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쪽 난간에 남은 가족 넷은 서로 다른 속도로 일어났다. 아이 둘은 바로 달려오려 했고, 한 어른은 무릎이 굳어 팔을 짚었다. 수리공 셋 가운데 한 사람은 받침쇠를 품에 안고 있었다. “이걸 빼면 승강 발판이 기울어요.” 라온은 그 쇳덩이를 내려놓으라고 할 뻔했다. 그가 없으면 발판이 얼마나 버틸지 알지 못했다. 현장을 고친 손이 먼저 말할 차례였다.
수리공은 쇠가 아니라 나무 지지대의 껍질을 벗겨 보여 주었다. 젖은 속이 갈라져 있었다. 받침쇠는 한 번 더 써야 하고, 그다음에는 이 발판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가족 넷을 먼저 작은 중간 선반으로 보내면 수리공 셋이 마지막에 옮겨 갈 수 있었다. 모아는 그 순서를 듣고 방패를 난간에 세웠다. “나한테 전부 기대지 마요. 첫 사람이 지나갈 때 각도를 맞추고 바로 내릴 거예요.” 청환 뒤 더 선명해진 힘의 흐름이 손끝에 잡혀도 어깨는 나무보다 오래 버티지 못했다.
첫 아이가 발판에 오르자 돌 위에서 검은 것이 움직였다. 돌에 생긴 그늘이 아니라 길가의 흙을 거슬러 올라오는 얇은 그림자였다. 시온은 높은 곳에서 그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았지만 끝은 보지 못했다. 이든은 연발총을 들어 가족 쪽이 아닌 젖은 돌의 빈 면에 두 발을 끊어 쐈다. 그림자가 소리와 파편 쪽으로 물러났다. 맞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두 발을 쓴 뒤 이든은 약실을 확인하고 총구를 내렸다. 일반탄은 여덟 발 남았다.
첫 발에 아이가 눈을 감았다. 둘째 총성이 끝나자 아이는 발판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다. 뒤에 있던 어른이 “기다려도 돼”라고 말했지만 발판이 언제까지 버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수리공은 자신이 먼저 타겠다고 손을 뻗었다. 아이는 그 손에 땀에 젖은 작은 못 하나를 쥐여 줬다. 집에서 가져온 장난감이었다. “아래에서 돌려주세요.” 수리공은 못을 주머니에 넣고 아이가 줄 안쪽에 설 때까지 손잡이에서 물러났다. 단은 줄을 허리에 매고 먼저 건너가 발을 놓을 돌을 두 번 두드렸다. 아이는 그 소리에 맞춰 발판 가운데로 옮겼다.
도윤은 파워 첫 타로 받침쇠 아래 끼인 돌을 잘라 냈다. 바닥이 울리자 수리공이 바로 손을 들었다. “두 번째는 여기 말고, 나무를 받치는 쐐기.” 도윤은 남은 힘을 그 자리에만 썼다. 발판의 한쪽이 반 뼘 올라갔다. 그는 세 번째 타를 내리지 않고 숨을 고르며 망치를 짚었다. 마지막 힘을 쓰고 싶어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수리공이 시험해 보지 않은 곳을 부술 수는 없었다.
가족의 첫 아이가 손을 잡으려 하자 단은 발을 놓을 돌을 먼저 가리켰다. 도윤이 받은 충격으로 발판이 흔들려 아이가 멈췄다. 단은 “여기까지가 네 한 걸음이야”라며 줄을 한 뼘 당겼다. 아이는 그대로 옮겼다. 모아의 방패가 두 번째 흔들림을 낮췄다. 셋째로 건너려던 어른은 무릎을 굽히지 못해 뒤로 물러났다. 해나는 다친 곳을 확인했다. 오래 서 있던 탓에 근육이 굳었지만 뼈가 부러진 건 아니었다. 지금 생기를 써도 내려갈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해나는 자기 어깨를 내어 한 걸음씩 붙였다.
네 가족이 중간 선반에 모였을 때 그림자가 다시 움직였다. 방금 물러난 것이 돌아온 건지 다른 것인지 몰랐다. 시온은 희귀 관통탄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총을 올렸다. 발판 아래에서 아이의 머리가 사선에 걸렸다. 그는 쏘지 않고 “왼쪽 아래”라고 위치를 불렀다. 라온은 노리기로 그 소리 쪽을 흙 위 빈 자리로 끌었다. 도윤의 세 번째 힘은 남겨 두고, 단이 줄을 낮게 걸어 그림자가 선반으로 바로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림자가 라온의 소리를 따라 움직이자 그는 처음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흙 위의 검은 끝이 아이의 발 아래까지 길어졌다. 모아는 방패를 정면으로 세우지 않고 바닥에 눕혀 선반과 그림자 사이의 빛을 잘랐다. 아이가 발을 떼는 순간 그림자가 멎었다. 모아는 팔을 펴고 한 번 더 버티려다가 오른쪽 어깨가 떨려 방패를 단에게 넘겼다. 라온은 노리기를 끊고 아이가 안전한 뒤로 물러날 때까지 기다렸다. 기술을 끝내는 시점이 사람을 지키는 시점과 같아야 했다.
수리공 셋이 나오기 전에 발판의 낡은 손잡이가 끊겼다. 품에 안았던 받침쇠를 쥔 수리공이 먼저 반대편으로 던졌다. “그건 가져가요. 나머지는 못 챙깁니다.” 공구 상자와 두꺼운 도르래 하나가 높은 난간에 남았다. 라온은 그것을 찾으러 돌아가겠다는 말을 삼켰다. 수리공 셋은 서로 줄을 잡고 중간 선반에 닿았다. 일곱의 숫자는 다시 맞았으나, 그들을 낮은 길까지 보낼 통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한 수리공은 도르래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이걸 다시 만들려면 쇠마루에서 며칠은 걸려요.” 그의 딸이 앞서 선반에 닿아 아버지의 손을 불렀다. 그는 도르래에 마지막으로 손바닥을 대고 빈손으로 건너왔다. 딸은 그가 놓고 온 물건을 보지 않았다. 서로를 붙잡은 뒤에야 자기들이 앉을 자리를 찾았다. 도윤은 쇠마루의 윤호가 얇은 판을 고르던 세 번째 망치를 떠올렸다. 지금 힘으로 값을 돌려받을 수 없는 물건도 있었다.
도윤은 두 번째 타 뒤 남은 힘을 손에서 느꼈다. “저 받침이 다음 길에서도 필요해?” 수리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쇠는 하나뿐이고, 높은 승강교 연결부는 저쪽에 있어요.” 그 말에 도윤은 망치를 내렸다. 지금은 발판을 무너뜨려 추격을 막을 때가 아니었다. 일곱 사람 모두 발판 이쪽에 있었지만, 더 아래로 가는 길은 아직 연결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