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리온

지도에 없는 일곱째 길 · 소설

42. 한 번 남은 힘

단은 높은 승강교에 발을 얹지 않았다. 서쪽 연결쇠로 가는 좁은 수리 난간에 줄을 걸고 몸만 미끄러뜨렸다. 어제 마지막 수리공을 내릴 때 정비 줄의 젖은 마디가 어디서 걸렸는지 알고 있었다. 그 자리는 다시 믿지 않았다. 허리에 새 매듭을 만들고 끝을 낮은 선반의 바위 고리에 묶었다. 수리공이 아래서 “쇠 한 개만 빼면 된다”고 했지만 쇠 위에는 젖은 나무가 두 장 겹쳐 있었다. 단은 손톱으로 틈의 흙을 긁어 내며 도윤이 칠 자리를 보였다.

그림자가 다리 판을 건넜다. 위쪽 빈 관문에서 난간까지 검은 무늬가 이어졌다. 라온이 노리기로 그것을 빈 도르래 자리로 끌었다. 너무 멀리 끌면 도윤과 단 사이를 가로질러야 했다. 그는 자기 발을 한 칸 앞으로 옮겼다가 바로 멈췄다. 아래에서 시온이 돌가루를 던져 경계를 표시했다. “거기까지만. 더 가면 단의 줄이 뒤에 있어.” 라온은 처음엔 그림자만 보았고 두 번째에 줄을 보았다. 그 한 걸음 차이가 누군가의 귀로였다.

이든에게 일반탄 여섯 발이 남았다. 그는 총을 쓰면 검은 무늬를 흩뜨릴 수 있지만 단이 매달린 고리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총구를 내리고 젖은 외투를 벗어 난간 밖에 던졌다. 그림자는 움직이는 검은 천을 따라 잠깐 옆으로 퍼졌다. 단이 그 틈에 연결쇠 뒤의 작은 고리를 풀었다. 빠진 고리가 아래로 떨어지자 다리 판이 한 번 울렸다. 도윤이 망치를 쥐었다. “지금 치면 단도 같이 내려간다.” 모아가 말하며 방패로 단의 귀로가 될 좁은 난간을 막아 섰다.

모아의 어깨는 방패를 들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낮아졌다. 해나는 다가가 치료할 수 있는지 손끝을 살폈지만 전날 아이의 팔에 쓴 생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생기를 억지로 긁어내는 대신 모아의 방패 손잡이를 천으로 감아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세 걸음만 더 버텨.” 모아는 “둘이면 돼”라고 했다. 둘이 서로 말의 숫자를 줄이는 사이 단은 줄을 끌고 난간을 돌아왔다.

첫 발이 바위에 닿았을 때 높은 관문에서 낙석이 굴러왔다. 단이 피하면 모아에게, 모아가 막으면 어깨에 닿을 크기였다. 시온은 관통탄 없는 긴 총의 총열로 돌 옆의 얇은 쐐기를 밀었다. 돌이 반 뼘 빗나갔고 모아의 방패 모서리를 스치며 아래 빈 수로에 떨어졌다.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해나와 이든이 양쪽에서 방패를 받았다. 단은 모아를 보다가 돌아서 연결쇠 쪽 줄을 다시 당겼다. 도윤이 칠 때 판이 어디로 넘어질지 맞추려면 그가 끝을 잡아야 했다.

“낮은 길 쪽은 비었어?” 도윤이 물었다. 류건의 흰 천이 협곡 맞은편에서 두 번 움직였다. 여섯 호위·운송자까지 내려갔다는 신호였다. 수리공은 높은 난간에 남은 공구 상자를 보지 않고 “연결쇠 아래, 검은 홈”이라고 외쳤다. 라온은 시온이 그은 경계를 넘지 않은 채 노리기를 한 번 더 당겼다. 그림자의 머리가 빈 도르래 자리로 꺾였다. 단은 난간에서 몸을 떼고 줄을 허리에 감았다. 도윤이 눈으로 사람 자리를 하나씩 확인했다. 단, 모아, 해나, 이든, 시온, 라온. 마지막으로 아래의 류건. 아무도 연결쇠 아래에 없었다.

그때 단의 줄이 서쪽 고리에서 한 뼘 미끄러졌다. 도윤은 망치를 들고도 멈췄다. 모아가 방패를 내려놓고 왼손으로 줄 끝을 눌렀다. 오른 어깨로 버틸 수 없는 힘이라 몸 전체를 돌에 붙였다. 단이 선반에 무릎을 박고 매듭을 다시 걸었다. “됐어.” 그의 한마디가 들리자 도윤은 망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한 번 폈다 다시 쥐었다. 눈앞의 검은 움직임보다 사람의 자리와 줄의 장력이 먼저 맞아야 했다.

망치가 세 번째로 내려갔다. 도윤의 팔에서 전날부터 아껴 온 마지막 파워가 쇠와 나무 사이로 짧게 들어갔다. 다리 전체가 폭발하지 않았다. 먼저 서쪽 연결쇠가 벌어지고, 그 틈에 매달린 정비 줄의 위 고정점이 떨어졌다. 단이 허리에 감은 줄을 놓자 높은 다리의 한쪽 끝이 협곡 안쪽으로 기울었다. 판이 반대편 바위에 부딪치며 아래로 접혔다. 그림자는 판을 따라 내려가다가 바닥이 없는 곳에서 갈라졌다. 사라졌는지, 다른 돌에 붙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낮은 돌턱으로 곧장 건너올 높은 길은 없었다.

도윤은 곧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망치를 짚은 팔이 떨렸고 숨이 목에 걸렸다. 단이 선반으로 돌아와 그를 끌어 올렸다. 모아는 다리가 끊긴 걸 눈으로 확인한 다음 방패를 놓았다. 어깨에 새 피가 난 건 아니었지만 팔을 들 수 없었다. 라온이 그녀의 방패를 대신 들었다. 아래에서 류건의 사람들이 환호했으나 수리공 셋은 조용했다. 그들이 수리하던 관문과 남겨 둔 도구는 다리 너머에 있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은 소리가 같은 협곡에서 울렸다.

다리 판이 마지막으로 기울 때 위 관문의 작은 창문이 열렸다 닫혔다. 아래의 수리공은 전날 작업을 마치며 관문 안을 직접 비웠고, 오늘 끊기 전에도 빈 창문과 닫힌 출입문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의 공구와 장부는 꺼내지 못했다. 수리공은 무너지는 창문을 보며 손에 쥔 받침쇠를 바지에 문질렀다. “이건 아래로 가져왔네.” 도윤은 그 말이 위로가 아니란 걸 알아서 대답하지 않았다. 라온은 주머니의 재겸 호송표가 젖지 않았는지 만졌다. 다리를 끊은 결정도 나중에는 종이에 적힐 테지만, 종이만 보고는 수리공이 저 창문을 본 얼굴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류건은 물길 맞은편에서 길게 종판을 쳤다. 누리와 기주에게 높은 길을 쓰지 말라는 신호였다. 빠른 길이 끊겼다고 해서 낮은 노새길이 넓어진 것은 아니었다. 류건의 주민 스물과 호위·운송 여섯, 앞 수레 둘과 후미 일곱은 살아 있었다. 그들을 먹일 자루는 하나 적고, 짐을 실을 수레도 하나 적었다. 라온은 도윤에게 “끝났어”라고 말하려다 “오늘 내려올 길은 막았어”라고 고쳤다. 도윤은 대답 대신 손을 펴 보였다. 세 번째 힘은 이제 없었다.

42. 한 번 남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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