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성의 아침 종이 울렸을 때, 온새미 사람들은 모두 잠에서 깼다. 그중 몇 명은 종소리가 그리워서 울었고, 몇 명은 몸을 웅크렸다. 서린은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아이 옆에 앉아 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전날 밤엔 서른두 명이 분명했다. 성문 경비가 셌다. 아침에는 조합장이 다시 셌고, 라온도 지도 여백에 숫자를 적었다. 그러나 구휼소 창구에 놓인 장부에는 서른한 칸만 생겼다.
“다시 세어 주세요.” 라온이 말했다.
창구 뒤의 서기는 손가락을 장부 위로 미끄러뜨렸다.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서른하나입니다.”
“저 애까지 서른둘이에요.”
라온이 가리킨 아이는 서린 옆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온새미 우물 앞에 남았다가 해나에게 이끌려 나온 아이였다. 아이가 자기 이름을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한 음절이 나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던 이름인데, 나루성의 종 아래서는 입 안에서 자꾸 다른 소리로 흩어졌다.
서린이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여울아.”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여울아.”
이번에는 아이도 따라 말했다. “여울.”
서기가 새 칸을 만들었다. 잉크가 마르기 전에 글자 첫 획이 가늘어졌지만, 그는 펜을 놓지 않고 획을 한 번 더 그었다.
나루성에서는 고향을 집 번지가 아니라 어느 종길에서 왔는지로 적었다. 종길청 장부의 그 줄을 *종적*이라 불렀다. 서기는 장부의 빈칸을 가리켰다.
“온새미 종길이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분들의 종적을 채울 수 없어요.”
라온은 웃음이 났다. 웃을 일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길이 사라졌다고 사람까지 안 온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첫 허가는 일곱 밤입니다. 첫날 밤부터 일곱째 날 밤까지 동쪽 곡물창고에서 주무실 수 있어요. 그 뒤에는 고향 종의 기록이나 이 성의 보증인 둘이 필요합니다.”
“일곱 밤 뒤에 어디로 가죠?”
서기는 대답하기 전에 창구 너머 서른두 사람을 살폈다. 젖은 신발을 신은 사람, 소매를 찢어 붕대로 쓴 사람, 빈손으로 나온 사람들. 그도 답이 없다는 걸 알았다.
“저도 법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라온이 더 말하려 할 때 서린이 어깨를 잡았다. 붕대를 감은 손바닥이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한쪽은 종탑에서 내려온 뒤에도 희게 남아 있었다.
“일곱 밤이면,” 서린이 말했다. “오늘은 잘 수 있다는 뜻이야.”
“그다음은?”
“오늘 안에 생각해야지.”
아이 여울은 서기의 장부를 보다가 물었다.
“저기 내 이름 적었으면, 이제 우리 집도 돌아와요?”
아무도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서린이 아이의 손을 잡았다.
“집은 아직 아니야. 그래도 네가 여기 왔다는 건 남았어.”
그날 라온은 구휼소 문에 매달린 작은 종을 볼 때마다 일곱 밤을 셌다. 종은 때가 되면 다시 울렸다. 온새미의 종과 달리, 누가 길을 잃었는지 모르는 소리였다.
입소표를 쓰는 동안 온새미 주민 노인이 자기 고향 이름을 세 번 바꿔 말했다. 종길청 지도가 사라진 뒤 가족들이 쓰던 호칭도 서로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서기는 틀린 이름을 지우고 빈칸을 남겼다. 라온이 대신 적으려 하자 서린이 펜을 내려놓게 했다.
“그분이 말할 때까지 기다려요.”
“하지만 창구가 닫히면—”
“빈칸보다 틀린 이름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어요.”
노인은 한참 뒤 온새미 마을의 오래된 물길 이름을 말했다. 서린은 그 소리를 한 자씩 되물어 확인했고, 노인은 자신이 기억하는 발음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부에는 그 이름이 적혔지만, 종적 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래도 적는 일과 인정받는 일을 한 칸에 겹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관리인은 창고 열쇠를 건넬 때 일곱 밤의 허가표와 하루치 식량표를 따로 놓았다. “잠자리는 밤 수로 세고, 곡식은 아침마다 하루치만 나갑니다. 다음 몫을 미리 약속할 수는 없어요.”
첫날 아침 배급은 창고에 머물 주민 서른두 명에게 같은 하루 몫으로 나왔다. 서린은 각자 받은 뒤 이름 옆에 표시하게 했다. 일곱 길잡이는 구휼 배급과 주민 잠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조합 숙직방을 쓰기로 했다.
서린은 표 두 장을 각자 다른 장부에 끼웠다. 라온은 그 모습을 보고 입소표 끝에 작은 선을 그었다. ‘허가된 것’과 ‘아직 허가되지 않은 것.’ 서른두 사람이 같은 창고에 들어왔어도, 내일을 한 장의 종이로 약속받은 것은 아니었다.
창고 방을 나누려는 이야기가 나오자 관리인은 잠긴 창문을 열 수 없다고 했다. 환기를 하면 보리 먼지가 들어와 저장 곡식을 상하게 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아이와 아픈 사람을 바람이 덜 드는 벽 쪽에 두고, 문 가까운 자리는 교대로 쓰기로 했다. 관리인은 숙박 인원과 실제 잠든 사람 수를 매일 기록해 달라고 했다.
서린은 이름을 대신 적지 않고 사람마다 자기 표시를 남기게 했다. 글을 쓰기 어려운 사람은 점을 찍거나 증인을 골랐다. 여울은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썼다가 첫 획이 흐려지자 종이를 바꾸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린은 흐린 획 옆에 같은 이름을 다시 쓰고, 두 줄을 모두 남겼다.
밤이 되기 전에 라온은 창고 밖 문턱을 살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과 허가받은 사람을 세는 규칙은 같은 장부에 적힐 수 없었다. 그는 새벽 점호를 자기가 맡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일을 할 주민을 물었고, 세 사람이 번갈아 이름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레를 성문 안으로 들일 때 운송 조합의 일꾼은 바퀴에 붙은 진흙을 털라고 했다. 미선은 물길의 흙을 잃으면 둑에서 어디를 밟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고 맞섰다. 일꾼은 진흙이 성 안 배수로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둘은 서로의 사정을 듣고 바퀴 아래에 천을 깔아 흙을 받아 냈다. 천은 세탁해 돌려주고, 진흙은 작은 병에 조금만 담아 측량표에 붙였다. 어느 한쪽의 규칙을 없애지 않고 필요한 흔적을 남기는 방법이었다.
라온은 그 일을 길 표지에 쓰지 않았다. 수레가 성문을 통과했다는 사실과, 다음에도 통과할 수 있다는 허가는 다른 문장이었다.
관리인이 마지막으로 문을 잠그려다 여울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고 잠시 멈췄다. “이건 창고 명부와 별개죠?” 서린은 그렇다고 답했다. 여울은 두 기록을 한 장으로 합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날부터 창고 입실자와 온새미 주민 장부는 다른 손에 보관됐다.
그날 밤 창고 문 앞에서 아이들이 내일의 배식 순서를 연습했다. 누구 이름 다음에 누구 이름이 오는지 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여울은 자신을 맨 마지막에 두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린은 순서를 바꿨고, 빈칸이 생기면 기다렸다가 부르기로 했다. 숫자보다 응답이 먼저였다.
입실을 마친 뒤 서린은 창고 관리인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배급을 받지 않는 날은 숙박 일수에서도 빠지는지. 관리인은 아니라고 했다. 머물 권리와 먹을 몫은 서로 다른 장부라고 다시 설명했다. 라온은 그 차이를 주민들에게 알릴 표를 만들어 문 옆에 붙였다. 여울은 자기 이름 아래 숫자를 읽고 나서야 오늘 잠자리를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