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아침, 연수와 라온은 전날 걸어 본 둑의 측량표를 펼쳤다. 첫 구간은 한 사람이 왕복해도 돌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수레가 지날 폭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연수는 확인한 발자국 수와 멈춘 지점을 다시 세고서야 종이를 접었다.
구휼소 창구에서 서기는 측량표를 읽은 뒤 두 번째 보증인을 물었다. 조합장은 자기 인장을 내놓았다. “이제는 내가 직접 본 첫 구간과 창고 사용 기간에 한해 보증하겠습니다. 수레길이나 솔등까지 보증하는 건 아닙니다.”
연수와 조합장은 그 범위를 문서에 적고 각자 서명했다. 그제야 구휼소는 창고 허가를 공식 연장했다. 처음 허가한 일곱 밤에 네 밤을 더해 열한째 날 밤까지 머물 수 있고, 열두째 날 해 질 무렵에는 방을 비워야 했다. 열두째 날 아침의 하루치 곡식이 마지막이었다. 열셋째 날 몫은 없었다. 서린은 잠자리 종료일과 마지막 배식일이 서로 다른 줄에 적힌 것을 주민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읽었다.
한 주민이 서린에게 물었다. “솔등에 다녀오면 그 사람들도 우리를 보증해 주나요?”
“그건 그 사람들이 정할 일입니다.” 서린이 말했다. “오늘 허가가 늘어난 것과는 별개예요.”
창고 문 옆에 허가서를 펼쳐 두었다. 여울은 열한째 밤과 열두째 날 저녁을 손가락으로 짚었고, 미선은 돌아오는 날을 잘못 세지 않도록 수레 달력에 같은 날짜를 옮겼다. 이든은 열한째 날 해 지기 전까지 나루성으로 돌아오는 계획을 제안했다. 누구도 그 일정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서린은 원본 주민 이름 장부를 솔등에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미선과 만재가 각자 열쇠 하나씩 맡고, 둘이 함께 있을 때만 장부를 열기로 주민들과 정했다. 빠진 이름이나 새 표시가 생기면 지우지 말고, 확인한 사람의 날짜를 옆에 더한다. 서린은 주민 이름이 없는 작은 수첩만 챙겨 솔등에서 들은 조건을 적기로 했다. 장부를 맡기는 일이 기록을 포기하는 일은 아니었다.
여울은 서린이 며칠 자리를 비우면 자기 이름도 장부에서 잠시 지워지는지 물었다. 서린은 장부를 잠그는 일과 사람을 묶어 두는 일은 다르다고 답했다. “네 이름은 여기 있어. 내가 떠난 날짜를 옆에 적되, 네가 어디에 머무는지는 네가 말할 때만 적을 거야.” 미선과 만재는 두 열쇠를 서로 다른 허리끈에 묶었다. 여울은 두 사람에게 같은 문장을 따로 읽어 주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서린의 짧은 부재가 누구의 이름을 대신 바꾸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라온은 서린에게 남아 있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답했다. “온새미 종을 멈춘 이유와 그 뒤에 치른 일을 내가 들었으니, 솔등이 왜 종을 두고 있는지 내 귀로 듣고 싶어. 원본은 맡겼고, 내 판단까지 맡기지는 않을 거야.”
떠나는 사람은 일곱 길잡이와 서린, 여덟이었다. 모아는 여전히 방패를 어깨에 메지 않고 수레 위에 묶었다. 해나는 상처를 확인해도 되는지 물었고, 모아가 괜찮다고 하자 붕대 상태만 살폈다. 이든은 일반 탄 열 발을 다시 세었고, 시온은 긴 총의 조준경을 천으로 감쌌다. 도윤은 만재에게 배운 대로 바퀴 쐐기를 눌렀다.
그날 밤 주민들은 창고 장부를 미선과 만재가 함께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구도 새 이름을 대신 써 넣지 않았다. 다음 날 해 뜨기 전, 여덟 사람은 솔등으로 향하는 오래된 산길을 나서기로 했다. 허가서의 날짜와 보증 범위는 그들이 떠나는 동안에도 창고 문 안쪽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