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46. 첫눈의 표

스물닷새째 날 귀로에 일곱은 서쪽 창고에 들렀다. 창구 직원은 재겸이 가져온 인력표 사본의 접수 시각을 원표에서 찾아 줬다. ‘서창-6’은 여전히 물품 접수 묶음 번호였고, 대체 인력 명령 번호는 아니었다. 막힌 답신의 발송란에도 원본과 같은 금이 있었다. 라온은 직원에게 원표를 달라고 하지 않고, 그가 확인한 칸과 원표 보관 위치를 사본 아래에 적었다. 서린이 나중에 자기 이름으로 확인할 길을 남기는 편이 종이 한 장을 빼앗아 오는 것보다 중요했다.

스물여섯째 날, 일곱은 나루성 작업장에 돌아왔다. 서린은 새로 맞춘 지붕을 자랑하기보다 벽 아래 놓인 젖은 그릇을 먼저 보여 줬다. 그들이 없는 동안에도 누수가 다시 생겨 주민들이 홈을 파고 물을 모았다는 것이다. 한철 목패는 아직 걸려 있었다. 서린은 라온이 가져온 종이 세 묶음을 받고 바로 펼치지 않았다. “저녁 먹고 읽을게. 오늘 일은 누가 했는지도 먼저 들어야지.” 도윤은 자기가 다리를 끊었다는 말부터 하고 싶었지만 미선이 내민 바퀴 못값 청구서에 입을 다물었다. 북쪽에서 배운 돈의 셈이 집까지 따라왔다.

해나는 모아의 오른 어깨를 천천히 살폈다. 피가 나거나 뼈가 어긋난 것은 아니었지만 방패를 오래 드는 힘은 돌아오지 않았다. 해나는 아이를 봉합하던 날 이후 며칠 동안 생기를 크게 쓰지 않았고, 지금도 모아를 한 번에 낫게 할 수 없었다. 찜질 천을 감아 주고 “다음에 막을 땐 다른 쪽 사람이 먼저 서야 해”라고 했다. 모아는 단을 돌아봤다. 단은 자기 손바닥의 줄 자국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엔 내 줄부터 보여 줄게.” 둘이 웃자 이든이 일반탄 여섯 발을 탁자 위에 꺼내 놓았다. 채울 돈이 생기기 전까지 여섯은 여섯이었다. 시온의 희귀 관통탄도 아직 공방의 재료와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밥상에는 도윤이 북쪽에서 산 맛없는 건조육이 남아 있었다. 그는 모두가 배고프면 먹을 거라며 가져왔지만 미선은 한입 베어 물고 물을 찾았다. 단은 대련장의 윤호가 이걸 먹었다면 도윤에게 졌을 거라고 놀렸다. 모아가 웃다가 어깨를 움츠리자 해나가 그릇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한동안 아무도 재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북쪽에서 적어 온 종이가 방 한쪽에 있어도, 작업장 사람들은 먼저 저녁을 끝냈다. 서린은 빈 그릇을 모은 뒤에야 봉투를 들었다. 그 순서가 라온에겐 기다릴 만했다.

서린은 그날 밤 편지를 읽었다. 기주가 북부에서 실제로 종을 울린 날, 대체 인력이 없다는 새 표가 재겸에게 닿은 날, 막힌 답신의 시각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라온은 북부 여자가 종을 듣고 살아온 말을 전했다. 서린은 오래 침묵하다 “그 사람을 탓할 일은 아니네”라고 했다. 이어 “재겸한테 할 말은 남았어”라고 덧붙였다. 조사 담당이 적은 보상 칸은 비어 있었다. 서린은 그 빈칸을 주민들과 함께 채우겠다고 했다. 라온이 대신 액수를 말하지 않자 그녀는 그에게 차를 한 잔 더 따랐다.

서른아홉째 날 아침, 첫눈이 왔다. 열여덟째 날의 깃발에서 세 주가 지난 뒤였다. 지붕의 작은 누수 자리에 눈이 녹아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도윤이 그릇을 옮기려 하자 온새미 주민 한 명이 “여기 놓으세요. 우리가 표시해 둔 자리예요”라고 했다. 일곱이 돌아왔어도 작업장의 하루를 모두 되찾아 갈 수는 없었다. 단은 바깥에서 물길의 얼음을 깨며 낮은 장터가 어떨지 물었다. 그때 미선이 젖은 전령 봉투를 가지고 들어왔다.

도윤은 눈을 맞으며 마당의 배수 홈을 따라 걸었다. 북쪽에서 다리를 끊을 때는 한 번의 타가 사람을 살렸다. 여기서는 작은 홈이 막히면 온새미 주민의 잠자리까지 물이 들어간다. 그는 부러진 나무 조각을 빼고 손으로 흙을 파냈다. 서린이 “그건 우리가 할게”라고 했으나 그는 “내가 지금 여기 있잖아”라고 했다. 거창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홈에서 물 한 줄이 빠지자 지붕 아래 그릇이 더는 넘치지 않았다. 그 작은 성공이 밤새 얼어 붙지 않게 누군가는 또 봐야 했다.

류건의 글씨였다. 높은 다리가 끊긴 뒤 낮은 노새길은 하루에 지게 몇 줄만 받을 수 있었다. 식량 한 자루를 잃은 시작의 부족분은 다른 마을에서 조금씩 빌려 채웠지만 빌린 곡식에는 갚을 날짜가 붙었다. 버린 수레의 대체품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도르래 없는 보수는 인건비가 더 들었다. 주민 스물과 후미 일곱은 살아서 제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눈이 더 쌓이면 낮은 길의 나머지 여유도 줄어든다. 류건은 남쪽에서 곡물을 올릴 다른 길을 묻고 있었다.

첫눈은 작고 금방 녹을 만큼 얇았다. 그래도 류건의 글씨에는 한 줄이 더 있었다. 낮은 길을 수리하는 사람들은 얼어 붙은 돌을 아침마다 깨야 하며, 도르래가 없어서 하루에 옮기는 양이 전보다 줄었다. 높은 다리의 빠른 길을 막지 않았다면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왔을 것이다. 막은 뒤에는 식량이 더 천천히 온다. 라온은 그 두 문장을 나란히 읽었다. 서린은 그가 어느 쪽을 후회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오는 걸 조금 빠르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지”라고 했다.

미선은 빈 자루를 수레에 올려 보였다. “나도 북쪽으로 한 번 더 가면 돈을 벌겠지만, 낮은 길에서 돌아설 짐이 없으면 수레값을 못 받아.” 그녀는 일곱에게 사람을 또 구하라고 하지 않았다. 남쪽 물길의 운송업자가 나루성 선착장에 내려왔다는 말을 했다. 강으로 곡물을 끌어올 수 있다면 낮은 길에는 마지막 구간만 남는다. 이든은 그 말에서 총알값보다 먼저 배삯을 계산했다. 해나는 아이의 팔에 필요한 마른 약초를, 모아는 방패를 들지 않고도 타고 내릴 수 있는 갑판을 떠올렸다.

라온은 류건의 편지를 서린에게 보였다. 서린은 온새미의 청구 일을 멈추고 새 길에 매달리라는 뜻으로 읽지 않았다. “둘 다 해야지. 여기선 우리가 계산할게. 너희는 배가 정말 올라올 수 있는지 봐.” 라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끊은 다리의 값은 한 번의 죄책감으로 다 낼 수 없었다. 눈발은 아직 얇았다. 겨울 전체가 오기 전 강을 볼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46. 첫눈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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