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47. 물이 있는 쪽

마흔째 날, 나루성 선착장의 얼음은 강 한가운데까지 닿지 않았다. 미선의 수레가 젖은 널판 앞에 멈추자 단이 먼저 내려 강물의 속도를 봤다. 어제 눈이 쌓인 낮은 길은 한 지게씩만 보내는데, 여기서는 넓은 배 한 척이 빈 채 묶여 있었다. 라온은 그 빈자리만 보고 해결됐다고 말할 뻔했다. 배 주인은 그가 묻기 전에 “빈 배와 태울 수 있는 배는 다르다”고 했다. 바닥을 고쳐야 하고, 얼음이 더 오면 상류의 얕은 곳에서 짐을 내려야 했다.

배 주인은 시험 삼아 빈 통 하나를 널판 위로 굴렸다. 작은 물결에도 통이 옆으로 새어 나갔다. 도윤이 발을 뻗어 막으려 하자 배 주인이 “손대지 마”라고 외쳤다. 단이 널판의 높이를 낮추고 미선이 수레에서 낡은 쐐기 두 개를 가져왔다. 통이 이번에는 갑판에 닿았지만 미끄러운 바닥에서 멈추지 않았다. 모아가 왼손으로 난간의 밧줄을 당겨 통을 잡았다. 오른 어깨는 쓰지 않았다. 배 주인은 “사람은 이렇게 못 실어요”라고 했다. 라온은 그 말이 배를 거절한다는 뜻인 줄 알았다. “고치고 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배 주인은 은륜성 작업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배 주인은 은륜성과 서물항을 오간다는 표를 보여 줬다. 남쪽 곡물은 서물항의 창고에서 계약하고, 은륜성의 작업장에서 바닥 판을 고쳐야 북쪽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가 요구한 선금은 미선이 수레를 팔아도 모자랐다. 대신 배삯과 하역비를 누가 나누어 낼지 정한 손글씨를 가져오면 작은 시험 짐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류건의 낮은 장터, 나루성 작업장, 남쪽 창고가 각각 어느 구간의 손실을 부담할지도 정해야 했다. 라온은 표의 빈칸을 보고 웃음이 났다. 북쪽에서 답을 찾으러 떠났는데, 또 다른 빈칸 앞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누가 그 칸을 채워야 하는지 조금 더 잘 알았다.

도윤은 배 바닥을 두드려 보고 “망치질이면 내가 하죠”라고 했다. 배 주인은 그의 손목을 보고 “오늘은 하지 마. 물 위에서 틀리면 밑으로 빠져”라고 했다. 도윤은 망치를 내려놓았다. 높은 승강교에서 마지막 힘을 쓴 뒤 보름 넘게 지나 몸은 돌아왔지만, 배 만드는 법이 생긴 건 아니었다. 단이 강의 얕은 곳을 가리키며 들어갈 길을 물었고, 시온은 물살의 색이 바뀌는 자리를 표시했다. 해나는 배에 싣는 약재가 젖지 않게 할 칸을 물었다. 모아는 오른쪽 어깨가 불편한 채 승선 널판의 난간을 시험했다. 일곱이 모두 같은 답을 요구하지 않아서 배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가 웃었다.

배 주인은 젖은 통을 건져 올려 갑판 바닥에 다시 놓았다. 바닥의 벌어진 틈으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판을 갈기 전에는 곡식 한 자루도 안 받습니다.” 미선이 시험 배삯에서 수리비를 빼자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든은 두 사람 사이에 빈 통을 세웠다. “판을 갈고 이 통을 상류 얕은 곳까지 보내 보죠. 물이 안 들면 그때 자루 값을 정해요.” 배 주인은 시험할 물길을 손으로 그었고, 미선은 자기가 지킬 수레의 위치를 표시했다. 둘 다 아직 값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든은 배삯 대신 탄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여섯 발로 다음 길을 갈 수 있느냐는 질문과 이 배의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질문이 서로 부딪혔다. 그는 미선에게 받지 못한 의뢰비를 확인했다. 줄어든 약재 호송 보수와 따로 낸 바퀴 수리비, 북부 낮은 길에서 새로 생긴 운반비를 한 장에 모았다. 재겸의 답신 은폐로 생긴 온새미 보상 청구는 서린의 별도 봉투에 있었다. “먼저 받을 돈과 먼저 낼 돈을 나누자.” 미선이 수레를 빌려 주는 대신 자기도 배 계약의 운송자로 이름을 올리겠다고 했다. 라온은 그 제안을 적었지만 그녀 대신 서명하지 않았다.

서물항으로 내려가는 연락선이 그때 닻을 풀었다. 선장은 봄까지 기다리면 물길이 쉬워진다고 했다. 라온은 류건의 첫눈 편지를 꺼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장터는 하루씩 먹는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배를 빌려 사람을 태울 수는 없었다. 시온이 강변의 얕은 색을 다시 보며 “저기까지가 지금 확인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 너머 굽이는 배 주인의 경험과 작업장의 수리에 맡겨야 했다. 일곱은 첫 시험 짐의 무게부터 적었다. 한 번에 많은 곡식을 싣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배 주인이 판자 한 장을 들어 물에 비춰 보였다. 햇빛은 틈을 통과했지만 물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배를 띄우기 전엔 몰랐다. 도윤이 판을 받아 들자 주인은 “은륜성에 이 크기로 맞춰 와요”라고 했다. 단은 곧장 달려가면 하루가 걸릴 거라 했고 미선은 빈 수레로 그를 태워 주면 자기 운송 몫을 빼 달라고 했다. 둘이 서로 다른 비용을 말하는 동안 라온은 류건의 편지를 다시 접었다. 장터의 저녁은 그들이 다투는 속도보다 빠르게 왔다.

작업장으로 돌아오는 길, 도윤은 쇠마루에서 윤호에게 결국 이겼는지 아직도 우겼다. 단은 “한 번 졌다가 다음 날 무승부였잖아”라고 받아쳤다. 모아는 둘의 말보다 미선 수레의 바퀴가 다시 삐걱대는 소리를 먼저 들었다. 그 바퀴를 고칠 돈도 이번 운송의 일부였다. 해나는 웃으며 “배를 타기 전에 수레부터 멈추겠네”라고 했다. 라온은 그들 뒤에서 강을 돌아보았다. 높은 다리는 끊어졌고 북쪽 사람들은 낮은 길을 썼다. 그 선택으로 생긴 부족분이 강물을 따라 내려와 있었다.

서린은 일곱이 가져온 표를 읽고 온새미 작업장의 임시 수입 중 얼마를 시험 짐에 보탤 수 있는지 주민들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온새미 대체 공백의 보상 청구도 멈추지 않았다. 재겸이 직책을 잃고 서명한 종이는 서린의 손에 있었고, 그가 갚아야 할 액수는 아직 다 정해지지 않았다. 라온은 돌아오자마자 새 길을 찾아냈다고 자랑할 수 없었다. 대신 은륜성의 작업장과 서물항의 창고를 차례로 찾아가야 한다는 순서를 말했다. 밖에서는 첫눈이 다 녹기 전에 또 몇 송이가 떨어졌다. 일곱은 높은 길을 되살리러 가지 않았다. 물이 아직 흐르는 쪽으로 다음 길을 그렸다.

47. 물이 있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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