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41. 아래로 오는 발소리

열아홉째 날 새벽, 라온은 잠에서 깨자마자 위를 보았다. 도윤은 전날 받침을 고치며 두 번 쓴 팔을 아직 펴기 어려웠다. 남은 세 번째 타를 밤새 아껴 두었을 뿐 힘이 새로 차오른 것은 아니었다. 높은 승강교는 중간 선반보다 한 층 위 협곡 양쪽을 잇고 있었다. 전날 빌린 정비 줄은 그 다리의 서쪽 연결쇠에 묶였다가 선반을 지나 낮은 돌턱까지 내려왔다. 줄의 아래쪽은 다시 감아 두었지만, 그림자가 내려올 수 있는 돌벽과 선반은 그대로였다. 낮은 돌턱 아래 장터에서는 냄비를 걸기 시작한 불빛이 보였다.

불빛 하나가 꺼졌다.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선반의 금 간 손잡이에서 검은 선이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돌턱의 이끼를 거슬러 올랐다. 라온이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단이 아래로 뛰었다. 돌턱에서 잠든 회색깃 호위가 일어나며 줄을 잡았고, 검은 선은 그 손이 닿은 매듭을 따라 갈라졌다. 단은 호위의 손목을 쳐서 떼어 냈다. “줄을 타고 와요. 사람을 먼저 빼요!”

류건은 스무 주민이 누운 천막 줄을 잘랐다. 그가 천막을 아끼지 않자 두 아이가 먼저 뛰어 나왔다. 어른 하나가 밤새 말려 놓은 식량 자루를 찾으러 되돌아가려 했다. 류건은 그 자루를 자기가 들고 나왔다. 한 자루라도 잃으면 오늘 저녁부터 나눌 양이 줄어든다. 그러나 검은 선이 천막 밑자락을 집어삼키는 걸 본 뒤에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래 물길 반대편으로. 수레는 기다리지 마.” 여섯 호위·운송자가 주민 스물을 짝지어 움직였다. 앞 수레 두 사람은 이미 누리 쪽 마을에, 후미 일곱은 돌턱 아래 쉼터에 있었다. 지금 움직여야 하는 본대는 여전히 스물여섯이었다.

이든은 일반탄 여섯 발이 되리라는 걸 알고 한 발을 쐈다. 사람 없는 바위의 얇은 면이 깨져 검은 선 앞에 가루를 뿌렸다. 그림자는 소리 쪽으로 잠깐 휘었다. 맞아 죽은 것은 없었다. 시온은 총을 올리지 않고 바위 위에서 다음 검은 선의 방향을 불렀다. “하나가 아니야. 다리 아래에도 붙어 있어.” 그가 선반과 다리 사이의 그늘을 가리키자 라온은 전날 만든 노리기의 빈 자리를 더 위로 옮겼다. 끌 수 있는 범위가 짧아, 사람들보다 그림자가 먼저 내려오면 끝이었다.

모아는 오른 어깨에 방패를 매지 않았다. 아래 돌턱의 좁은 입구에 방패를 세워 첫 사람이 지나갈 때만 밀었다. 세 번째 사람부터는 팔이 떨렸다. 도윤이 받으려 하자 모아가 “너는 위를 봐” 하고 거절했다. 그녀는 방패로 그림자를 이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발을 헛딛지 않을 틈을 만들었다. 해나는 전날 봉합한 아이의 팔 붕대를 한 손으로 붙들고, 다른 손으로 아이 어머니를 앞으로 밀었다. 생기를 다시 꺼내면 손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아이의 상처는 터지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치료가 아니라 이동이었다.

단이 높은 길 입구로 되돌아왔다. 돌벽의 검은 선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 “끊어야 해.” 그가 말하자 높은 승강교 너머에서 낙석 두 개가 떨어졌다. 수리공 한 명이 아래에서 받침쇠의 모양을 손가락으로 그렸다. “다리 판을 내려쳐도 다리만 떨어집니다. 서쪽 연결쇠를 빼면 위 난간과 줄까지 함께 끊어져요. 대신 그쪽 공구와 관문 손잡이는 다시 못 가져옵니다.” 어제 놓고 온 도르래와 공구 상자는 그 너머에 있었다. 누군가 나중에 회수할 수 있다는 마지막 가능성을 자르는 말이었다.

물길의 첫 돌에 닿은 주민 하나가 뒤를 돌아보며 자기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밥그릇을 든 채 천막 쪽에 서 있었다. 호위가 그릇을 빼앗으려 하자 그녀는 “이건 우리 것”이라고 버텼다. 모아는 방패를 그들 쪽으로 돌리지 않고 물길의 얕은 돌을 가리켰다. “그릇 들고도 건널 수 있어요. 발은 여기.” 어머니가 물을 밟는 동안 검은 선이 천막의 천을 타고 그릇이 있던 자리까지 왔다. 호위는 뒤에 남은 끈을 칼로 잘랐다. 돌아갈 물건을 하나 더 잃었다는 소리에 어머니는 화를 내지 않았다. 건너편에 선 아들의 손을 잡느라 그릇이 흔들리는 것만 보았다.

류건은 장터 쪽에서 흰 천을 흔들었다. 주민 스물이 물길 반대편에 닿았지만, 여섯은 아직 마지막 식량 자루와 아이의 천막을 들고 있었다. 라온은 바로 도윤에게 망치를 들라 하지 않았다. 도윤에게 전날부터 남긴 세 번째 힘은 한 번뿐이었다. 단이 연결쇠까지 갔다가 돌아올 길, 류건의 여섯이 다리 아래를 벗어날 시간, 끊은 뒤 낮은 길이 받게 될 돌의 방향을 확인해야 했다. 그 사이 그림자는 기다리지 않았다.

시온이 소리쳤다. “아래, 왼쪽!” 검은 끝이 류건의 발뒤꿈치와 식량 자루 사이로 솟았다. 류건은 자루를 놓지 않고 발을 빼려다 균형을 잃었다. 모아가 방패를 한 뼘 옆으로 밀어 그의 등을 받쳤다. 어깨가 찢어질 듯 당겼다. 단이 줄을 걸어 류건을 반대편으로 당겼고, 이든은 방아쇠에 올린 손가락을 떼었다. 사람을 맞히지 않고 검은 선만 쏠 수 있는 각도가 아니었다. 류건은 자루를 건네고 나서야 “다리로 가요”라고 말했다. 자기 사람을 다 내려보낸 뒤의 허락이었다.

높은 선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제 일곱을 내릴 때보다 더 젖어 있었다. 수리공이 앞장서려 하자 류건이 그를 붙잡았다. “당신도 방금 내려온 후미예요.” 수리공은 “내가 연결쇠를 안 보면 또 사람을 보낼 겁니다”라고 했다. 라온은 그를 완전히 막지 못했다. 대신 아래 돌턱에서 손짓으로 쇠의 위치를 말하게 했다. 그가 자기 도구를 잃는 순간을 바로 아래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 라온을 불편하게 했다. 도윤에게 마지막 한 번을 쓰라고 말하는 것도 그의 힘을 빌려 한 사람의 일터를 끊는 결정이었다.

라온은 물통을 세 번 쳤다. 기주의 종에서 답이 돌아왔다. 높은 길을 끊으면 누리까지 울림이 늦게 갈 것이다. 그래도 지금 먼저 들려야 할 소리는 아래 장터의 사람 발소리였다. 일곱은 선반으로 올라갔다. 뒤에서 류건이 마지막 호위를 물길 밖으로 내보냈다. 다리 아래엔 이제 끊어야 할 길과 아직 따라오는 그림자만 남았다.

41. 아래로 오는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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