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1. 문 앞의 일곱

일곱째 날 해가 기울 무렵, 일곱 길잡이와 서린은 낮은 돌기둥 앞에 닿았다. 종소리가 없는 산길은 돌계단과 젖은 흙길을 번갈아 지나왔다. 돌기둥 뒤에서 문이 열렸다. 기다란 창을 든 여자가 한 사람 나왔다. 창끝은 바닥을 향했지만, 여덟 사람의 발을 차례로 세는 눈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표지를 읽었습니까?”

“읽었습니다.” 라온이 대답했다.

“그런데도 왔군요.”

“종을 울리러 온 건 아닙니다. 물길에 놓을 돌을 어떻게 고치는지 묻고 싶어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성문 안쪽을 향해 손을 흔들자 다른 두 사람이 나왔다. 그들은 일행의 칼과 총을 잠금 상자에, 방패를 문 옆의 쇠걸이에 잠가 두라고 했다. 해월은 열쇠를 자기 허리춤에 달고 인계표에 물건 수를 적었다. 도윤이 한 발 앞으로 나서려는 것을 이든이 팔꿈치로 막았다.

“상자 앞에서 싸우면 대화는 끝이야.”

모아는 방패를 풀어 상자 옆에 세웠다. 어차피 오래 들지도 못할 물건인데,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등이 드러난 느낌이 들었다. 해나가 그 표정을 보고 말했다.

“필요하면 내가 먼저 말할게.”

“치료수가?”

“입은 아직 안 다쳤거든.”

여자가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그녀는 자신을 해월이라고 소개했다. 솔등의 종을 돌보던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은 마을 회의에서 손님을 맞는 일을 맡는다.

“만재가 솔등을 알려 줬습니다.” 라온이 말했다.

“온새미 만재?”

“살아 있습니다.”

해월의 얼굴이 달라졌다. 반가움과 걱정이 거의 동시에 스쳤다.

“온새미가 지워졌다는 말은 들었어요. 사람들은요?”

“서른두 명이 나왔습니다. 나루성 창고에 있습니다.”

“서른두.” 해월은 숫자를 낮게 되풀이했다. “그렇게 많이.”

마을 안은 비어 있지 않았다. 집마다 창 아래 작은 돌판이 놓였고, 그 위에는 집안 이름보다 그날 할 일이 적혀 있었다. *우물. 방앗간. 북쪽 밭.* 저녁을 짓는 연기가 골목 위에 모였고, 아이 둘이 낯선 손님을 따라오다가 해월의 눈짓에 멈췄다.

라온은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이면 모두 온새미처럼 안개에 갇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솔등의 안개는 들판 가장자리에 얇게 걸렸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물을 긷고 빵을 굽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해월은 빈 종탑 아래로 일행을 데려갔다. 종은 남아 있었다. 다만 안쪽의 쇳덩이가 빠져 있었다. 종 아래에는 굵은 새 밧줄 대신 먼지가 쌓인 고리가 걸려 있었다.

“우리는 종을 다시 울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요?” 단이 물었다.

해월은 그를 보았다. “그건 아침에 말하지요. 오늘 밤엔 묵고 가도 됩니다. 조건이 있어요. 떠난 뒤 솔등으로 들어오는 길을 그리지 마세요.”

라온은 바로 약속하지 않았다. 이름이 지워진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길을 그리지 않으면 솔등도 계속 다른 도시의 빈칸으로 남는다.

“살아 있다는 말까지 숨겨야 합니까?”

“아니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크게 말해 주세요.” 해월이 빈 종을 올려다봤다. “누구든 오게 하려고 우리 집 문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일입니다.”

라온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를 묻기 전에 주민의 뜻을 묻겠다고, 방금 돌기둥 앞에서 마음먹었다.

무기와 방패를 인계표에 올리고 잠금 상태를 확인한 뒤, 해월은 여덟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것을 물었다. 솔등 사람들은 손님이 어떤 무기를 맡겼는지 알고 싶었지만, 상자를 열어 구경하지는 않았다. 이든은 짧은 총의 탄창이 빈 상태와 장전 손잡이가 잠긴 위치만 설명했다. 시온은 긴 총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관통탄을 쓴 뒤 남은 장비는 말해도, 총의 사거리와 표적은 이 마을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였다.

“우리가 무기를 맡기는 대신, 솔등에서 위험이 생기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라온이 물었다.

“먼저 우리가 허락해야 해요. 그리고 필요한 사람만 꺼냅니다.” 해월은 조건을 숨기지 않았다. “손님이 우리 마을에서 누구를 지킬지도 우리가 정할 수 있어요.”

모아는 방패를 잠금걸이에 걸었다. 손목에 걸린 붉은 자국을 해나가 살폈다. 방패를 내려놓으니 어깨가 덜 아팠지만, 문 앞에 선 자신이 비어 보이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감각을 숨기지 않고 “지금은 안 들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해월은 그 말을 인계표 한쪽에 적지 않았다. 그것은 물건의 상태가 아니라 모아가 정한 경계였다.

손님들에게 잠자리를 내준 집은 많지 않았다. 솔등 주민은 낯선 사람을 모두 한집에 들일 필요가 없다고 합의했고, 일곱 길잡이와 서린은 마을 회관 바닥에 나란히 눕지 않고 두 집으로 나뉘었다. 해월은 어느 집도 손님에게 빚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집주인이 원하면 아침 식사 전에 떠나야 했다.

라온은 그 조건을 듣고서야 지도 밖의 마을도 온새미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온새미에서 구조했던 사람들을 솔등 주민과 같은 방식으로 묶어 놓을 수 없었다.

해나가 모아의 어깨를 확인하려 하자 모아는 오늘은 치료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나는 괜찮은지 한 번 더 묻고, 붕대만 고쳐 매는 데 동의를 받았다. 해월은 그 모습을 보며 “여기서는 누가 아프다고 해서 자동으로 도와주지 않아요. 부탁받기 전까지 기다리는 것도 규칙입니다”라고 했다.

이든은 문밖에서 총을 두고 온 방향을 확인했다.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도 상자를 열지 않았다. 신뢰는 열쇠 하나를 넘기는 일이 아니라, 맡긴 경계를 함께 지키는 일이었다.

마을에서 빌린 담요는 손님마다 색이 달랐다. 모아는 자기 어깨 쪽으로 두꺼운 담요를 달라고 먼저 말했고, 해나는 그 요청을 대신하지 않았다. 집주인은 남은 담요를 고르는 순서를 손님에게 맡겼다. 짧은 체류에도 각자의 경계는 존중받아야 했다.

11. 문 앞의 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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