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주민들은 거래와 운반이 끝난 자재를 도면과 물길 옆에 놓았다. 지안은 빗물 자국을 따라 실을 걸고, 연수는 받침이 놓일 높이를 다시 쟀다. 만재와 도윤은 쐐기로 돌을 들어 올려 자리만 바꿨다. 파워를 쓰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는 돌을 부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여덟 받침돌은 모두 물받이 양쪽에 놓였다. 자갈은 열두 자루 가운데 열 자루만 열어 낮춘 도랑과 판자 밑의 빈틈에 채웠다. 두 자루는 봉인된 채 옆에 두었다. 널판 네 장 가운데 세 장을 길에 놓고 네 번째를 시험 위치에 얹었다. 사람이 한 발을 올리자 끝이 아래로 처졌다.
판이 처진 쪽은 돌받이 하나의 높이가 조금 달랐다. 연수는 널판이 불량하다고만 적지 않고, 어디에 놓았을 때 휘었는지 표시했다. 지안은 판을 빼고 받침돌의 홈을 다시 쟀다. 네 번째 판 자체가 휜 데다 그 홈도 낮아 하중이 끝으로 몰린 것이었다. 받침을 높이면 그 판이 곧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뒤에도 주인이 처음 한 말을 바꾸지 않고, 그 널판을 돌려보낼 수 있게 두었다.
돌을 너무 높게 놓으면 물이 막히고 낮게 놓으면 사람이 발을 헛디뎠다. 한 주민은 물이 낮아지면 밭으로 다시 흐를까 걱정했고, 다른 주민은 판이 낮으면 아이 발끝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둘 다 겪어 본 위험을 근거로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안은 도면을 덮고 실제 물을 다시 흘려 보자고 했다. 물은 낮은 홈으로 갔지만 널판 아래 자갈 한 줌이 흐름을 막았다. 주민 한 사람이 그 돌을 빼고 나서야 웅덩이가 사라졌다. 기다리던 사람들도 돌을 더 쌓거나 판을 옮기지 않고, 물이 빠지는 길을 눈으로 따라갔다. 설계자의 말보다 현장에서 본 작은 변화가 위치를 정했다.
“이 판은 오늘 쓰지 맙시다.” 지안이 말했다.
주인은 판이 휘면 돌려보내도 된다고 했고, 그 말은 처음 거래표에 적혀 있었다. 주민들은 네 번째 판을 빼고 곧은 세 장의 끝을 다시 고정했다. 휘어진 널판은 ‘시험 후 반환’ 표를 달아 사용 가능한 세 장과 분리해 두었다. 시험 결과가 자재 수량을 바꿨지만, 실패를 숨기지는 않았다. 널판을 옮긴 주민은 끝이 휘었다는 걸 운반 중에도 느꼈지만, 오늘 쓸 판이 부족해질까 봐 바로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안은 그가 몰랐던 척하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손에 이상이 느껴질 때 세우는 게 더 낫겠어요. 오늘은 사람이 밟기 전에 확인했으니까 지금 적으면 됩니다.” 그 주민은 자기 이름 옆에 ‘운반 중 휨을 느낌, 설치 전 보고’라고 썼다. 그 줄은 벌점이 아니라 다음 거래에서 같은 조건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록이었다.
지안은 도랑의 턱을 한 뼘 낮췄다. 물을 한 양동이 흘려 보냈다. 처음에는 작은 웅덩이가 생겼지만, 지안이 자갈을 한 줌 덜어 내자 물이 받침돌 사이로 빠졌다. 서린은 수정한 위치만 도면에 덧그렸다. 더 먼 길이나 다음 비의 흐름은 확인한 것처럼 쓰지 않았다.
첫 시험은 라온과 지안이 걸었고, 돌아온 뒤 서로 다른 주민 둘이 이어서 건넜다. 네 번째 사람이 돌아설 때 마지막 널판 한쪽이 들렸다. 앞서 건넌 주민은 다음 사람에게 멈추라고 손을 들었다. 기다리던 주민도 발을 멈추며 “판이 움직이는지 내가 확신이 안 서요”라고 말했다. 연수는 누가 잘못 디뎠다고 지목하지 않고 사람들을 물린 뒤 홈을 다시 팠다. 네 사람은 고친 뒤 다시 건너 보겠다고 했지만, 그 주민은 다른 사람이 새 홈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자기 차례를 택했다. 누구의 망설임도 확인에서 지우지 않았다.
라온은 처음 건널 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걸음을 서두르는 대신, 돌아오는 길에 자기가 놓은 발자국이 단단히 남았는지 하나씩 확인했다. 지안은 젖은 돌과 물받이 소리를 함께 살폈다. 발이 편했는지만 보면 돌 밑에 물이 고이는 변화를 놓칠 수 있었다.
여울은 한참 동안 첫 발을 내딛지 않았다. 라온은 안전하다고 설득하지 않았다. 여울은 미선의 손을 잡되 당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미선은 손가락을 오므리지 않고 손바닥을 펴 두었다. 아이가 놓고 싶을 때 놓을 수 있도록 기다린 것이었다. 여울은 첫 널판에서 잠깐 멈춰 물받이 쪽을 보고, 다시 발을 옮겨 열두 걸음을 건넜다. 혼자 돌아온 뒤 여울은 미선의 손을 놓고, 자신이 멈췄던 판의 위치를 라온에게 알려 주었다. 다시 건너지 않겠다고 말하자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비켰다. 아무도 아이에게 이유를 대라고 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아직 표시하지 않았다. 다음 사람이 안전한 표식으로 오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망설인 곳을 그대로 말한 것도 여울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길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돌가게 주인은 물이 밭 쪽으로 새지 않았는지 다시 살피고, 자재를 확인하러 왔다. 자갈 두 자루는 봉인 그대로 돌아갔다. 네 번째 널판은 하중 시험에서 휘어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돌려주었다. 서린은 받침돌 여덟 개 전부 설치, 자갈 열 자루 사용·두 자루 반환, 널판 세 장 설치·한 장 반환이라고 장부에 적었다. 주인은 수량을 확인했지만 시험로를 승인하지 않았다. 그가 보증한 것은 배수로를 치우는 거래와 반환 수량뿐이었다.
한 주민은 주인이 현장에 있었으니 열두 걸음도 함께 확인했다고 서명해 달라고 했다. 주인은 “나는 자재와 물길을 확인했지, 저 판을 밟지 않았소. 내가 걸은 것처럼 이름을 남기면 다음 사람에게 잘못된 보증이 되오”라고 말했다. 그 주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자기 발로 시험한 사람 둘의 표시를 장부에 받았다. 거래를 성사시킨 사람과 길을 시험한 사람이 같은 서명란에 설 필요는 없었다.
열두 걸음은 수레길이 아니었다. 미선은 수레를 그 앞에 세워 두고 바퀴를 넘기지 않았다. 주민들이 확인한 것은 사람이 왕복해 걸을 수 있고, 물이 방금 시험한 방향으로 빠졌다는 사실뿐이었다. 다음 비에 버티는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기록의 빈칸으로 남았다.
밭 주인은 물이 자기 경계 안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흙이 조금 젖은 자국을 보고 한 주민이 배수로를 더 낮추자고 했지만, 그는 그 젖음이 앞선 비에서 남았다고 설명했다. 오늘 흐른 물의 흔적과 어제의 흔적을 섞지 않으려고 연수는 표시를 두 색으로 나눴다. 밭 주인은 재료 거래는 끝났다고 확인하면서도 시험로를 대신 보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창고에서 나갈 때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몇 사람은 열두 걸음을 한 차례 더 밟아 보고 싶어 했다. 서린은 횟수를 늘리는 대신 이번 시험의 참여자와 조건을 닫기로 했다. 같은 사람이 반복해서 건너면 새로운 주민이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보행은 이미 한 번도 걷지 않은 주민 둘이 맡았다. 그중 한 명은 중간에 멈춰 판이 흔들리는지 확인하고 돌아왔다. 서린은 그 멈춤을 시험 실패로 빼지 않았다. 어느 지점에서 발을 멈출 수 있는지도 길을 쓰는 사람의 조건이었다.
미선이 빈 수레의 앞바퀴를 물받이 쪽으로 돌리자 몇몇 주민이 이제는 짐을 싣지 않아도 한 번 넘어가 보자고 했다. 연수는 수레가 통과할 수 있는 폭이나 하중을 측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빈 수레도 수레였다. 그 앞바퀴가 널판 위에 올라가면 오늘의 보행시험을 넘어 새 조건을 만들게 된다. 미선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바퀴를 등록길 쪽으로 돌렸다. 주민들은 시험을 한 단계 더 하는 대신, 현재 확인한 결과에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걷기 시험이지, 운송 허가가 아니었다.
도윤은 널판 가장자리의 못을 만져 보다가 손을 멈췄다. 끝을 더 단단히 고정하면 흔들림이 줄어들 것 같았지만, 못을 더 박으면 나중에 판을 돌려줄 때 흔적이 남았다. 그는 널판을 망치로 훼손하지 않고 홈과 쐐기만 다시 조정하자고 했다. 지안은 다음에 같은 판을 빌리더라도 돌받침을 먼저 검사해야 한다는 메모를 도면 아래에 적었다. 오늘 쓴 방법이 다른 장소에도 그대로 맞는다는 뜻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