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이 계산한 것은 식량만이 아니었다.
“오늘 몫은 빵 서른두 개. 못은 스물일곱 개. 방수 천은 없고, 조합에서 새로 받은 일반 탄은 열한 발.” 그녀가 짧은 연발총을 천으로 닦으며 말했다. 총의 두꺼운 나무 개머리판은 어깨에 단단히 걸렸고, 철제 장전 손잡이는 두 손가락으로 정확히 당겨졌다. “지금 강으로 가면 돌아올 탄까지 남겨야 해.”
“돌을 쌓는데 총알이 왜 필요해?” 도윤이 물었다.
“돌을 쌓는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와야 하니까.”
도윤은 대꾸하지 않고 만재가 풀어 놓은 낡은 수레바퀴를 들었다. 성안의 석공들이 버린 바퀴였다. 그가 나무살을 빼는 동안 만재는 부러진 자리에 새 쐐기를 맞췄다. 온새미의 미선이 안쪽에서 못을 골랐다. 그녀는 마을에서 짐수레를 몰았지만 나루성에서는 고향 종적을 댈 수 없어 운송 조합의 마구간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내 수레인데 내가 끌 수 없대.” 미선이 말했다. “바퀴를 고치면 누가 끌어 줄래?”
도윤이 손을 들었다. 미선은 그를 위아래로 보았다.
“파워 세 번으로 수레가 움직이면 좋겠네.”
이든이 웃었다. 도윤은 못을 입에 물고 다시 바퀴를 돌렸다.
넷째 날 오후, 성안 석공 연수가 창고에 왔다. 만재에게 고친 바퀴를 사러 왔다가 온새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연수는 물길에 다리를 놓겠다는 말을 듣고 표정부터 굳혔다.
“그 둑은 봄비가 오면 어른 허리까지 잠겨요.”
“높이면 됩니다.” 만재가 말했다.
“얼마나?”
“직접 재봐야죠.”
연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같이 가요. 거짓말을 들으러 온 건 아니지만, 보지도 않은 길에 내 이름을 보증인으로 올릴 수는 없어요.”
라온은 그녀가 보증인이라는 말을 한 번 더 되물었다.
“여기 사람 둘이 실제 통행을 확인하면 구휼소가 창고를 쓸 날을 더 줄 수 있어요.” 연수가 말했다. “그 뒤는 또 다른 문제지만.”
넷째 날 저녁, 조합장이 창고 문을 열었다. 일곱 명이 온새미에서 살아 돌아온 뒤로 처음 얼굴을 보인 것이었다. 그는 모아의 어깨부터 살폈다.
“정찰 허가로 마을 하나를 구해 오더니, 이번엔 종길청을 뒤지고 있더군.”
“누가 종 수리를 멈췄는지 알고 싶어요.” 라온이 말했다.
“북쪽 초소의 종도 늦게 울린다. 거기엔 내 길잡이들이 있어. 내가 너희 일만 볼 수 있는 줄 아나?”
“우리 일이 아니라 서른두 사람의 일이에요.”
“안다.” 조합장은 창고를 둘러봤다. 바퀴를 고치는 미선, 방패 가죽을 꿰는 만재, 여울에게 자기 이름을 다시 읽어 주는 서린을 차례로 보았다. “그래서 이 문은 열어 둔 거다.”
그는 종길청 원본에 손대지 말라고 했다. 초소 물자를 옮긴 날짜가 이상한 것은 자신도 확인하겠지만, 증거 없이 책임자를 지목하면 온새미 사람들만 먼저 쫓겨날 수 있었다.
라온은 항의하려다 멈췄다. 맞는 말이기도 했고, 편한 말이기도 했다. 어느 쪽인지 아직 몰랐다.
“그럼 내일 길을 보러 가겠습니다.” 라온이 말했다. “연수가 같이 가요.”
“네 어깨는?” 조합장이 모아에게 물었다.
모아가 입을 열기 전에 해나가 말했다. “제가 봅니다. 내일은 못 갑니다.”
모아는 인상을 썼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자기 자리를 대신 지키는 데 동의하는 일은 방패를 드는 일보다 어려웠다.
조합장은 창고를 더 쓸 수 있도록 조건부 보증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연수와 함께 첫 둑 구간을 직접 확인한 뒤에만 자기 이름을 구휼소 문서에 올리겠다고 했다. 오늘은 약속을 적은 종이도, 효력이 생긴 허가서도 없었다.
구휼소의 몫은 매일 새로 맞췄다. 다른 마을의 배급을 덜어 오지 않는 규칙도 그대로였다. 라온은 그 말이 편한 변명인지 따지고 싶었지만, 장부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름과 수량이 적혀 있었다.
“그럼 우리가 뭘 할 수 있습니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과 못 하는 일을 나눠 적는 거다.” 조합장은 보증 인장의 잉크를 닦았다. “연수와 내가 실제로 본 구간까지만 보증할 수 있어. 종적을 만들어 줄 수도, 종길청 원본을 바꿀 수도 없다.”
그는 북쪽 초소의 길잡이들도 배급을 기다린다고 털어놓았다. 누가 물자를 그곳으로 보냈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조합원들을 위험에 두는 것이 두려웠다. 라온은 조사에서 얻은 날짜와 출고표 번호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은 보고서 첫 줄에 ‘가설’이라고 적기로 했다.
연수는 서명하기 전에 둑을 다시 보러 가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첫 구간이 사람 한 명을 버티지 못하면 보증을 서지 않겠다고 했다. 조합장도 측량 범위가 확인되기 전에는 자기 인장을 쓰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두 이름을 적을 칸은 비워 두었다.
서린은 그 조건을 주민들에게 읽어 주었다. 몇 사람은 보증 범위를 물었다. “창고에 머무는 것만 보증하나요, 아니면 우리가 솔등을 다녀온 일도 포함되나요?”
“아직 보증은 시작되지 않았어요.” 조합장이 답했다. “둑을 보고 허가가 나더라도 창고 사용과 직접 확인한 구간까지만입니다. 솔등의 뜻까지 대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주민은 자기 이름을 미리 문서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린은 서명란을 비워 둔 종이를 모두에게 돌려 확인받았다. 다음 날 연수와 주민들이 실제로 걸어 본 뒤, 그 범위를 알고 다시 답하기로 했다. 보증은 아직 아무 날짜도 늘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조합장은 북쪽 초소에서 온 짧은 신호표를 펼쳤다. 종이에는 이름 대신 교대 횟수와 식량 부족만 적혀 있었다. 그는 초소 사람들을 위험하게 두지 않으려다 보증을 서두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온은 그 설명을 면죄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서린에게 알릴 수 있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조합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접수대장 열람이 가능해지면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서린은 보증인의 동행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약속을 강요하지 않고, 다음 날 둑을 확인할 날짜만 적었다. 서로 다른 책임이 한 사람의 사정으로 지워지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