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16. 그려 주지 않는 길

열한째 날 아침, 비가 그쳤다. 전날 배수구를 고친 주민들이 회의에 모였다. 해월은 지안을 온새미 둑으로 보내는 일을 허락했고, 마을 석공 두 명이 만든 받침돌과 물받이 도면을 맡겼다.

“돌은 가져가세요. 솔등으로 들어오는 길을 도시 표지판에 적지는 마세요.” 해월이 말했다.

“온새미 물길은 솔등을 지나지 않게 놓겠습니다.” 라온이 답했다.

“영영 모르는 척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약병을 쥐었던 남자가 덧붙였다. “도움이 필요하면 사람을 보내세요. 우리가 거절할 수 있도록요.”

지안의 어머니는 도면 가장자리에 배수구 깊이를 다시 적었다. 지난해 지안이 돌을 너무 높이 쌓아 물을 옆집 마당으로 보낸 자리도 지우지 않았다. “잘못 놓으면 다시 뺄 사람을 함께 정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보다 그게 낫다.” 지안은 그 말을 온새미 주민에게도 전하기로 했다. 솔등은 한 사람을 보내기로 했을 뿐, 마을 전체가 온새미를 돕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해월은 전날 수해에 사용한 칼과 방패가 잠금 상자에 돌아와 있는지 인계표와 대조했다. 두 총도 봉인이 그대로였다. 이든은 자기 총의 장전 손잡이를 확인하고 남은 일반 탄을 세었다. 열 발. 첫 둑 측량에서 표지판 못에 쏜 기록 옆에 확인 날짜를 적었다. 모아는 방패를 받아 들지 않고 지안의 수레에 실었다.

“이번엔 왜 안 메요?” 지안이 물었다.

“필요할 때 내가 다시 잡으려고. 그때까지는 수레가 지켜 줘.”

솔등에서 나서기 전, 석공 두 명은 받침돌 여덟 개와 물받이 도면을 지안에게 인계했다. 지안은 수량을 확인해 표에 적고 돌을 자기 산길 수레에 실었다. 미선은 솔등에 간 여덟 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루성에 남은 만재는 원본 주민 장부와 첫 번째 열쇠를 맡고, 미선은 자기 허리끈에 묶인 두 번째 열쇠만 지닌 채 주민 수레를 끌고 등록길 끝으로 나왔다. 장부는 만재와 첫 번째 열쇠와 함께 나루성에 잠긴 채 남았다.

일곱 길잡이와 서린, 지안은 해월이 가리킨 산길로 나섰다. 지안의 산길 수레에는 받침돌 여덟 개가 실려 있었다. 시온은 공개 지도에 솔등의 위치를 적지 않고, 받침돌의 치수와 배수구 깊이만 별도 작업지에 옮겼다. 기술과 위치를 한 장에 겹쳐 쓰지 않았다. 서린은 빈 수첩에 동행 주민의 이름을 적지 않고, 합의의 범위만 기록했다.

지안의 산길 수레는 받침돌 여덟 개를 싣고 등록길 끝 공터에 닿았다. 나루성에서 주민 수레로 나온 미선은 그곳에서 지안의 산길 수레에 실린 돌 여덟 개를 다시 세고, 지안과 함께 내려 등록길 끝 공터의 적치 자리에 두었다. 미선은 장부를 열지 않은 채 두 번째 열쇠를 지니고 자기 수레를 몰아 나루성으로 돌아갔다. 만재는 원본 주민 장부와 첫 번째 열쇠를 계속 지켰다. 솔등에서 함께 돌아온 아홉은 일곱 길잡이와 서린, 지안이었다. 미선은 그 아홉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울이 먼저 지안의 이름을 물었다. 서린은 미선과 만재가 각자 맡은 두 열쇠를 함께 써 원본 장부의 봉인을 확인한 뒤 장부를 돌려받았다. 여울은 자기 이름을 두 번 대답했다. 서린은 손바닥 붕대가 젖지 않았는지 살폈다.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창고 문에는 공공 수레의 자재 운반 허가가 거절됐다는 통지가 붙어 있었다. 지도에 없는 목적지로 공공 수레를 보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주민 수레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레의 하중과 등록된 길의 끝은 직접 확인해야 했다. 미선은 바퀴 축을 살폈고, 이든은 돌과 자갈을 나눠 실을 수 있는 무게를 다시 계산했다.

“돌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내일 정확히 재자.” 이든이 말했다.

“수레가 갈 수 있는 데까지만 쓰고, 그 뒤부터 손으로 나누면 돼요.” 만재가 답했다.

서린은 허가서의 날짜를 주민들과 다시 확인했다. 열한째 날 밤이 창고 허가의 마지막 숙박이었다. 열두째 날 아침에는 마지막 하루치 곡식을 받지만, 해 질 무렵에는 나가야 했다. 솔등에서 돌아온 뒤에도 자재 운반은 허용되지 않았고, 열두 걸음 시험로도 아직 없었다.

그날 밤 원본 장부는 창고 안에서 다시 잠겼다. 귀환자 아홉 명 가운데 서린은 나루성에 남아 있던 온새미 주민들 속에서 창고에 묵었다. 서린을 포함한 주민 서른두 명과 달리, 나머지 여덟 명인 길잡이 일곱과 지안은 조합 숙직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운반과 시험에 나설 사람은 아침에 몸 상태와 수레 축을 확인한 뒤 정하기로 했다.

네 번째 이야기: 바퀴가 멈추는 자리

그날 밤, 여울은 창고 문 옆 계획표에 적힌 ‘열두 걸음’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우리 길도 열 수 있어요?”

지안은 곧바로 그렇다고 하지 않았다. “오늘은 받침돌을 등록길 끝에 가져다 둔 것뿐이야. 받침을 놓고 물이 빠지는지 보는 건 내일 할 일이야.” 여울은 잠시 숫자를 세다가, 첫 걸음 다음에도 누가 함께 가야 하는지 물었다. 지안은 그건 아침에 사람들과 정하자고 했다. 누군가 대신 갈 수 있다고 답할 일이 아니었다.

여울은 작업표의 ‘열두 걸음’ 옆에 작은 물음표를 그렸다. “내일 시험할 때 내가 가도 돼요?” 지안은 길이 안전하다고 미리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서린은 “내일 보고 나서, 건널지 말지는 네가 정해도 돼”라고 덧붙였다. 여울은 자기 이름을 적지 않았다. 물음표는 동의도 거절도 아니었고, 결정을 미룬 채 내일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서린은 그 표시를 확정 인원에 더하지 않았다.

여울은 물음표를 손바닥으로 덮었다가 뗐다. “내일은 미선 아줌마랑 가도 돼요?” 미선은 고개만 끄덕이고, 손을 잡을지 말지는 그때 물어보라고 했다. 아직 어느 쪽도 정한 사람은 없었다.

미선은 빈 수레의 축을 닦고 바퀴를 한 바퀴 돌려 보았다. 이든은 적재표의 무게 칸을 비워 두었다. 실제로 돌을 싣기 전까지 숫자를 쓰지 않기로 했다. 만재는 손으로 옮길 구간과 수레에 맡길 구간을 다른 색 끈으로 나누되, 길 끝을 지도에 덧그리지 않았다. 작업표에는 할 일뿐 아니라 쉬거나 참여하지 않을 자리도 남겨 두었다.

모아는 붕대 아래 남은 통증을 확인하고, 운반 대신 안전선과 표찰을 맡겠다고 자기 입으로 정했다. 도윤은 망치와 쐐기를 손에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급한 일부터 고르는 대신, 돌을 깨지 않고 들어 올릴 수 있는지 먼저 살피기로 했다. 해나는 누구에게도 일을 배정하지 않고, 아침에 손과 어깨 상태를 묻겠다고 했다.

서린은 창고 허가서와 작업표를 한 장에 포개지 않았다. 하나는 머물 수 있는 마지막 밤을, 다른 하나는 주민들이 내일 직접 정할 일을 기록했다. 라온은 그 두 장 사이에 접힌 배수 도면을 놓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감췄지만, 무엇을 확인했는지는 잃지 않도록.

아침이 오면 곡식은 마지막으로 한 번 배급되고, 해 질 무렵에는 창고를 비워야 했다. 그 전에 수레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누가 어떤 일을 선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빈칸을 약속으로 채우지 않은 채, 여덟 사람은 마지막 밤을 맞았다.

16. 그려 주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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