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4. 나갈 사람의 이름

열째 날 아침, 전날 쪽지를 맡기겠다고 한 노인은 나루성으로 가는 짐수레에 종이 한 장을 실었다. 쪽지에는 ‘우리는 살아 있다’는 문장만 있었다. 그는 솔등을 대신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정된 운송을 돕는 사람으로 길을 나섰다.

지안은 온새미 둑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안의 어머니는 그보다 먼저 와 있었다. 두 사람은 마을 회의에서 말을 맞추지 못한 얼굴이었다.

“온새미 둑을 보러 가고 싶습니다.” 지안이 말했다.

해월이 눈썹을 올렸다. “네가 가면 마을 사람 하나가 나루성에서 일을 해야 해. 그쪽 장부엔 솔등이라는 종길도 없는데.”

“장부에 없다고 돌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네가 돌아올 때 할 말이다.”

지안의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가고 싶은 건 지안이에요. 내 허락을 받으러 온 게 아니죠.”

지안은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가 다음 주 물받이를 혼자 고치게 될까 봐요.”

“그건 내가 사람을 구할 수 있어.” 어머니는 그의 어깨를 한 번 쳤다. “네가 할 수 없는 건, 여기 있을 사람의 뜻을 네 일에 묶는 거야.”

라온이 끼어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저희가 같이 걷겠습니다.”

해월은 잠시 생각했다. “그 약속은 좋지만, 네 지도가 없어지면?”

“지도를 믿고 온 건 아닙니다.” 단이 말했다. “돌계단은 들을 수 있어요.”

해월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지안에게 조건을 말했다. 솔등으로 오는 길을 나루성 조합의 공개 지도에 옮기지 않을 것. 온새미 둑에서 일하되 솔등을 대신해 종길을 열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 겨울 전에 한 번은 돌아와 마을 물받이도 볼 것.

“그건 제가 정할 수 있어요.” 지안이 말했다.

“그래서 너한테 묻는 거야.”

라온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온새미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길은 나중에 찾으면 돼요. 지금은 사람이 왔다고 적어요.* 그때는 누나와 주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말이었다. 지금은 사람을 위해 길을 열더라도, 그 길의 끝에서 사는 사람이 싫다고 하면 멈춰야 한다는 뜻이 되었다.

오후에 시온은 지안과 둑의 옛 높이를 재기 위해 마을 바깥으로 나갔다. 시온이 먼 절벽의 선을 먼저 잡자 지안은 돌의 물때 자국을 보여 줬다.

“저기까지 물이 온다고요?” 시온이 물었다.

“지난 봄엔 더 높았어요. 여기선 조준경보다 젖은 돌을 먼저 봅니다.”

시온은 웃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절벽을 봤다.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정확해지는 일도 있었다.

지안이 출발을 고민하는 동안, 어머니는 이미 다음 주 물받이 일을 세 사람에게 나눠 부탁하고 있었다. 지안은 그 부탁이 자기 몫을 대신 떠안는 일처럼 느껴졌다. “내가 가면 어머니가 혼자 해야 하잖아요.”

“네가 남아도 내가 혼자 고칠 날은 있어.” 어머니가 답했다. “네가 떠나는 걸 반대한다고 말하면, 네가 내 허락을 기다렸다고 믿게 될까 봐 더 무섭다.”

지안은 나루성에서 배운 기술을 솔등에 남겨 두는 방법을 제안했다. 받침돌 그림은 공개 지도에 올리지 않고, 마을의 물받이 장부에만 그렸다. 그는 돌아올 날을 약속하기보다 겨울 전에 한 번 방문해 상태를 보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날짜를 장부에 적되, 날씨가 나쁘면 미루겠다는 조건도 함께 썼다.

라온은 약속을 기록하면서 ‘지안이 솔등을 대표한다’고 쓰지 않았다. 그는 떠나는 사람 한 명의 선택만 기록했다. 해월은 두 석공이 만든 받침돌을 온새미 둑에 쓰도록 허락했지만, 솔등의 위치나 종길을 내준 것은 아니었다. 떠날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일과 남은 사람들이 결정할 일을 분리하는 것이 이별의 조건이 되었다.

출발 준비를 하던 지안은 어머니가 오래된 도면을 상자에서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 도면에는 지난해 홍수 때 무너진 배수로가 그려져 있었다. 지안은 돌을 너무 높게 쌓아 물이 옆집 마당으로 번졌고, 어머니는 그 뒤로 매번 물때 자국부터 확인했다.

“내가 실수한 자리까지 가져가겠어요.” 지안이 말했다.

“실패한 설계가 아니라, 물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지 않은 기록을 가져가.” 어머니는 도면의 한쪽을 접어 주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마. 잘못 놓으면 다시 뺄 사람을 함께 정해.”

지안은 그 약속을 온새미 주민에게도 전하기로 했다. 라온은 기술자가 도착하면 길이 완성될 거라 기대했던 자기 생각을 고쳐 적었다. 지안은 해결책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확인할 자료와 자신의 실수를 가져오는 사람이었다.

해월은 떠나는 이의 짐을 대신 싸 주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으로 어느 길을 밟을지 선택하게 했다. 지안은 공개 지도에 없는 샛길을 골랐고, 그 길은 손님들에게도 그 자리에서만 알려졌다.

지안이 짐을 쌀 때 어머니는 자기 이름 대신 마을의 수리 당번표를 건넸다. 지안이 없는 동안 누가 물받이를 볼지 이미 적혀 있었다. 지안은 그 표에 자기 이름을 지우지 않고, 나루성에서 돌아오면 맡을 일을 한 줄 더했다. 떠남은 맡은 일을 버리는 것과 같지 않았다.

온새미로 떠나는 날이 가까워지자 한 주민이 지안에게 물받이 도면을 내주지 말라고 했다. 지난번 물난리 때 지안이 돌을 잘못 놓은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기술을 가져가면 여기 남은 사람은 누구한테 물어봐요?”

지안은 도면을 감추지 않았지만, 바로 건네지도 않았다.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예요. 그 밖은 제가 대신 약속하지 않을게요.”

그 주민은 여전히 불만스러워했다. 떠나는 사람의 약속보다 남는 사람의 일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했다. 지안의 어머니는 그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대신 물받이 당번을 세 사람으로 나누고, 지안이 빠진 기간에 누가 무엇을 확인할지 각자의 동의를 받았다. 지안은 자신이 돌아오지 않아도 주민들이 그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도록, 도면에 확인 순서만 덧붙였다.

라온은 그 장면을 보고 한철 동안 누가 같이 걷는지가 곧 한 마을의 뜻은 아니라고 적었다. 솔등은 지안 한 사람을 보내기로 했을 뿐, 온새미를 돕기로 한 것이 아니었다.

14. 나갈 사람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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