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5. 종소리 없는 구조

열째 날 저녁 전, 비가 내렸다. 지안이 말한 물때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한 물이 한 시간 만에 솔등의 집 앞까지 차올랐다. 산 위에서 떠내려온 통나무가 배수구를 막았고, 물은 골목으로 되돌아왔다.

“물이 빠질 곳이 없어요!” 누군가 외쳤다.

해월은 주민들이 높은 집으로 움직이도록 문마다 신호를 보냈다. 나루성 종을 울려 도움을 청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이어졌다. 해월은 비상 보관 열쇠를 들고, 잠금 상자 앞에서 멈췄다.

“수해는 비상 상황이에요. 필요한 물건만 풀고, 끝나면 다시 인계하겠습니다.”

해월은 도윤의 칼과 모아의 방패만 내주고 시각과 수량을 적었다. 두 총과 나머지 장비는 손대지 않았다. 짧게 둘, 길게 하나. 아침에는 일하러 나가는 신호였지만, 지금은 높은 곳으로 이동하라는 뜻이었다.

도윤이 배수구로 뛰어들었다. 통나무 아래에는 돌이 끼어 있었다.

“세 번이면 쪼갤 수 있어.”

“쪼개면 나무가 아래 집으로 떠내려가요.” 지안이 붙잡았다. “먼저 밧줄로 잡아야 해.”

이든이 밧줄을 사람들에게 건넸다. “왼쪽 둘, 오른쪽 셋. 당기지 말고 버텨요. 통나무가 풀리면 제가 셋을 셀게요.”

밧줄을 잡은 한 사람이 발을 고정하자 물이 돌을 밀었다. 단은 소리로 박자를 맞추려 했지만 빗소리가 모든 간격을 흐렸다. 이든은 손가락을 세우는 신호로 바꾸고, 당기는 쪽과 반대편에서 줄을 고정하는 쪽을 나눴다. 한 주민은 젖은 돌 위에 서기 어렵다고 말해 위쪽 고정 자리로 옮겼다. 자리가 바뀐 뒤에야 다섯 사람이 같은 긴장을 느꼈다. 누구도 그 주민의 손을 잡아 줄을 쥐여 주지 않았다.

모아는 방패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가려다 어깨를 한 번 돌렸다. 숨이 막힐 만큼 아팠다. 그녀는 방패를 배수구 앞 돌틈에 눕혀 물이 낮은 집으로 쏠리지 않도록 방향을 틀었다. 곧 높은 집의 발판을 붙들고 아이들이 올라오는 길을 지켰다.

물이 무릎 위까지 찼을 때 아이 하나가 발판에서 미끄러졌다. 모아는 반대 팔로 아이를 받아 문턱에 앉혔다. 어깨를 더 다치지 않으려고 몸 전체를 돌려 버텼지만, 붕대 안쪽이 젖고 통증이 번졌다. 해나가 내려오라 외치자 모아는 아이가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손을 뗐다. 도윤과 두 주민이 물길을 이어 맡았다. 방패는 그 자리에 남았고, 모아는 더 이상 어깨로 버티지 않았다.

“고정됐어!” 지안이 외쳤다.

도윤은 손목의 인장을 켰다. 첫 칼이 끼인 돌의 윗면을 쳤다. 둘째가 같은 금을 넓혔다. 셋째에 돌이 둘로 갈라졌다. 그는 넷째를 휘두르지 않았다. 지안과 단이 쐐기를 밀어 넣는 동안 주민들은 밧줄을 팽팽하게 잡았다.

“셋!” 이든이 외쳤다.

밧줄이 당겨졌다. 통나무가 돌아가며 막혔던 물길이 열렸다. 방패 위로 흐르던 물이 낮은 집을 비켜 갔다. 물은 천천히 빠졌고, 아무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손을 베인 사람 셋은 있었고, 모아의 어깨는 출발 전보다 더 욱신거렸다.

해나는 손을 다친 주민 옆에 앉아 붕대를 보여 줬다. “지금 봉합하면 일을 멈추고 쉬어야 해요. 먼저 어머니를 옮긴 다음 손을 볼 수도 있어요. 어느 쪽을 원하세요?”

“집 안의 어머니부터요.”

해나는 붕대를 가볍게 감고 함께 집으로 갔다. 치료를 미룬 선택과 지금 치료한 상처를 따로 기록했다. 누가 먼저 돌봄을 받아야 하는지 해나가 대신 정하지 않았다.

물이 빠진 뒤 도윤은 칼을 닦아 해월에게 돌려줬고, 모아는 방패를 쇠걸이에 걸었다. 해월은 두 물건을 인계표와 대조하고 잠금 상태를 확인했다. 모아는 어깨에 힘을 주지 않은 채 붕대가 젖은 부분만 갈아 달라고 했다. 해나는 치료수를 권했지만, 통증이 곧 사라진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모아는 그날 밤 팔을 몸 가까이에 붙이고 쉬기로 했다.

해월은 낮은 집에 남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다친 손 세 곳을 주민들과 함께 기록했다.

비가 잦아든 뒤에야 해월은 여덟 손님에게 잠자리를 제안했다. 두 집은 자기들이 받을 수 있는 인원을 정했고, 다른 집들은 거절했다. 손님은 그 배정을 받아들였고, 라온은 숙소 이름을 마을 밖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재난을 도운 일이 주민의 문을 계속 열어 둘 의무가 되지는 않았다. 비상 인계표에는 꺼낸 사람, 사용한 물건, 돌려놓은 시각만 적혔다. 주민 회의 탁자에 기록을 펴 두었지만, 공개된 것은 수해 중 받은 도움을 빚으로 바꾸지 않기 위해서였다.

밤에 빈 종탑에는 비만 떨어졌다. 누구도 안쪽 쇳덩이를 다시 달지 않았다. 불 켜진 집들 사이로 이름을 확인하는 목소리와 발소리가 오갔다. 라온은 모든 길이 종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더는 쉽게 할 수 없었다.

15. 종소리 없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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