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은 안쪽에 남아요. 밖에서 한 사람이 들어가 다친 사람을 함께 옮겨요.” 모아가 말했다. “그다음 두 사람이 나와요.”
단은 곧장 좁은 틈에 몸을 넣으려 했다. 아루가 그의 허리를 잡았다. “당신은 길을 찾았으니 밖에서 길을 지켜요. 안쪽 받침을 아는 광부가 들어갑니다.” 아루의 동료 은백이 작업등과 짧은 널판을 챙겼다. 갱도에서 일곱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의 손이었다. 단은 한 걸음 물러서서 돌아오는 발을 어디에 놓을지 세 개의 흰 자갈로 표시했다.
은백은 널판을 물에 한 번 띄웠다가 다시 건졌다. “그냥 밀면 소란의 발이 먼저 벽에 닿아요. 머리 쪽을 돌아 나오게 해야 해.” 단은 자갈 셋째의 위치를 바꿨다. 자기가 들어가면 좁은 틈을 통과할 수는 있었다. 다친 사람을 돌려 내는 순서는 몰랐다. 그는 은백의 손을 보고 매듭을 한 번 따라 묶었다. 은백이 잡아당겨 확인한 뒤에야 작업등을 넘겨주었다.
배수문은 아직 절반만 열렸다. 아루가 좁은 손잡이에 걸린 쇳가루를 긁어냈고, 이든이 등불을 비추었다. 도윤이 망치를 들자 아루가 손잡이 아래의 녹슨 쐐기를 가리켰다. “여기만. 벽에는 손대지 마요.” 도윤은 첫 타를 약하게, 둘째를 조금 세게 쳤다. 셋째에 쐐기가 빠지고 문이 한 뼘 더 움직였다. 물이 옆 수로로 쏟아졌다. 도윤은 손을 들어 네 번째 타를 청하듯 보였다가 숨이 차 망치를 내렸다. 지금 필요한 건 힘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다.
물소리가 커지자 안쪽의 두드림이 잠깐 들리지 않았다. 라온은 한 발 물러났다가 다시 귀를 벽에 댔다. 두 번. 기다렸다가 다시 두 번. 그는 입구에 선 아루에게 손가락 둘을 폈다. 아루의 굳었던 입술이 조금 풀렸다. 이든은 쐐기가 빠진 문이 도로 닫히지 않도록 아루가 준 쇠막대를 걸었다. 무거운 물은 옆으로 빠졌지만 바닥에는 아직 사람의 발목을 잡는 물이 남았다.
안쪽 선반의 물은 더 오르지 않았다. 시온은 환기구에 붙여 둔 실 끝이 같은 높이에서 흔들리는 걸 확인했다. “지금은 멈췄어요. 다시 비가 오면 달라져요.” 멀리서 보는 눈에도 끝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라온은 그 말을 입구와 안쪽에 그대로 전했다. 괜찮아졌다는 말로 바꾸지 않았다.
은백이 줄을 매고 들어갔다. 돌아올 때는 널판에 발을 다친 광부 소란을 눕혀 앞세웠다. 안쪽에 남은 광부는 널판 끝을 받치고, 은백은 물에 잠긴 쪽을 들어 올렸다. 틈 앞에서 널판이 지지목에 걸렸다. 모아가 방패 모서리로 줄의 방향을 바꿨다. 청환을 먹은 뒤 방패의 기울기를 몸보다 먼저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어깨가 떨리자 바로 손을 놓았다. “단, 네 발 하나. 은백, 손은 그대로.”
단은 흰 자갈 세 개를 밟아 들어가 널판의 앞을 당겼다. 아루가 젖은 지지목 아래에 받침을 넣었다. 이든은 고정해 둔 줄이 풀리지 않는지만 봤다. 당기는 사람이 늘면 빨라질 듯했지만, 아루가 세는 박자 밖에서는 아무도 힘을 보태지 않았다. 소란이 틈을 통과하자 해나와 여관 주인이 담요를 펼쳤다. 해나는 젖은 장화를 벗기고 발의 감각을 물었다. 소란은 발가락 둘을 움직였고, 정강이에는 부기가 올라왔다. 해나는 뼈가 괜찮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진료소에서 봐야 해요. 지금은 움직이지 않게 묶을게요.” 아루가 쓰던 부목을 받아 천으로 고정했다.
널판이 바깥의 마른 바닥에 닿자 소란이 손으로 단의 소매를 잡았다. “은백은?” 단이 뒤를 돌아보려 하자 모아가 그의 발 옆의 셋째 돌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아직 은백과 다른 광부가 나올 자리였다. 단은 소란에게 손을 보여 주었다. “줄은 아직 안 풀었어요.” 소란은 그제야 소매를 놓았다. 해나는 그녀의 손을 따뜻한 담요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안쪽의 마지막 광부가 나오는 동안 다시 비가 내렸다. 그는 혼자 걸을 수 있다고 했다가 첫 돌에서 미끄러졌다. 라온이 손을 내밀자 광부는 손이 아니라 줄을 잡았다. “이 길은 은백이 만든 거야.” 라온은 줄을 잡아 주고, 그 말대로 은백이 먼저 빠져나오게 했다. 밖에 나온 광부는 소란에게 달려가려다 해나의 눈짓에 멈췄다.
아루는 사람 둘을 확인하고 입구에 붉은 줄을 쳤다. “오늘 갱도는 닫아요. 이 문을 완전히 고치기 전엔 아무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일터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석주는 진료소에 전령을 보내고 돌아와 마당에 수레를 준비했다. 그는 구조 중 가장 늦게 도착했지만, 부상자가 누울 자리를 이미 비워 놓았다.
갱도 밖에 모인 광부 하나가 “안에 내 도구가 있다”고 줄을 넘으려 했다. 아루가 그의 앞을 막았다. “도구는 내일도 거기 있어. 오늘은 사람 둘이 밖에 있어.” 광부는 젖은 장갑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가 다시 주웠다. 도윤은 그 등을 보며 아까 쐐기에 네 번째 망치를 대지 않은 일을 떠올렸다. 더 할 수 있었던 것과 더 해야 했던 것은 달랐다. 모아는 방패를 들어 올리려다 어깨가 당기자 이든을 불렀다. 예전보다 한 번 더 오래 버틸 힘이 생긴 듯했지만, 통증이 사라진 척할 이유는 없었다.
날이 밝을 때 아루는 보수로 동전을 내밀었다. 다래가 먼저 거절하지 않았다. “전령 값 한 닢은 받아야 해요. 나머지는 갱도 문을 고치는 데 쓰세요.” 라온은 자기 일곱의 계약이 늦어진다는 사실을 그제야 제대로 보았다. 약재 상자는 봉인 그대로였고, 진료소의 오전 시한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아루는 소란의 들것을 수레에 싣는 일을 도왔다. “그 약도 우리에게 오는 거라면 같이 갑시다.”
모아는 방패를 다시 수레에 올리고 어깨를 폈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도윤이 받겠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방패 말고 말판이나 들어.” 도윤은 여관에 두고 온 작은 판을 챙겨 왔다. 빠져나온 광부가 그걸 보고 웃었다. 밤에 시작한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