이라기보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자리였어.”

라온은 온새미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지도를 떠올렸다. 하얀 빈칸에는 둑도, 돌도 없었다. 하지만 만재의 손에는 그곳에서 묻은 진흙이 아직 붙어 있었다.

“다시 건널 수 있을까요?”

만재가 손질한 고리를 방패에 맞춰 보았다.

“한 번 사람을 빼내는 길하고 매일 수레가 다니는 길은 달라요. 다리도 필요하고, 표지도 필요하고, 비가 오면 물 빠질 자리도 봐야 하지.”

“만들 수는 있다는 거네요.”

“혼자선 못 해요.”

둘째 날 저녁, 서린은 각자 받은 하루 몫을 먹은 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구휼소의 장부에서는 여울의 이름이 다시 흐려지고 있었다. 서린은 새 종이에 ‘여울’이라고 쓰고 아이에게 읽게 했다. 만재가 옆에서 자기 이름을 보탰다. 한 명씩, 이름과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을 함께 적었다.

라온은 누나가 처음 편지에 남긴 말을 기억했다. *내 이름을 잊게 되면, 두 번 불러줘.*

이게 글자를 지우는 안개를 이길 방법인지는 몰랐다. 그래도 창고가 조용해질 때까지 누구도 이름 부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빵이 모두에게 돌아간 뒤에도 남은 콩은 한 그릇뿐이었다. 만재가 절뚝이는 다리를 주무르자 여울은 자기 빵의 절반을 접시에 밀어 두었다. 만재는 받지 않았다. “나는 오늘 창고 안에서 쉴 거야. 네가 먹어야 내일 이름을 읽어 주지.” 아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서린이 둘 사이에 그릇을 놓고 콩을 나누었다. 반씩이 아니라, 오늘 약을 먹는 사람에게 한 숟갈 더 주는 방식이었다.

이든은 배급표에 사람마다 받은 양을 표시했다. 한 사람이 더 받았다는 이유로 다음 사람을 덜 주지 않도록, 바닥까지 확인한 뒤에야 표를 닫았다. 라온은 표에 이름을 쓰려다 손을 멈췄다. 이미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배급을 받은 사람이 자기 이름을 직접 확인하게 했다.

모아는 방패를 창고 문 옆 벽에 기대 놓았다. 밤중에 누군가 들어오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해나는 그 자리에 물통과 종을 놓았다. “위험하면 방패보다 먼저 깨워.”

“네가 못 일어나면?”

“그땐 도윤이 깨우겠지.”

도윤은 웃으며 문턱의 자루를 벽 쪽으로 밀었다. 창고 주민 두 사람이 문지기 교대를 맡고, 나머지는 각자 자리에 들기로 했다. 도윤은 교대 시각을 확인한 뒤 모아와 함께 조합 숙직방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잠들기로 했다. 방패를 내려놓는 연습은 물건을 벽에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해가 진 뒤 한 주민이 창고 문을 두드렸다. 멀리 사는 친척이 배급을 나눠 줄 수 있다며 가족 한 명을 데려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혼자 떠나면 다른 식구의 몫이 줄까 두려워했다. 라온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려다 서린을 보았다.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에요.” 서린은 그 주민에게 물었다. “가고 싶어요?”

“오늘은 아니요. 내일 다시 생각하고 싶어요.”

이든은 그날 배급을 보류하지 않도록 이름 옆에 ‘내일 재확인’이라고 썼다. 다른 주민은 그 사람이 당장 떠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자리를 바꾸어 주었다. 작은 결정 하나가 서른두 사람의 계획을 모두 바꾸지는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 머물겠다는 선택을 빚이나 의무로 만들지 않았다.

모아는 밤 당번을 맡지 않았다. 대신 문이 열릴 때 주민 문지기가 끈을 당기면 종이 울리도록 작은 줄을 묶었다. 잠드는 사람도 안전을 나눌 수 있었다.

새벽 교대가 끝나자 문지기는 밤새 출입이 없었다는 표시를 남겼다. 도윤과 모아는 그날 밤 조합 숙직방에서 잤다. 날이 밝은 뒤 모아는 창고에 잠깐 들러 기록을 확인하고 숙직방으로 돌아왔다. 방패가 문 앞에 없어도 규칙을 나누면 지킬 수 있는 것이 있었다.

6. 방패를 내려놓는 연습

이 화를 다 읽었습니다.

다른 작품 고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