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철턱은 등불보다 낮게 달려왔다.
턱이 레일을 긁었다. 루엔의 배가 굳었다. 손바닥에서 솟은 방벽에 금이 갔다. 그는 또 입을 닫으려 했다.
“뒤.”
말 뒤로 숨이 흘렀다. 오른발을 반 걸음 빼고 왼쪽 어깨를 돌렸다. 방벽을 턱의 정면에서 옆으로 비틀었다. 흑철턱이 빛의 면을 긁었다. 팔에서 어깨까지 충격이 올라왔다. 빛이 부서지며 짐승의 머리가 그의 몸 밖으로 빠졌다.
돌진이 레일에 부딪쳤다. 루엔은 몸을 뒤꿈치로 받았다. 턱 아래를 노렸지만 지팡이가 늦었다. 돌아서는 짐승을 피해 그는 대피굴로 물러났다.
세라가 창자루로 밧줄을 들었다. 루엔의 발 앞이 비었다. 뒤쪽에서 하겐이 줄의 늘어진 무게를 거두었다. 짐승의 두 번째 돌진은 짧았다. 루엔은 급히 방벽을 세웠다. 한 박자도 못 가 깨졌지만 그사이 대피굴 문턱 안으로 몸을 끌어넣었다. 흑철턱의 어깨가 좁은 돌벽을 찍었다.
오른손에서 감각이 빠졌다. 루엔은 떨어지는 지팡이를 왼손으로 받았다. 세라가 반대쪽 벽에 등을 대고 창을 내밀었다. 황토빛 눈이 창끝을 따라 옮겨갔다. 세라도 무릎이 떨렸다.
“줄 당겨.”
루엔이 말했다. 그때 문 쪽 지지대에서 나무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두 번째 돌진에 흔들린 목재가 줄을 걸어 둔 낮은 고리 위로 기울었다. 세라는 고리에서 줄을 빼내려 뒤로 움직였다. 왼쪽 발이 바닥을 딛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창끝이 내려갔다.
흑철턱이 세라를 보았다. 루엔은 허리의 줄을 두 번 당겼다. 하겐이 즉시 줄을 받았다. 세라가 고리에서 줄을 빼는 동안 루엔의 허리가 뒤로 끌렸다.
짐승이 세라를 향해 등을 낮췄다. 기울어진 받침과 돌벽 사이에 그녀가 있었다. 줄은 뽑혔지만 부러진 목재 끝이 길을 막았다. 하겐이 당기는 힘만으로는 그녀를 그 위로 넘길 수 없었다.
“목재가 막았어! 잠깐, 당기지 마!”
세라가 외치자 줄의 당김이 멎었다. 하겐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돌아왔다.
“알았다. 줄은 받치고 있다!”
루엔은 발을 박았다. 통나무를 흘리고 지팡이를 대던 거리였다. 짐승이 뛰면 세라에게 닿는다. 정면에서 받으면 팔부터 부러진다.
그는 대피굴 밖으로 반 걸음 나갔다.
“몸 낮춰! 내가 놈을 돌릴게!”
세라는 창자루를 고리에 걸쳐 몸을 낮췄다. 흑철턱이 달렸다. 루엔은 달려오는 눈을 보고도 눈을 떼지 못했다. 목에서 숨이 잘게 끊겼다. 첫 음절을 다시 말했다. 짧게 내쉰 숨 위로 길목이 생겼다.
방벽은 턱 옆에 비스듬히 닿았다. 충격이 몸을 돌리려 했다. 그는 확인했던 돌에 뒤꿈치를 걸고 손바닥의 면을 조금 더 눕혔다. 흑철턱의 턱이 옆으로 흘렀다. 앞발 하나가 갈라진 레일 밖으로 밀렸다. 짐승은 넘어지지 않고 두 발을 다시 박았다. 어깨가 멎었다.
그 틈에 지팡이를 뻗었다. 오른쪽 앞다리 안쪽, 지면을 버티려 굽힌 관절 아래에 끝을 댔다.
“밀기.”
짧은 빛의 고리가 터졌다. 고정하려던 앞발이 들렸다. 무거운 몸이 이미 쏠린 쪽으로 넘어갔다. 암석 같은 등판이 레일에 부딪쳐 갱도가 울렸다. 루엔의 오른팔에서도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났다. 지팡이의 나뭇결에 가는 틈이 벌어졌다.
짐승의 다리가 허공을 긁었다. 목재가 떨어졌다. 세라는 창으로 파편을 밀어내고 줄을 끌어안았다. “길 열렸어! 당겨!”
세라의 신호에 하겐이 그녀를 문 쪽으로 당겼다. 루엔도 물러나려다 짐승의 턱이 세라를 향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옆으로 누웠어도 넓은 턱은 줄과 그녀의 부츠에 닿을 수 있었다.
루엔은 무릎을 바닥에 댔다. 손이 지팡이를 놓으려 했다. 왼손을 오른손 위에 겹쳤다. 숨에 따라 움직이는 부드러운 턱 아래에 지팡이 끝을 댔다. 멀어지면 힘이 흩어진다. 가슴을 짐승 쪽으로 낮췄다.
흑철턱의 눈이 돌아왔다. 루엔의 숨이 멎었다. 그는 이를 벌렸다. 내쉴 공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밀기.”
청록빛이 턱 아래에서 짧게 번졌다. 넓은 턱이 위로 들리고 머리가 돌바닥에 닿았다. 다리가 한 번 크게 뻗었다가 멎었다. 루엔은 지팡이를 뽑지도 못한 채 뒤로 쓰러졌다. 오른팔을 땅에 짚자 눈앞이 하얘졌다.
허리의 줄이 그를 움직였다. 세라가 문턱 안쪽에서 창으로 나무 조각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겐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울렸다.
“다친 팔 힘 빼라. 줄에 맡겨!”
루엔은 왼손으로 바닥을 밀었다. 뒤를 볼 힘도 없었다. 세라의 붕대 감긴 다리가 먼저 낮빛으로 나갔다. 철문 문턱이 그의 등에 걸렸다가 빠졌다.
햇빛 속에서 하겐이 그의 어깨를 받쳤다. 세라가 문밖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셋의 줄이 한데 엉켜 있었다. 갱도 안에서는 거친 짐승의 숨이 들렸다. 발이 일어서는 소리는 없었다. 루엔은 금이 간 지팡이를 가슴에 올렸다. 손가락 두 개가 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