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24. 첫 노새길의 지름길

열넷째 날, 첫 노새길의 좁은 굽이에서 단은 먼저 돌아왔다. “사람은 지나가. 수레는 짐을 내려야 해.”

그는 발에 붙은 노란 진흙을 털며 자신이 본 굽이를 팔로 그렸다. 팔꿈치를 접으면 지나갈 수 있는 너비였다. 다래는 수레 손잡이를 가로로 들어 그 그림에 대 보았다. 손잡이 끝이 단의 팔 바깥으로 한참 나갔다. 단은 말을 고쳤다. “짐을 내리고도, 바퀴는 직접 봐야 해.” 빠른 길을 아는 자신이 처음으로 수레의 넓이를 몰랐다는 것이 얼굴에 드러났다.

다래는 평탄한 큰길을 손짓했다. 두 시간 더 걸리지만 노새가 몸을 돌릴 자리는 있었다. 이든은 남은 사료를 떠올렸다. 라온은 진료소의 오전 시한을 떠올렸다. 누구도 지름길이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둘은 짐 절반을 내려 옮겨 보자고 했다. 마지막 결정은 라온이 했다. “턱에 닿으면 바로 멈춰.”

첫 굽이는 통과했다. 석주와 도윤이 약재 상자를 들고, 다래가 고삐를 잡았다. 두 번째 굽이에서 젖은 홈이 바퀴를 한 뼘 옆으로 끌었다. 철핀이 바위에 맞아 꺾이는 소리가 났다. 수레는 뒤집히지 않았고 노새도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끌면 바퀴가 빠질 수 있었다.

철핀의 소리는 작았는데 모두가 멈췄다. 노새가 귀를 뒤로 젖혔고, 다래는 고삐를 당기지 않고 손바닥으로 목을 쓸었다. 해나는 가장 낮은 상자에 손을 얹었다. 방금 들었던 진료소의 시한이 상자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듯했다. 도윤은 바퀴살을 향해 어깨를 낮췄다. 수레 한쪽만 밀어 올리면 길이 열릴 것 같았다.

“멈춰.” 다래가 말했다. 도윤은 이미 어깨를 대고 있었다. “밀지 말라고.”

그는 손을 떼었다. 단은 길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바퀴가 몸을 돌릴 곳은 보지 못했다. 라온은 단을 탓하려다가 자신이 가자고 한 말을 떠올렸다. “내가 선택했어. 다음 선택은 네가 해.” 그는 다래에게 고삐를 돌려주었다.

다래는 라온이 고삐를 건네기 전까지 기다렸다. “늦게 멈춘 건 돌릴 수 없어요.” 말은 날카로웠지만 그녀는 노새를 진정시키며 다음 할 일을 차례로 불렀다. 석주가 첫 상자를 내리고, 이든은 수레가 기울어진 쪽 아래에 돌을 넣었다. 라온은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려다 상자 손잡이를 잡았다. 다래가 그 손을 보고 말했다. “사과는 바퀴가 선 뒤에 받아요.”

다래는 노새를 마른 곳에 세우고 여섯 상자를 내리게 했다. 석주는 구부러진 핀을 빼고 도윤의 예비 쐐기로 바퀴를 고였다. 쐐기는 새 철핀이 아니었다. 빈 수레가 굴러가지 않게 할 뿐이었다. 단이 가까운 낮은 길을 찾아 사람들을 두 번 왕복시켰다. 모아는 다친 어깨로 짐을 들지 않고 상자가 내려놓일 자리를 먼저 비웠다. 시온은 멀리 보이는 대장간의 굴뚝을 가리켰다. 이든이 다래와 핀을 들고 달렸다.

장인은 같은 굵기로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두 닢과 세 시간이 들었다. 도윤은 쇠를 두드리는 사람이 세게 내리치기보다 붉은 끝을 돌려 가며 모양을 잡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수레를 밀었더라면 빨랐을까 묻자 장인은 대답 대신 꺾인 핀을 보여 주었다. “힘을 더 주면 이쪽도 부러져요.” 도윤은 그 쇳조각을 기억하려고 주황 띠에 잠시 묶었다가, 대가를 치른 다래에게 돌려주었다.

기다리는 세 시간 동안 단은 굽이의 바깥을 걸으며 발로만 지나는 길과 바퀴로 지나는 길을 두 줄로 그렸다. 두 줄은 첫 구간에서 겹쳤다가 꺾인 핀 자리에서 갈라졌다. 시온이 멀리서 보아도 그 차이는 선명했다. “위에서 보면 좁은 곳이 가려져.” 시온은 자신이 높이 올라가 판단했더라도 같은 실수를 했을 거라고 했다. 단은 지도를 구기지 않고 접었다. 다음에는 두 줄을 함께 가지고 다닐 생각이었다.

짐을 다시 실을 때 한 약재 상자의 겉천이 젖었다. 해나는 봉인을 열지 않고 표찰에 젖은 쪽을 표시했다. 앞서 가던 북쪽 진료소의 일꾼이 그 모습을 보고 “산기슭 갱도에서 발을 다친 광부가 많아 오늘도 마른뿌리를 기다려요”라고 했다. 진료소의 시한이 계약서의 작은 글씨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다림이 됐다. 그 말에 라온은 다시 지름길을 찾고 싶었다. 다래가 먼저 말했다. “지금은 큰길. 내가 멈추라면 멈추는 걸 배웠잖아요.”

낮은 길의 다음 물웅덩이에서 그 새 규칙을 바로 써먹었다. 단은 발판을 찾고, 석주는 짐을 옮기고, 다래는 노새가 두 발을 바꿔 디딜 때까지 기다렸다. 일곱은 앞을 열어 줄 뿐 고삐를 빼앗지 않았다. 해 질 무렵 싼 여관에 도착했을 때 이든은 장부의 ‘절약’ 밑에 두 닢과 세 시간을 적었다. 다래는 사과를 받아 주었으나 “다음 길은 같이 고르자”는 말을 덧붙였다.

라온은 물웅덩이를 건넌 뒤에야 다래에게 제대로 사과했다. “네가 멈추라 할 때 이미 늦었어.” 다래는 고삐에 묻은 흙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으면 나도 더 빨리 말했어야 했죠.” 책임을 나눠 말한다고 꺾인 핀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음 굽이에서 다래가 손을 들자 일곱이 동시에 멈췄다. 그 한 번은 값을 치른 만큼 제때였다.

여관 앞에서 단이 지도를 펴자 바퀴 자국은 첫 노새길의 잉크 선을 가로질러 있었다. 단은 가장 짧은 선을 지우지 않았다. 그 길이 사람에게는 여전히 빠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수레 표시에 짧은 빗금을 쳤다. 시온이 그 위에 비 온 날의 날짜를 적었다. 지도를 틀렸다고 버리면 다음 사람도 같은 굽이에서 철핀을 잃을 것이다. 라온은 그 빗금을 보고 내일의 길을 큰길로 표시했다.

24. 첫 노새길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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