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31. 먼저 울려야 하는 종

열여섯째 날 오후, 라온은 누리에게 북쪽 다음 마을로 가는 길의 시간을 물었다. 그 길을 먼저 살피고 귀로에 서쪽 창고 원표를 확인하기로 했다. 누리는 대답 대신 종줄을 세 번 당겼다. 높게, 낮게, 다시 높게. 방금 일곱이 들었던 고른 울림과 달랐다.

마을 아래에서 한 아이가 뛰어 올라왔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 “높은 집에서 어머니가 못 내려와요. 뒤쪽 길이 떨어졌어요.” 아이는 말을 마치고 숨을 고르지도 못했다. 누리는 아이의 손등을 보고 먼저 물었다. “집에 두 사람이었니?”

“어머니랑 아랫집 할머니요. 저는 먼저 왔어요.”

누리는 종을 두 번 더 울렸다. 맞은편 산의 작은 종에서 한참 뒤 한 번 답이 왔다. 높은 집의 사람들이 아직 듣고 있다는 뜻이었다. 라온은 오늘 살피기로 한 북쪽 길의 남은 시간을 계산하다가 접힌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가 올라가겠습니다.”

“길은 내가 정해요.” 아이가 말했다. 어머니가 매일 걸어 내려오는 길을 알고 있었다. 단은 지도에 보이는 짧은 선을 가리켰지만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비가 오면 그쪽 나무가 땅째 움직여요.” 단은 종이 끝을 접었다. 어제 수레가 지나가지 못한 길을 그렸던 손이었다. 그는 아이의 발자국 뒤를 따르되 돌이 젖은 지점마다 먼저 발을 얹어 보았다.

누리는 종을 떠날 수 없었다. 높은 집이 어느 쪽으로 내려올지 알려 주려면 마을에서 정해진 간격을 계속 쳐야 했다. 라온은 종 아래에 남은 그녀를 보며 “우리 쪽에서 답을 보내죠”라고 했다. 이든은 가진 총이 아니라 두드릴 수 있는 빈 물통을 빌렸다. 시온은 건너편 지붕의 천 조각이 흔들리는 방향을 보고 바람이 소리를 밀어내는 쪽을 알려 주었다. 높은 집으로 가는 동안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한 번씩 물통을 쳐 위치를 남겼다.

한 굽이 위에서 길이 끊겼다. 흙이 떨어진 자리 아래로 나뭇가지가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도윤은 가지를 들어 다리처럼 놓자고 했다. 아이는 어머니가 그 가지를 밟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모아가 아래를 봤다. 청환을 먹은 뒤 힘이 흐르는 각도가 또렷해졌지만, 젖은 뿌리가 언제 빠질지까지 알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방패를 어깨에 걸지 않고 아이와 도윤 사이에 세웠다. “저건 우리가 건너는 길이 아니야. 건너편 사람이 내려올 길부터 찾아.”

해나는 아이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아프거나 추운 사람을 보면 바로 생기를 쓰고 싶은 버릇이 있었다. 아이는 숨을 고르고 자기 발로 설 수 있었다. 해나는 가방에서 마른 천을 꺼내 손을 감싸 주었다. 남겨 둔 힘은 위에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필요할지 몰랐다.

단과 아이가 돌아서서 낮은 물길을 찾는 동안, 라온은 나뭇가지 너머를 향해 물통을 쳤다. 잠시 뒤 높은 집 쪽에서 돌 두 개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 모두 살아 있었다. 도윤이 웃다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길을 건넌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들었다는 사실 하나는 얻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지붕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옆의 노인은 젖은 담요를 어깨에 걸고 있었다. 라온이 손을 흔들자 어머니는 노인을 먼저 가리켰다. “발이 느려요. 종이 멎으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누리의 종은 여전히 규칙적으로 울렸다. 일곱은 그 울림 사이에 자기 물통 소리를 끼워 넣었다. 다음 굽이에서 아이가 찾은 낮은 물길은 좁았지만 발을 디딜 돌이 있었다. 단은 돌을 세 개 더 옮겨 놓되 건너편 사람에게 걷기 시작하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위에서 길을 쓰던 어머니가 노인의 발을 돌 위에 올릴 때까지 기다렸다.

노인이 둘째 돌에 발을 얹는 순간 물이 흙 한 줌을 파냈다. 돌이 작은 소리를 내며 기울었다. 도윤이 뛰어가 노인을 안으려 했지만 어머니가 팔을 높이 들었다. “몸을 잡으면 발이 돌아요. 저 줄을 잡아 줘요.” 그녀가 집에서 끌고 나온 빨랫줄이었다. 도윤은 줄 끝을 잡아 마른 나무에 감았다. 모아는 방패 모서리를 물살에 대고 노인의 무릎 아래로 튀는 물을 막았다. 어깨가 욱신해지자 이든에게 손잡이를 넘겼다. 노인은 흔들리는 돌에서 발을 떼고 어머니가 가리킨 세 번째 돌로 옮겼다. 가까운 사람을 들어 올리고 싶던 도윤은 줄을 당기는 힘만 남겼다.

아이는 건너편에서 큰소리로 발 디딜 순서를 세었다. 그는 처음엔 세 번째를 두 번 불렀다가 자기가 틀린 걸 알고 다시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 목소리를 따라 노인의 마지막 발을 마른 땅에 올렸다. 누리의 종은 그동안 멈추지 않았다. 라온은 물통을 한 번 쳐 마을에 건넘을 알렸다. 답종이 곧 오지 않아도 이번에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누리가 다른 신호를 쳐야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두 사람이 마을로 내려왔다. 노인은 종 아래에서 한참 서 있다가 누리에게 “오늘은 그 소리가 가까웠다”고 말했다. 누리는 손바닥에 생긴 새 물집을 숨기지 않았다. 아이는 어머니의 젖은 소매를 잡고 도윤에게 남겨 둔 빵 한 조각을 주었다. 도윤이 반으로 나누자 아이는 “오늘은 제가 이겼어요. 길은 제가 알았잖아요”라며 큰 쪽을 가져갔다. 도윤은 반박하지 못했다.

북쪽 다음 마을로 이어지는 낮 길은 이미 어두웠다. 라온은 누리에게 자신들의 하루를 빌렸다고 말하려 했다. 누리는 종줄을 풀어 손을 쉬며 대답했다. “이쪽도 오늘 당신들의 발을 빌렸어요.” 다음 마을 길 확인은 내일 할 수 있었다. 높은 집의 두 사람을 내일까지 남겨 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라온은 길을 살필 예정 칸을 하루 뒤로 옮겼다. 귀로에 서쪽 원표를 보겠다는 순서는 그대로 두되, 온새미의 답이 늦어지는 비용을 모르는 척하지 않고 서린에게 그 날짜까지 적어 보내기로 했다.

31. 먼저 울려야 하는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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