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마루의 망치 소리가 들릴 때 해가 지고 있었다. 수리공 기련은 작업대에 다른 사람의 차축을 올려놓은 참이었다. 이든이 부품 상자를 내밀자 기련은 봉인을 보고도 곧바로 받지 않았다. “이건 오늘 낮에 들어갈 자리였어요. 이제 내일 첫 일로 밀립니다.”
“광산 구조가 있었어요.” 라온이 말했다.
“들었어요. 사람이 나온 것도요.” 기련은 상자를 열어 부품 수를 셌다. “그렇다고 기다리는 다른 수레를 밀어낼 수는 없죠.” 주문자는 늦은 납품을 접수하되 당일 조립 보너스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든은 아쉬웠으나 새 날짜가 적힌 접수표에 서명했다. 기련은 수리공의 인장을 찍어 주었다. 배송 자체는 끝났고, 약속한 값은 줄었다.
기련의 뒤에서는 부러진 차축을 붙들고 있던 마을 사람이 작업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일곱의 상자가 오자 잠깐 얼굴을 들었다가 다시 바퀴를 세웠다. 그의 짐도 내일 아침 길을 떠나야 했다. 이든은 기련에게 사정하면 자신의 부품을 먼저 끼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들고 있는 바퀴살의 금을 본 뒤 접수표의 새 순서를 받아들였다. 기련은 인장 옆에 ‘첫 일’이라고 써서 그에게도 보였다.
도윤은 마당의 판금대에 눈이 갔다. 세 번에 걸쳐 부러진 쐐기와 새 철핀을 나란히 놓은 견습공이 망치를 건넸다. “힘이 센 사람이라면서요. 이 얇은 판을 펴 보세요.” 도윤은 첫 타에서 판을 지나치게 눌렀다. 둘째에는 힘을 줄이고, 셋째에는 모서리만 맞혔다. 판은 곧지 않았다. 견습공은 웃지 않고 판을 뒤집어 손가락으로 받침 위치를 알려 주었다. “힘을 쓰는 자리보다 멈추는 자리가 먼저예요.” 도윤은 네 번째 파워를 요구하지 않았다. 망치를 내려놓고 판의 휜 선을 다시 보았다.
기련은 이든의 총을 작업대에 올리지 않고 그가 직접 잡게 했다. “노리쇠가 흔들린다고 새 몸체를 사면 오늘 길에서 손에 익은 거 하나를 잃어요.” 기름때를 닦고 작은 나사를 조였다. 이든은 장전할 때 걸리던 감각이 줄어든 걸 확인했다. 새 탄은 생기지 않았고 일반탄 열 발도 그대로였다. 기련의 손질값은 별도였다. 이든은 접수 보수에서 빠진 돈을 세고 나서야 두 닢을 냈다.
이든은 총을 돌려받고 빈 총으로 장전 동작을 세 번 했다. 처음에는 어제의 걸림을 기다리느라 손목이 멈췄다. 둘째에는 너무 빨리 당겼다. 셋째가 되자 노리쇠가 제자리에 앉는 짧은 소리가 들렸다. 기련은 총을 빼앗지 않고 “네 손이 고친 부분을 알아야 해요”라고 했다. 이든은 손질값을 내는 게 아깝다가도 먼 길에서 탄 한 발을 잘못 쓸 비용을 떠올렸다. 실제 탄은 넣지 않고 총을 잠갔다.
시온은 총탄을 보며 물었다. “멀리서 정확히 맞히는 특수탄을 만들려면요?”
“광석, 장약, 맞는 틀, 시험할 시간.” 기련은 네 손가락을 폈다. “어느 것부터 가져왔어요?” 시온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먼저 목표를 고르세요. 멀리 쏘는 건 탄만의 일이 아니니까.” 시온은 평소 쓰는 탄의 거리부터 기록하겠다고 했다. 작업대에서 손질받는 총은 이든의 것이었고, 시온의 긴 총은 그의 어깨에 그대로 있었다. 둘은 필요한 것과 지금 있는 것을 혼동하지 않았다.
모아는 기련의 딸이 내놓은 가죽끈으로 방패의 걸이를 다시 조정했다. 다친 어깨를 가리는 치료가 아니었다. 아픈 쪽에 무게가 한꺼번에 실리지 않게 수레에 거는 방식이 달라졌다. 모아는 세 번 움직여 보고 “이 정도면 꺼낼 때 내가 선택할 수 있어”라고 했다. 기련의 딸은 처음엔 더 단단히 묶으라 했다가, 모아가 직접 꺼내는 속도를 보자 매듭 한 칸을 풀었다.
모아는 끈을 조였을 때보다 풀었을 때 방패가 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기련의 딸은 잘못 묶은 줄 알았다고 인정했다. “싸울 때는 꽉 매야 할 것 같아서요.” 모아는 “꺼내지 못하면 단단한 매듭도 소용없어”라며 딸에게 끈 끝을 잡게 했다. 둘은 수레 뒤에서 방패를 꺼내 다시 거는 동작을 여러 번 했다. 어깨가 아파 마지막에는 모아가 그만하자고 했다. 멈추는 시점을 자신이 고를 수 있다는 사실도 장비의 일부였다.
해나는 쇠마루 의원에게 하림의 찬물 처방을 설명했다. 의원은 같은 뿌리라도 이 산의 건조 상태가 다르다며 자기 곳간의 묶음을 보여 주었다. 해나는 둘의 말을 한 권에 적되 같은 지시처럼 합치지 않았다. 단은 견습공을 따라 마을 뒤쪽 오솔길을 뛰어갔다가, 수레가 통과할 수 있는 길만 지도에 굵게 그렸다. 어제의 좁은 굽이에는 자기 발자국만 남기고 바퀴 표시는 지웠다.
밤에 기련은 마당의 모닥불을 가리켰다. “축제 대련은 오늘 밤이에요. 힘들면 내일 아침으로 미룰 수 있어요.” 도윤은 대련을 돈으로 바꿀 수 있냐고 물었다. “오늘 잃은 보수를 채우고 싶어서요.” 기련은 고개를 저었다. “대련은 계약 보수가 아니에요. 네가 원한다기에 자리를 잡아 둔 거지.” 도윤은 잠시 당황하다 웃었다. 대련에서 이겨도 장부가 펴지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자기가 원하는 싸움이었다. 광산에서 세 번 힘을 쓰고 먼 길을 온 몸은 무거웠다. 기련은 내일을 다시 가리켰지만, 도윤은 모닥불 곁의 빈 원을 봤다. “오늘 할게요. 지면 그 이유까지 듣고 싶어요.” 기련은 윤호에게 도윤이 쉬었다가 나올 시간을 주었다.
도윤은 쉬는 동안 망치를 허벅지에 세워 두고 두 손의 떨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윤호가 축제 손님에게 주던 따뜻한 물 한 컵을 밀었다. “지금 싸우면 내가 이겨도 재미없어요.” 도윤은 물을 마시고 빈 컵을 돌려줬다. “그럼 재미있게 져 줄 생각은 없어.” 그 말을 듣고 윤호가 처음으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