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벌 뒤 여섯 주네요. 먼저 움직여 봅시다.”
의원이 오른팔의 보호붕대를 풀었다. 루엔은 팔꿈치를 받침 위에 둔 채 손바닥을 천천히 위로 돌렸다. 다친 자리보다 황토색 손목띠의 구겨진 매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을 폈다. 끝까지 펴도 지난번의 당김은 오지 않았다.
세라는 건너 의자에서 노트를 폈다. 그녀의 왼쪽 종아리에도 이제 흰 붕대가 없었다.
의원이 가벼운 나무 손잡이를 루엔의 손에 놓았다.
“일상 동작부터. 낮은 힘은 하루 몇 번만요.”
루엔은 선반의 짧아진 지팡이를 보았다가 다시 물었다.
“밀기도요?”
“아주 약하게 연습만. 충격을 받는 현장은 아직 기다려요.”
세라의 펜이 움직였다. 루엔은 허락된 부분만 들으려고 몸을 일으키다 의원의 다음 말을 들었다.
“저리거나 당기면 중단. 붕대가 없다고 다 나은 건 아니에요.”
마당에서 하겐은 마법보다 발을 먼저 보았다. 루엔의 뒤꿈치 곁에 돌을 놓고 서야 할 각도를 짚었다. 루엔이 무릎을 굽히자 지팡이 끝이 땅에서 조금 들렸다.
“힘 넣기 전에 자리부터.”
루엔은 손아귀를 풀고 숨을 내쉬었다.
“길목.”
작은 청록빛 판이 왼손 앞에 섰다. 굴러온 나무 공은 그 가장자리를 지나 바닥의 분필선을 넘었다. 루엔은 지나간 공 대신 사라지는 판을 보고 있었다.
“이미 지났어. 거기서 더 버티지 마.”
세라가 손가락을 들었다. 다음에는 공이 분필선에 닿는 순간 손바닥을 내렸다. 빛이 땅 위에 잠깐 남았다.
“표식에 닿으면 바로 놓기.”
탁자 위의 작은 마개를 밀 때도 한 번만 했다. 지팡이 끝에서 생긴 가는 압력 고리에 나무토막이 손가락 한 마디쯤 움직였다.
“그만큼이면 됐다. 더 밀지 마라.”
하겐이 말했다. 루엔은 지팡이를 눕히고 오른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세라가 노트에 한 번이라고 적었다. 물컵을 마실 동안 손이 저려 오지는 않았다.
나린은 조사판과 가벼운 측량 막대를 들고 찾아왔다. 노란 조끼의 주머니에서 연필이 비스듬히 솟아 있었다.
“걷는 조사는 할 수 있어요? 항구 조사할 사람을 구해요.”
탁자에 펼친 그림에는 깨진 부교와 물높이를 잴 자리, 짐이 사라진 자리가 있었다. 나린은 깊은 물길 대신 마른 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전투를 부탁하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두 종류의 비용을 따로 놓았다. 조사 수당은 셋이 나눌 몫이었고, 수리에 쓸 재료비는 별도로 청구할 돈이었다. 루엔은 작은 쪽 동전을 세고 자기 점심 꾸러미를 보았다.
“밥 두 번 먹으면 끝인데.”
“출발하면 이틀치 수당이에요. 길어지면 먼저 다시 정하고요.”
세라가 부교의 끊어진 부분에 선을 그었다.
“깨진 부교 너머로는 안 가. 해 지면 끝.”
루엔도 자기 조건을 보탰다.
“손이 저리면 말할게. 조사부터 멈춰 줘.”
나린은 두 조건을 그림 가장자리에 적었다. 자와 공구로 할 수 있는 일부터 목록을 만들었다.
“내가 물높이와 판자를 볼게요. 물에 들어갈 일은 조사에서 빼고요.”
루엔은 조사판 아래에 표시를 남겼다.
“이 조건으로 할게요.”
세라가 날짜 칸을 비워 두었다.
“현장 허락받고 출발 날짜 정하자.”
하겐은 그들이 정한 선을 보고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루엔은 빈 날짜 칸 위에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오늘 진찰에서 허락된 것은 탁자 앞의 연습까지였다.
그 뒤에도 장터 장부를 봤다. 끝낸 분량의 품삯을 받아 약값과 여행 음식에 나눠 넣었다. 지팡이는 짧고 곧은 채였다. 손을 쥐었다 펴고, 짧게 걷고, 아무것도 쥐지 않고 쉬는 날들이 이어졌다.
“오늘 괜찮아도 내일 다시 본다.”
하겐의 말은 처음 며칠보다 그다음에 더 귀찮게 들렸다. 루엔은 아프지 않은 날에도 한 번으로 끝낸 연습 횟수를 노트에 적었다. 다시 진찰받는 날에는 저리던 때와 괜찮던 때를 함께 보여 주었다.
여섯 주를 더 보냈다. 의원이 육지에서 하는 짧은 조사를 허락한 뒤에야 빈 날짜 칸을 채웠다. 나린은 그 날짜부터 이틀이라고 계약 가장자리에 다시 썼다. 세라는 돌아올 길을 한 번 더 그었다.
출발하는 아침, 루엔은 황토색 손목띠를 고쳐 맸다. 세라는 짧은 창을 메었고 나린은 작은 공구를 허리에 묶었다.
“오늘 점심은 싸 왔죠?”
“수당을 지켜야 하니까요.”
루엔이 꾸러미를 보이자 나린이 자기 것도 들어 보였다.
첫 토벌 뒤 석 달째, 항구에는 빈 배들이 묶여 있었다. 부교 한쪽은 판자가 빠져 물이 보였다. 세 사람은 약속대로 마른 둑을 따라 걸었다. 루엔은 갈대가 흔들리는 쪽을 보다가 세라가 멈춘 것을 알아차렸다.
젖은 진흙에 넓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발가락 사이가 붙은 자국이었다. 곁에는 끊어진 줄 끝이 남아 있었다. 세라는 창을 뒤에 두고 쪼그려 앉아 가장자리부터 짚었다.
“사람 발이 아니야. 여기서부터 봐.”
루엔은 부서진 부교 쪽으로 가던 발을 돌렸다. 조사판이 나린의 손에서 열렸다. 첫 줄에는, 아직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발자국을 그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