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시온이 종길청의 접수표를 들고 왔다.
“종 수리 청구는 종지기 본인이 할 수 있대.” 그가 서린에게 표를 건넸다. “네가 보낸 게 남아 있을지 몰라.”
서린은 온새미 종이 멎기 전 새 핀과 교대 종지기, 종줄을 세 차례 청구했다. 첫 두 번에는 부품이 없다는 답이 왔고, 셋째 청구에는 답이 없었다. 그림자가 보이기 전부터 종이 한 박자씩 늦게 울렸지만, 그녀는 수리 요청을 포기하지 않았다.
종길청은 조합보다 낮고 넓은 건물이었다. 출입하는 사람마다 이름과 방문할 방을 적었다. 라온과 서린, 시온은 공개 열람이 가능한 수리 장부를 신청했다. 직원은 앞선 두 청구서를 찾았지만, 세 번째 장은 빈 봉투에 꽂혀 있었다.
“내용이 없네요.” 직원이 말했다.
시온은 봉투 아랫면의 붉은 밀랍을 가리켰다. 종이를 붙였다 떼어 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직원은 봉투 번호를 확인하고 선반에서 물품 출고표를 가져왔다. 새 쇠핀 한 개, 교대 종지기 한 명, 종줄 두 타래. 세 항목은 모두 한 줄로 지워져 있었다.
“날짜는 안개가 오기 나흘 전이에요.” 라온이 읽었다. “고장 나기 전에 중단한 겁니까?”
“고장 신고가 먼저였어.” 서린이 말했다. “답이 오기 전에 중단된 거야.”
출고표에는 ‘우선 순위 변경. 북쪽 초소로 전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승인란은 먹지로 가려졌다. 초소의 종도 늦게 울렸다는 말을 들은 터라, 물자를 먼저 보냈을 이유가 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서린은 통지를 받지 못했고, 답신도 없었다.
직원은 원본 복사가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라온이 날짜와 항목을 옮겨 적으려 하자 시온이 먼저 물었다. “열람 기록을 남기는 대신, 공개 가능한 접수 번호만 기록해도 됩니까?” 직원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때서야 시온은 출고표를 다시 살폈다. 창고 도장 아래에 작은 글씨로 ‘서창-6’이 있었다. 직원은 그것이 서쪽 창고의 접수 묶음 번호라고 확인해 주었다. 승인자 이름도, 지시 번호도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 볼 장부는 서쪽 창고의 접수대장이겠네요.” 서린이 말했다.
라온은 ‘확인: 서창-6은 접수 묶음. 미확인: 답신 내용, 승인자, 전용 이유’라고 나눠 적었다. 서린은 세 번의 청구 시점과 답을 기다린 기간을 따로 기록했다. 출고 날짜와 통지를 받지 못한 날짜가 같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조합장은 서린의 기록을 읽고 원본을 뒤지거나 승인자를 지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증거 없이 책임을 묻는 일은 서른두 사람의 창고 기한부터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다. 서린도 먼저 사과를 받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내가 보낸 요청이 어디서 멈췄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기록실 열람은 별도 신청이 필요했다. 시온은 방문 목적을 ‘서창-6 접수 묶음이 어느 공개 장부에 기록되는지 확인’이라고 좁혀 적었다. 서린은 손바닥이 아파도 자기 이름으로 신청했다. 접수증에는 신청 날짜만 찍혔고, 열람 허가나 결재 내용은 적히지 않았다.
건물을 나서며 라온은 그 번호가 답을 줄 것 같으냐고 물었다.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번호는 다음 장부를 가리킬 뿐이야. 누가 왜 보냈는지는 아직 몰라.”
라온은 종이의 빈 봉투를 다시 접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얻은 것은 결론이 아니라 다음에 확인할 한 줄이었다. 서린은 그 줄을 자기 이름 옆에 남겼다.
서린은 창고로 돌아와 열람 신청서를 주민들이 볼 수 있는 탁자에 놓았다. 한 사람이 종길청에 직접 가서 큰소리로 항의하자고 했다. 다른 사람은 기록을 못 본 채 이름부터 불리면 창고 보증도 취소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둘의 말이 맞는 부분을 서린은 각각 적었다.
“조용히 있자는 뜻은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먼저 물건이 어느 장부에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답을 요구하자.”
라온은 자신이 빨리 범인을 알아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서린은 그 바람을 꾸짖지 않았다. 다만 추측을 적은 종이가 주민들 사이를 돌면 나중에 고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신청 결과가 오기 전까지 서창-6을 접수 번호라고만 부르기로 했다. 기다림은 결론을 미루는 일이었지만, 질문을 포기하는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