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44. 두 장의 명령

스물한째 날 아침, 재겸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높은 승강교를 보려 했다. 류건은 그를 장터의 배급 줄 앞에 세웠다. “위는 끊겼습니다. 먼저 여길 보십시오.” 죽을 받는 사람은 자루를 더 오래 흔들어도 그릇 바닥이 보였다. 재겸은 북부 보급관의 표식을 달고 있었지만 자기가 가져온 짐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서류통과 젖은 외투, 교체할 줄 두 가닥뿐이었다. 누군가 “이제 와서 줄은 어디에 걸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류건은 현재 호송표를 그의 앞에 펼쳤다. 붉은 깃발이 서기 전 날짜, 낮은 길 사용 지시, 높은 길 수리로 며칠 닫는다는 안내가 있었다. “당신이 본대를 낮은 길로 보낸 건 맞습니다. 낙석은 나중에 났고, 그때 사람을 먼저 내린 건 내 결정이었어요.” 류건은 자기 이름을 그 옆에 썼다. 재겸을 면해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현장의 선택을 지난달 온새미 청구와 한 장으로 묶으면 둘 중 하나도 제대로 따질 수 없었다. 라온은 양쪽 종이를 떨어뜨려 놓았다.

배급 줄의 여자는 재겸을 알아봤다. 그녀가 북쪽 초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밤새 종을 치던 기주에게 뜨거운 물을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그 물이 없었으면 우리도 늦었을 거예요.” 옆의 운송자는 “그럼 지금 여기서 굶는 건 누가 책임져요?”라고 물었다.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라온이 둘 사이에 서려 하자 류건이 손을 내밀어 막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몰랐고, 어느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재겸이 둘 다 들을 자리에 서 있는 편이 나았다.

재겸이 서류통에서 지난달의 북부 전용표를 꺼냈다. 서린이 청구한 쇠핀과 종줄, 교대 종지기 기주의 이름이 있었다. 그날 북쪽 세 마을에서는 연이어 종이 끊겼고, 하천 위의 길이 무너졌다. 기주가 북부 초소에 도착해 종을 울리자 먼 집에서 나오지 못하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따라 능선 아래로 내려왔다. 배급 줄에 있던 여자가 손을 들었다. “우리 집도 그 종을 들었어요.” 그녀는 온새미 사람이 아니었다. 라온은 그녀에게 감사할 말을 찾다가 서린의 얼굴을 떠올렸다. 누군가 살아온 이유가 다른 누군가의 빈자리를 없애 주지는 않는다.

“대신 갈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주가 종을 지키느라 올 수 없어서 누리의 글씨를 실은 쪽지가 류건에게 왔다. 재겸은 그 문장을 읽고 서류통의 두 번째 장을 뒤졌다. 낡은 인력 재고표에는 서쪽의 예비 종지기 한 사람이 대기 중이라고 되어 있었다. 재겸이 전용표에 결재할 때 본 것은 그 표였다. 그다음 날짜의 실제 인력표에는 예비 인력이 이미 다른 길의 병자 이송에 묶였다고 적혀 있었다. 새 표에는 온새미 대체 예정 칸이 비어 있었다.

라온은 바로 물었다. “그 표는 언제 받았어요?” 재겸은 처음엔 인수 도장 쪽을 보았다. 거기에는 자기 이름 아래 오전의 시각이 있었다. 그는 그날 저녁 서린의 세 번째 청구에 답할 시간이 있었다. 답신 초안에는 ‘대체 지연, 현장 공백’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발송란에는 금이 그어져 있었다. “내가 막았습니다.” 재겸이 말했다. “북쪽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고, 전용을 돌리면 그쪽 종이 다시 비니까.” 그는 말을 고르다 멈췄다. “그래도 온새미에 못 간다는 답은 보냈어야 했습니다.”

라온은 새 인력표의 접힌 모서리를 폈다. 발송란에 그어진 금은 물에 번진 얼룩이 아니었다. 재겸의 서명 바로 아래에서 시작해 종이 끝까지 갔다. “온새미에 ‘대체가 안 간다’는 문장을 보냈다면, 서린은 다른 사람을 찾을 시간이 있었어요.” 재겸은 “그랬을 겁니다”라고 했다. “아마 돈이 들고 늦었겠죠. 그래도 결정은 그쪽 것이었습니다.” 그는 정답처럼 말하려다 자기 말의 마지막이 얼마나 늦었는지 깨닫고 얼굴을 숙였다. 라온은 서린이 다른 사람을 구했을지 단정하지 않았다. 빼앗긴 건 성공의 보장이 아니라 선택할 시간이었다.

도윤은 망치 손잡이를 쥐었다. 이틀 전 승강교에 쓴 세 번째 힘의 피로가 아직 남은 손이었다. “대체가 간다는 말을 믿고 기다린 사람들은요?” 재겸은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늦게 정리한 표에는 보냈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답을 막은 동안 그쪽이 계속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의 잘못이 단순한 착오 한 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라온은 화가 난 채로도 서류를 뒤집지 않았다. 북부 사람을 구한 결정을 지우면 기주의 종과 살아 있는 여자의 목소리까지 지워진다. 막힌 답신을 그대로 두면 온새미의 기다림이 사라진다.

재겸이 낮은 그릇을 하나 받아 줄 맨 뒤에 섰다. 류건이 보급관에게 먼저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가 자기 몫의 죽을 아이에게 반쯤 덜어 주는 걸 보자, 그는 그제야 북부에 보낸 종의 소리와 여기서 부족해진 밥의 양을 한자리에서 들었다. 재겸은 죽을 입에 대지 못하고 그릇 테두리만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라온은 쪽지를 펴다가 다시 접었다. 줄 앞의 사람들은 차례가 밀리지 않게 앞으로 움직였다.

수리공 하나가 낮은 길에서 돌아와 말했다. “오늘도 도르래가 없어서 짐은 사람 등으로만 옵니다.” 재겸은 자기가 가져온 두 가닥 줄을 보여 줬다. 길을 고칠 사람은 이미 있었다. 부족한 건 장비와 식량을 운반할 손이었다. 류건은 재겸에게 관문을 다시 열겠다는 약속보다, 잃은 수레와 낮은 길 보수비를 누가 낼지 먼저 말하라고 했다. 재겸은 답을 미루지 않았다. “내 직책으로 지시한 호송입니다. 현재 손실도 조사받겠습니다. 지난달 답신은 내가 막았습니다.” 라온은 그 두 문장을 따로 적었다. 하나는 오늘의 비용이고, 하나는 과거의 책임이었다.

44. 두 장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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