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3. 마지막으로 울린 날

아홉째 날, 해월은 종을 멈춘 이유를 마을 회의에서 꺼냈다. 일곱 해 전 종의 안쪽 쇳덩이가 깨졌을 때는 돌계단으로 이웃 마을과 오갈 수 있었다. 지명이 흐려지고, 겨울 열병에 약을 구하러 간 사람이 나루성에서 자기 집 이름을 말하지 못한 뒤에야 사람들은 종을 다시 울리기로 했다.

“한 번 울렸어요. 길이 보였고 약 수레도 왔죠.” 해월이 말했다.

옆에 앉은 남자가 말을 이었다. “수레 뒤를 따라 검은 것이 들어왔습니다. 그날 세 사람이 죽었어요. 약을 기다리던 내 형도요.” 그는 라온을 바라봤다. “다시 울리면 안전하다고 말하러 왔습니까?”

“아니요. 둑을 고치는 방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종길을 열자고 설득하러 온 건 아닙니다.”

회의장 뒤편의 노인은 솔등 밖에 사는 딸의 편지에서 길 이름이 해마다 옅어진다고 했다. 닫아 둔 종은 사람을 지켰지만, 침묵은 멀리 있는 가족에게 마을이 사라졌다는 오해를 남길 수 있었다. 종을 울리고 싶은 사람과 다시는 울리지 말자는 사람의 이유는 한 장의 표로 정리되지 않았다.

한 청년은 종을 다시 달아 놓기만 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매번 싸우게 될 거라고 했다. 쇳덩이를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누가 울릴 수 있는지 다툴 수 있었다. 아이를 잃은 남자는 종을 아예 녹여 없애야 한다고 했고, 노인은 그 말을 듣고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종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딸이 자기 집이 아직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일이었다.

해월은 손을 들어 회의를 끊지 않았다. 한 사람씩 말하고, 다른 사람은 들은 뒤에만 답하도록 순서를 바꿨다. 찬성하는 사람 셋과 반대하는 사람 여섯이 있다는 숫자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보다 많은 이들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나 결정하지 못했다. 서린은 말하지 않은 사람의 침묵을 찬성표로 적지 않았다.

해월은 다음 회의까지 외부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할 방법을 생각해 오자고 했다. 나루성 공개 접수대에 문장을 맡기되 위치와 길 이름은 적지 않는 안에 반대하던 주민도 동의했다. 그날의 결론은 종의 재가동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소식을 어떤 범위로 전할지에 한정됐다.

문장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노인은 ‘우리는 여기 있다’고 쓰자고 했고, 아이를 잃은 남자는 그 문장이 도움을 청하는 신호로 읽힐까 걱정했다. 한 청년은 ‘살아 있다’는 말만 남기자고 했다. 어디 있는지, 종을 고쳐 달라는지, 길을 다시 열자는지는 그 종이에 넣지 않았다.

해월은 한 줄을 읽고 방 안을 둘러봤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그 문장에 자기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름을 적은 수는 전달에 동의한 사람의 수로만 남기고, 말하지 않은 사람을 대신해 세지 않았다. 접수대에 맡길 종이는 주민 여섯 명이 서로 읽어 본 뒤 접혔다. 다음 회의 날짜는 그 아래에 남아 있었고, 종탑 문은 잠기지 않았다.

서린은 온새미의 요청서를 떠올렸다. 자신은 수리만 되면 마을이 이어질 거라 믿었지만, 쇠를 고치는 일과 종을 울리기로 정하는 일은 달랐다.

“온새미에 돌아가면 남은 주민들에게 요청서가 어디까지 갔는지 전하고, 종을 울릴지는 다시 물을게요.” 라온이 말했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록에는 ‘오늘은 울리지 않음’과 다음 논의 날짜가 함께 남았다. 비어 있는 종탑은 잠그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노인은 다음 날 나루성으로 가는 짐수레에 쪽지를 실을 수 있다고 했다. 해월은 그가 마을을 대표해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문장을 짧게 적었다. ‘우리는 살아 있다.’ 그 아래에 종길도, 종탑의 위치도, 방문을 청하는 말도 없었다. 노인은 쪽지를 먼저 읽고 자기 이름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운반을 도울 뿐, 누구의 뜻까지 실어 나르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쪽지가 도착해도 다시 검은 것이 따라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해월은 위험이 사라졌다고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인은 그래도 딸에게 아무 소식도 주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 둘은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지만, 쪽지를 보낼 사람과 종을 울릴 사람을 한 결정으로 묶지는 않았다.

13. 마지막으로 울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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