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35. 바람목에서 온 빈자리

열여덟째 날 이른 아침, 종이 정해진 때보다 한 번 덜 울렸다. 기주가 줄을 당기다 멈춘 게 아니었다. 바람목 쪽에서 와야 할 답이 없었다. 전날 누리가 말한 이번 달 마지막 정기 식량 호송이 밤에 낮은 길로 내려와야 했는데, 누리의 마을에도 초소에도 닿지 않았다. 운반인은 길의 굽이를 손으로 짚었다. “사람들이 여기서 종을 들으면 낮은 길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저쪽 답이 없으면 어디서 멈췄는지 몰라요.”

라온은 북쪽 다음 마을 길을 끝까지 살피러 갈 짐을 이미 싸 두었다. 그는 그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기주가 라온을 말리지 않았다. 종을 지키는 자신의 자리는 여기였고, 바람목을 아는 운반인은 갈 수 있었다. 누리는 높은 집을 구할 때 썼던 물통을 단에게 건넸다. “맞은편에서 종이 안 들리면 이걸로 가까운 답을 보내요.” 물통의 손잡이는 조금 휘어 있었다.

일곱은 운반인과 함께 낮은 길을 택했다. 위쪽은 짧았지만 밤새 얼었던 물이 돌에 붙어 있었다. 단은 먼저 달려갔다가 돌아오는 데 걸린 숨을 세었다. 처음에는 쉽게 다녀올 수 있었으나 두 번째는 발이 미끄러졌다. 그는 더 먼 곳을 혼자 확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온은 능선에서 움직이는 천을 보았다. 수레 덮개일 수도 바람에 걸린 낡은 깃발일 수도 있었다. “저기에 뭔가 있어. 사람인지 아직 몰라.” 라온은 그 말 그대로 운반인에게 전했다.

굽이를 돌자 작은 수레가 바퀴 하나를 도랑에 빠뜨린 채 있었다. 사람은 두 명, 짐은 몇 자루뿐이었다. 마지막 식량 호송 전체가 아니었다. 수레를 지키던 여자는 일곱을 보고 안도하다가 바로 물었다. “뒤의 본대는 왔어요?” 누리가 기다리는 본대가 아직 길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 운반인은 이 수레가 앞서 내려오는 길잡이 짐이라고 알아봤다. 여자는 밤에 바람이 바뀌며 본대가 높은 갈림길에서 멈췄다고 했다. 자신은 소식을 전하러 먼저 왔고, 바퀴가 빠진 뒤 종이 들리지 않았다.

수레 곁의 다른 사람은 발밑에서 계속 작은 돌을 굴렸다. 뒤쪽 본대에 자기 동생이 있었다. 라온이 숫자를 묻자 그는 “열 명쯤”이라고 했다가 곧 “모르겠습니다”라고 고쳤다. 누군가를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이 수를 만드는 걸 라온은 알았다. 그는 가짜 숫자를 지도에 적지 않았다. 이든은 짐자루를 건네받을 때 한쪽이 젖은 것을 느꼈다. 사람이 먼저 내려갈 수 있도록 짐을 조금 버려야 할지도 몰랐다. 쇠마루에서 약재 두 묶음을 잃었을 때와 같은 손해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여기에 없는 사람들의 길이 달려 있었다.

도윤은 수레를 통째로 들어 올리려 했다. 운반인이 바퀴 아래 돌의 빈틈을 보여 주었다. “사람부터 여기로 옮겨요. 수레는 비우고.” 도윤은 한 번 숨을 고른 뒤 짐 한 자루만 들었다. 모아는 다친 어깨로 방패를 오래 받치지 않고 내리는 순서를 불렀다. 이든이 둑의 마른 쪽에 돌을 고이고, 단이 빈 수레의 길을 만들었다. 해나는 여자의 손목에 긁힌 상처를 씻었다. 생기를 쓰지 않아도 지혈이 됐다. 젖은 식량 두 자루는 버리지 않았지만 먹을 수 있는지 판단할 사람에게 따로 보낼 표식을 했다.

바퀴가 올라오자 여자는 곧장 출발하려 했다. 라온은 본대가 어느 쪽에서 멈췄는지 정확히 묻고 싶었다. 그녀가 모르는 굽이를 억지로 그리게 할 수는 없었다. 여자는 갈림길에 세워 둔 붉은 수리 깃발까지만 봤다고 했다. 그 뒤는 대장 류건이 본대를 정리해 기다리게 했다. 류건은 많은 사람을 먼저 낮은 길로 내리려 했지만, 뒤에 남은 수리공 가족이 높은 길에 있었다. 여자는 그 가족의 수를 아직 세지 못했다. 시온이 지도에 붉은 깃발만 표시하고 그 위는 비워 뒀다.

그때 바람목 쪽에서 짧은 쇳소리가 한 번 났다. 종은 아니었다. 운반인은 낮은 길의 매달린 판이 부딪치는 소리라고 했다. 본대가 움직였다면 판을 세 번 쳤을 것이다. 라온은 높은 길을 향해 뛰려는 단의 팔을 잡았다. 먼저 초소에 현재 위치를 알려야 누리가 다음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단은 물통을 세 번 쳤다. 잠시 뒤 기주의 종에서 답이 왔다. 돌아갈 길 하나가 소리로 이어졌다.

위쪽에서 두 번의 쇳소리가 더 났다. 단은 뛰어가려다 이번에는 제자리에서 셋까지 셌다. 세 번이 일정한 간격이 아니었다. 바람에 판이 부딪친 소리일 수 있었다. 시온은 판 옆의 붉은 깃발을 보았지만 사람의 손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라온은 운반인과 손뼉으로 신호를 맞춰 한 번 더 쳤다. 먼 곳에서 작은 물통 소리가 한 번 답했다. 누군가 신호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본대가 내려올 수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는 없었다. 그 차이를 아는 채 앞으로 가야 했다.

여자는 수레 밑에서 접힌 운송표를 꺼냈다. 젖은 장갑 안에 넣어 둔 덕에 종이는 마른 편이었다. 거기에는 마지막 식량 호송이 바람목의 낮은 길을 쓰도록 지시한 북부 보급관 재겸의 이름과 날짜가 있었다. 그 지시가 틀렸는지, 현장에서 길을 바꿀 수 있었는지는 이 표만으로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재겸에게 물을 수 있는 현재의 결정 하나는 생겼다. 라온은 그 표의 출처를 여자에게 다시 확인하고 원본을 돌려주었다. 그녀는 자기 수레가 움직여야 보고도 닿는다고 했다.

라온은 기주의 오래된 인력 이동 증언을 왼쪽 주머니에, 오늘 재겸의 호송 지시를 적은 쪽지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두 종이가 같은 물길을 따라왔다고 해서 하나의 명령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물을 수 있는 것은 이 호송을 왜 낮은 길로 보냈는지였다. 온새미에 대체 인력이 왜 오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다른 날짜의 다른 질문이었다.

일곱은 본대 쪽으로 당장 돌진하지 않았다. 운반인이 길을 나눴다. 자신과 여자는 앞선 수레를 누리에게 데려가고, 일곱은 붉은 깃발까지 올라가 류건과 남은 사람의 수를 확인한다. 이든은 약실과 탄창 잠금을 확인했다. 일반탄은 예비까지 합쳐 열 발이었다. 쏘기 전에 대열을 먼저 봐야 한다. 도윤은 어제 무승부를 떠올리며 손에 쥔 망치를 한 번 놓았다 다시 들었다. 세 번째 힘을 어디에 남길지는 사람이 보여야 알 수 있다.

라온은 서린에게 보내려던 편지에 한 문장을 더했다. ‘기주는 북쪽에서 종을 울렸고 대체 인력이 온새미에 간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재겸의 현재 호송 지시는 확인했으나 과거 대체 불발의 책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편지는 아직 보내지 않았다. 그는 꾸러미를 어깨에 메고 붉은 깃발 쪽으로 걸었다. 뒤에서 누리의 종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이번에는 그 간격 안에서 몇 사람이 돌아와야 하는지 알아내는 일이 먼저였다.

35. 바람목에서 온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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