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2. 종이 없는 아침

여덟째 날 아침, 솔등은 종 대신 나무 망치 소리로 하루를 열었다. 방앗간에서 빵을 굽는 사람은 두 번, 밭으로 가는 사람은 세 번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같은 시각에 움직이지 않았지만 하루는 시작됐다.

해나는 하룻밤 사이 모아의 어깨 붕대를 갈았다. 모아가 이를 악물자 손을 멈췄다.

“아프면 말하겠다고 했지?”

“지금 말했어.”

“이를 악무는 건 말이 아니야.”

“아파.”

“고마워.”

해나는 붕대를 느슨하게 다시 감았다. 상처가 닫혀 보인다고 방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아는 이번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골목 끝 작은 돌집에서는 늙은 사람이 발목을 찬물에 담그고 있었다. 해월의 아버지였다. 해나는 치료수 인장을 내보였지만 손을 바로 대지 않았다.

“제가 조금 봉합하면 걸을 때 덜 아플 수 있어요. 대신 제 힘도 쓰고, 오늘 다시 아프지 않다는 보장은 없어요. 괜찮으세요?”

노인은 자기 발목을 내려다봤다. “밭에는 안 나갈 거요. 우물까지 갈 만큼이면 돼.”

해나는 손끝에 작은 빛만 모았다. 봉합이 끝난 뒤 노인은 일어나 두 걸음 걸었다. 해나는 뒤에서 지켜보다가 그가 우물까지 가지 않고 의자에 앉는 것을 보고서야 웃었다.

라온은 길목에 놓인 돌판들을 살폈다. 동쪽 집 문 앞에는 *지안, 다리 밑 받침돌 네 개*라고 적혀 있었다. 글자 위에 칼로 여러 번 따라 판 자국이 났다. 작업을 잊지 않으려는 표시이기도 했고, 외지인의 눈에 사라지기 쉬운 이름을 서로 읽어 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집에서 나온 청년이 라온을 발견했다.

“그 돌판은 어제 제 것이었어요.” 그는 새 돌을 옮기며 말했다. “오늘은 받침돌이 다섯 개예요. 네 개라고 쓰인 걸 보고 어머니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지안이군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손님이라 다행이네요.”

지안은 솔등에서 다리와 물받이를 만드는 석공이었다. 그가 들고 나온 돌에는 짧고 긴 홈이 번갈아 파여 있었다. 물이 밀어도 옆의 돌과 어긋나지 않게 하는 자리라고 했다.

“온새미 둑에도 이걸 쓸 수 있을까요?”

“먼저 물이 어디로 빠지는지 알아야죠.” 지안은 돌을 내려놓았다. “무너진 걸 올리는 건 쉽습니다. 다음 비에도 남게 하는 게 어렵지.”

시온은 지안의 말보다 마을 바깥 언덕을 보고 있었다. 사람 셋이 짐을 지고 능선을 넘어왔다. 길 표지는 없었고, 그들이 밟는 자리도 눈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손님이 더 오나?”

“소금 가져오는 사람들이에요.” 지안이 말했다. “우리를 기억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소금은 오죠.”

“어디서?”

“시장길.” 지안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 길도 도시 지도에는 없는 모양이었다.

시온은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사람들을 다시 보았다. 멀리서 보면 짐의 수와 걸음의 빠르기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어제 누구의 이름을 잊었는지는 가까이 가서 물어야 알았다.

해월의 아버지가 우물까지 가지 못한 것은 발목보다 숨 때문이었다. 해나는 치료를 조금 더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지만, 치료수가 끝난 뒤에도 오래 걷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물을 길러 달라고 부탁하는 대신 우물가 의자를 집 앞에 놓아 달라고 했다. 이웃 두 사람이 돌아가며 물을 가져오기로 했고, 한 사람이 계속 맡는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모아는 그 장면을 보고 자기 어깨에 대해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면 지안이 떠나지 못할까 걱정됐다. 해나는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

“어깨가 아직 아파.” 모아가 한참 뒤 말했다. “내일 길에서는 방패를 들지 않을 거야.”

“좋아.” 라온은 곧바로 다른 일을 맡기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네가 정해.”

모아는 웃지 않았다. “그건 나중에 생각할게.”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망치 두드리는 시간을 집마다 알려 주었다. 종이 없어도 아침이 시작되었고, 누군가 쉬기로 해도 마을은 움직였다. 라온은 그 규칙을 온새미에 가져가고 싶었지만, 먼저 주민들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라고 적었다.

아이들은 종 대신 쓰는 문 두드림을 각자 기억하는 방식으로 배웠다. 한 아이는 소리를 색으로, 다른 아이는 집 앞 돌의 위치로 외웠다. 단은 그 신호가 모두에게 똑같이 들리지는 않는다고 알아차렸다. 그는 누가 틀렸다고 하지 않고, 세 번 두드리는 문 앞에 작은 흰 조약돌을 놓는 방법을 제안했다.

해월은 그 돌을 마을 표식으로 공개해도 되는지 주민에게 물었다. 한 사람은 낯선 이도 알아볼 수 있다고 반대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안쪽 골목에서만 쓰고 바깥길에는 놓지 말자고 했다. 단은 들은 소리를 더 잘 이용하는 대신, 주민들이 정한 범위에서만 안내하기로 했다.

“네 귀가 알려 준다고 해서 네가 길을 정하는 건 아니야.” 해월이 말했다.

단은 잠시 뒤 “맞아요”라고 답했다. 그의 능력은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누구를 위해 어디까지 쓰는지는 그가 혼자 정할 수 없었다. 그는 발소리를 기록할 때도 집 이름과 방향을 빼고, 소리가 있었다는 시각만 적었다.

단은 종 대신 쓰는 신호를 연습할 때 일부러 귀를 막고 걸어 보았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도 조약돌과 문 두드림으로 같은 뜻을 알 수 있어야 했다. 해월은 그 제안을 주민 회의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단은 그때까지 표식을 늘리지 않았다.

아홉째 날 아침, 해월은 문 두드림을 들을 수 없는 주민에게 신호를 어떻게 전할지 물었다. 한 아이는 벽을 두드릴 때의 떨림을 손바닥으로 느낀다고 했지만, 그 벽은 밤마다 다른 집과 닿아 있었다. 돌을 두드리면 먼 집까지 소리가 퍼져 마을 위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은 가까운 집 안에서만 쓰는 짧은 진동판을 제안했다. 문틀 안쪽에 끈을 걸고 당기면, 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도 손에 떨림이 전해졌다. 주민들은 그 끈을 바깥길에서는 보이지 않게 하기로 했다. 신호가 없는 집에는 누군가 직접 확인하러 가되, 허락 없이 문을 열지는 않았다.

라온은 그 방법을 온새미에도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해월은 도면을 주지 않고, 그 원리를 설명하는 말만 허락했다. “여기서 쓰는 방법을 가져가도, 어디에 설치할지는 그곳 사람이 정해요.” 단은 끈의 길이를 장부에 적지 않았다. 그날 배운 것은 도구의 모양보다 누가 신호를 사용할지 먼저 묻는 순서였다.

12. 종이 없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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