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의 밑바퀴가 옆 칸 끝에서 멎었다. 청년은 그것을 보자 은빛 지팡이를 세웠다. 바람의 흰 자국은 오래 남지 않았다. 루엔이 신기하다고 말하기 전에 청년이 먼저 이름을 댔다. 카이였다. 오늘 합동조냐는 물음에 루엔은 자기와 세라를 소개했다. 세라는 오늘 안전선을 맡는다고 덧붙였다. 자기 정찰 진급 시험은 따로 남아 있었다.
시험관이 다음 표적을 풀었다. 카이는 오른쪽이라고 짧게 말하고 지팡이를 뻗었다. 가는 바람이 표적의 옆을 때렸다. 바퀴가 처음 흰 선에 닿기 전에 방향이 바뀌었다. 루엔은 공이 자기 판에 닿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떠올렸다. 카이에게는 그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가려진 데서도 바꿀 수 있어?”
루엔이 나무 가림막 뒤 표적을 가리켰다. 카이는 고개를 저었다. 보이지 않으면 맞힐 수 없고 멀어지면 힘이 약해진다고 했다. 무엇이든 자르는 마법은 아니었다. 루엔은 빈 공중 대신 지팡이 끝과 표적 사이를 보았다. 가는 길 하나가 열려 있어야 했다.
시험관은 휘장으로 나눈 두 구간을 열었다. 카이가 앞 표적을 비우고 루엔이 뒤 표적을 돌리면 지원자가 통과하는 과제였다. 두 구간을 모두 확인하고 세라가 신호를 줄 때까지 사람은 선 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세라는 지원자의 멈출 자리를 창 자루 끝으로 짚어 주었다.
“내가 치우면 바로 받아.”
“내 판이 서면 알려 줄게.”
말은 주고받았지만 같은 뜻은 아니었다. 카이의 '바로'는 앞 표적이 비는 순간이었고, 루엔의 대답은 자기 판이 완성된 다음이었다. 어느 쪽도 그 차이를 다시 묻지 않았다. 시험관이 시작을 알리자 카이의 표적이 옆으로 밀렸다. 휘장 틈이 열렸다. 루엔은 그제야 왼손을 올렸다.
“지금 지나가야 하는데!”
카이가 돌아보았다. 루엔의 작은 판이 만들어지는 동안 지원자는 흰 선에서 발을 멈췄다. 판이 완성된 뒤에도 루엔은 됐다는 말을 놓쳤다. 세라가 손바닥을 들었다. 아직 통과 신호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몇 호흡 뒤 세라가 양쪽 길을 확인하고 사람을 보냈다. 접촉은 없었지만 시간은 지나 있었다.
평가 탁자에 지연 표시가 놓였다. 루엔 번호 아래 하나, 두 사람 사이 팀 칸에 하나였다. 카이는 자기 표적의 빠른 도착 자리를 가리켰다. 앞에서 늦은 것은 아니었다. 루엔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자기 판이 늦었고 다 됐다는 신호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시험관은 카이가 들고 있는 순서표의 빈 간격을 짚었다. 앞에서 비운 길이 뒤에서도 열려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말하는 사람은 탁자 너머에 있었지만 카이의 눈은 종이에 그린 기다리는 사람에게 머물렀다. 자기 표적과 전체 통과 시간은 다른 결과였다.
세라가 작은 나무패 두 개를 놓았다. 먼저 카이의 비움. 그다음 루엔의 판 준비. 두 대답을 받고 자신이 통과 신호를 준다. 패 사이에 손가락 한 마디만큼 간격이 생겼다. 카이는 그렇게 기다리면 표적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루엔도 그 점은 알았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기 전에 말부터 맞춰야 했다.
정식 과제를 바로 다시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작은 나무패를 사람 대신 썼다. 루엔이 판을 세우고 세라에게 준비됐다고 말했다. 세라는 카이가 느린 연습 공을 비운 것도 확인한 뒤 나무패를 움직였다. 패가 건너가자 루엔은 손을 내렸다. 판은 하나였고, 없어진 뒤 빈자리만 남았다.
왼손끝이 둔해졌다. 루엔은 벤치에 앉아 손가락을 폈다. 조금 더 하면 신호를 빨리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 오히려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오늘 주문은 끝낼게.”
“알았어. 다음 과제 설명만 듣자.”
카이는 연습 공을 돌려놓고 번호표를 챙겼다. 탁자에 펼쳐 둔 루엔의 접수 기록에서 눈이 멈췄다. 광산을 먼저 나왔다는 줄이었다. 루엔은 서류를 덮지 않았다. 아까 자기가 써서 남긴 일이었다.
“너, 폐광에서 먼저 나왔다는 수습이야?”
세라는 울타리 곁에서 자기 서류를 들고 기다렸다. 대신 답해 주지 않았다. 카이의 질문이 세라에게 난 상처를 다 담고 있는 것도, 루엔이 다시 들어간 일을 다 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먼저 해야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응. 동료가 남았는데 도망쳤어.”
그 말 뒤에 '하지만'을 붙이지 않았다. 카이는 은빛 지팡이를 세워 둔 채 루엔을 보았다. 잠깐 조용해진 탁자에 시험관이 패드 달린 발목 장치와 이송띠를 내려놓았다. 실제 부상을 만드는 물건은 아니었다. 한쪽 발을 못 쓰는 역할을 정해 돌아오는 다음 시험이었다.
“늦는 사람을 두고 가면 즉시 중단입니다.”
루엔은 검은 띠의 버클을 보았다. 세라가 먼저 당겨 보고 헐거운 곳을 짚었다. 오늘은 착용법만 들었다. 주문을 쉬기로 한 대답은 다음 과제가 놓였다고 없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